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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엔비디아 '5000억 달러' AI 실적 전망, 주가 ‘캐치-22’ 딜레마 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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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엔비디아 '5000억 달러' AI 실적 전망, 주가 ‘캐치-22’ 딜레마 풀까

메타, AI 지출 확대로 주가 20% 급락… 엔비디아 강한 실적, 오히려 '과잉 투자' 우려 키울 수도
그래픽 카드 패키지에 엔비디아 로고가 보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그래픽 카드 패키지에 엔비디아 로고가 보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월가의 AI(인공지능) 투자 회의론이 고조되는 가운데, 오는 202517(현지시각) 장 마감 후 예정된 엔비디아의 분기 실적 발표가 침체된 AI 관련 기술주 전반의 분위기를 바꿀 결정적 기회로 시장은 보고 있다.

엔비디아가 2023년 봄, 챗지피티(ChatGPT) 출시 후 월가 예상의 두 배에 달하는 매출 전망을 내놓아 AI 혁명의 불을 당겼듯이, 이번에도 시장의 높은 기대를 충족하며 AI 투자의 정당성을 입증할지가 핵심이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그 조건을 충족하는 순간 사라져버리는 모순적인 상황이나 딜레마를 뜻하는 캐치-22(Catch-22)’ 상황이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17일 배런스가 보도했다.

메타 플랫폼스 주가가 인공지능 관련 지출 확대 발표 이후 이미 20% 가까이 하락한 상황이라, 엔비디아가 너무 강한 실적 전망을 내놓으면 오히려 고객사들의 '과도한 인공지능 지출'에 대한 우려를 키워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며, 반대로 낮은 전망을 내놓으면 인공지능 성장세가 예상보다 빨리 둔화된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는 모순적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시장은 엔비디아의 발표가 이 복잡한 딜레마를 해소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에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AI 투자 회의론 확산… 빅테크 주가, 5.8% 하락 '충격파'


최근 몇 주 동안 인공지능 투자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짙어지며 주요 기술주 주가에 타격을 주고 있다.

메타 플랫폼스는 지난 20251028일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AI 지출을 '눈에 띄게' 늘리겠다고 공언한 이후 주가가 20% 가까이 급락했다. 막대한 규모의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 비용이 당장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문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으로 불리는 7대 기술 기업의 주가지수도 메타 실적 발표 후 약 5.8% 하락했으며, 엔비디아 주가 역시 8.1% 넘게 떨어졌다.

오라클이나 코어위브처럼 AI 데이터센터 리스 사업에 의존하며 차입을 급격히 늘린 기업들은 주식과 채권 시장 모두에서 고전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의 비벡 아리아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는 높은 실적 기대와 인공지능 자본지출(Capex)을 둘러싼 회의론이라는 이중의 어려운 과제에 직면했다"라며, "이 문제는 광범위한 시장 변동성이 가라앉아야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한다.

CEO'5000억 달러' 전망… 엔비디아, 시장 수요 가늠자 된다


엔비디아는 메타나 다른 인공지능 서비스 기업들과 달리, 이미 인공지능 칩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수익 모델에 대한 의문이 상대적으로 적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신용 등급에서 두 번째로 높은 더블-A(AA)를 유지하고 있으며, 올해에만 700억 달러(102조 원)가 넘는 순이익을 무난히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의 성공은 고객사인 빅테크 기업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전망대 같은 시야'를 제공한다. 따라서 엔비디아가 제시하는 인공지능 칩 수요 관련 전망은 시장 전체의 건전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달 워싱턴 D.C.에서 열린 기술 행사에서 "2026년 말까지 차세대 칩인 블랙웰과 곧 출시할 루빈으로 약 5000억 달러(733조 원) 규모의 누적 매출을 가시적으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액수는 공급 제약 탓에 도달하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CEO가 수요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CEO는 월가에서 이례적으로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2026년에 선보일 루빈아키텍처는 블랙웰보다 냉각 비용이 랙당 약 17% 급증한 55710달러(8170만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AI 서버 구축 비용의 상승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월가, 6.2% 주가 변동 예고… "긍정적 가이던스 반응, 동전 던지기와 같다"


엔비디아가 이처럼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더라도, 주가를 부양하고 AI 투자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충분할지는 미지수다. 주요 고객사들이 데이터센터 확충 계획을 축소하거나 에이엠디(AMD) 같은 경쟁사들의 저렴한 대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 또한, 미국 정부가 차세대 칩의 중국 판매를 허용할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옵션 거래자들은 이번 실적 발표 후 엔비디아 주가가 어느 방향으로든 6.2%가량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1년여 만에 가장 큰 변동 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의 다음 주 실적은 AI 혁명에 대한 또 하나의 중요한 입증 순간이 될 것"이라며, "연말까지 기술주에 긍정적인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투자자들이 인공지능 관련 지출 규모를 여전히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딥워터 자산운용의 진 먼스터 매니징 파트너는 엔비디아에 대해 낙관적인 생각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장담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먼스터 파트너는 최근 실적 전망 보고서에서 " 실적을 둘러싼 상반된 흐름이 AI 분야에 캐치-22’를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 "강력한 가이던스(실적 전망)는 과잉 지출에 대한 우려를 증폭할 수 있고, 다소 완만한 증가는 성장이 예상보다 빨리 정상화되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긍정적 가이던스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은 동전 던지기와 같다"고 평가했다.

투자자들은 연말까지 기술주와 전체 시장을 끌어올릴 더 확실한 동력이 필요하다. 엔비디아의 발표는 이 동력을 제공할지, 아니면 불확실성을 가중할지 중대한 기로에 놓여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