2년간 AI 기업 투자 4.6조 원…주가 연초 대비 90% 급등
'전자상거래는 현금 창출원'…정부 규제대상서 '국가 전략기업'으로
'전자상거래는 현금 창출원'…정부 규제대상서 '국가 전략기업'으로

알리바바의 과감한 투자는 오픈AI가 챗GPT를 공개한 2022년 11월부터 본격화했다. CNBC가 금융정보업체 피치북 데이터를 분석한 내용을 보면, 알리바바는 이 시점 이후 33억 달러(약 4조 6000억 원)를 웃도는 돈을 외부 AI 기업에 투자했다. 최근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사 '엑스스퀘어로봇'의 1억 달러(약 1390억 원) 투자 유치를 이끌었고, AI 영상 생성 앱 '픽스버스'에는 6000만 달러(약 839억 원)를 직접 투자했다. 이 밖에도 대규모 언어모델 스타트업 '문샷 AI'와 '미니맥스', 로봇 기업 '림엑스 다이내믹스' 등 여러 기업에 투자하며 기술 동맹을 넓히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 '아너'와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생태계 확장에도 힘쓰고 있다.
내부 투자 규모는 더 크다. 알리바바는 지난 2월 앞으로 3년간 AI와 클라우드 기반 시설(인프라) 구축에 3800억 위안(약 74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웨이 선 수석 분석가는 "지난해에만 이미 1000억 위안(약 19조 원) 이상을 AI 기반 시설과 연구개발에 썼다"며 "이러한 지출 규모는 중국 민간기업 가운데 전례 없는 수준이며, 미국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자본 지출 흐름과 맞먹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알리바바는 중국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AI에 투자하는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74조 투자 선언에 시장은 환호
시장은 알리바바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 주가는 올 들어 90% 이상 올랐다. 특히 최근 자체 개발한 AI 칩을 공급할 중국 대형 통신사를 고객으로 확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피터슨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매슈 피터슨 대표는 알리바바의 현재 시가총액이 4000억 달러(약 559조 원)에 못 미치지만, 5년 안에 1조 달러(약 1399조 원) 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투자는 이미 뚜렷한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올 최신 분기 실적에서 알리바바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AI 모델 구동 수요 증가 덕분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늘어난 334억 위안(약 6조 5644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탓에 2023년 11월 상장 계획을 철회했던 아픔을 딛고 되살아난 것이다. 알리바바의 핵심 경쟁력은 방대한 데이터, 클라우드 기반 시설, 자체 AI 반도체 역량을 결합한 데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아마존(상거래+클라우드)과 구글(AI+반도체)의 강점을 합친 독특한 '혼합형 모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마존+구글 '혼합형 모델'로 체질 개선
이러한 변화는 알리바바의 정치적 위치까지 바꾸고 있다. 2021년 반독점법 위반으로 28억 달러(약 3조 9172억 원)의 기록적인 벌금을 냈던 알리바바는 정부 규제의 대표 사례였다. 하지만 이제는 미·중 기술 경쟁 속에서 중국의 기술 자립을 이끄는 '국가 전략 기술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BDA 컨설팅의 덩컨 클라크 회장은 "알리바바는 과거의 판매 회사가 아닌 핵심 기술 기업이 됐으며, 이는 정부가 원하는 방향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물론 전통 사업인 전자상거래도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그 역할이 시장 점유율 경쟁을 넘어 AI·클라우드 같은 고위험·고수익 신사업을 뒷받침하는 핵심 '현금 창출원'으로 바뀌었다.
알리바바는 '쇼핑 카트 회사'에서 벗어나 중국의 기술 미래를 이끄는 거대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다만 미국의 AI 칩 수출 규제, 미·중 기술 패권 다툼의 심화, 중국 내 전자상거래 보조금 전쟁 같은 지나친 경쟁은 앞으로 알리바바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