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인 前 에너지장관 “장기 전략·시뮬레이션 도구가 안정적 전력망 비결”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1일(현지시각) “라몬 멘데스 갈라인 전 에너지장관(64세)이 2008년 취임 직후 내놓은 장기 전략과 자체 개발한 시뮬레이션 도구가 불안정하다는 편견을 깨고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망을 구축했다”고 보도했다.
위기서 시작된 과학적 대안
2008년 에너지 위기에 직면한 우루과이는 석유·가스 수입 비용이 급등하면서 전력 발전 불안이 커졌다. 호세 무히카 대통령이 갈라인 우루과이 국립대학 물리학 박사에게 에너지장관직을 제안하자, 갈라인 박사는 원자력 대신 재생에너지를 선택했다.
그는 논문을 통해 “재생에너지는 비용 경쟁력과 안정적 공급을 동시에 갖출 수 있다”고 분석했고, 정부는 이를 근거로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채택했다.
도구로 검증한 안정성
갈라인 박사는 “풍력·태양광 발전은 바람과 햇빛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져 전력 흐름이 불안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려고, 전력 수요와 수문의 방류량, 지역별 풍속·일사량 데이터를 모두 모아 전력망 거동을 예측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었다.
이 도구는 발전원별 전력 공급량 변화가 전력망 주파수와 전압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계산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어떤 날은 풍력 발전 비중이 40%를 넘더라도 전력망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수치가 공개되자 야당 의원과 민간 투자자들은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가 전력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다”고 판단해 2010년 이후 풍력발전소 설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정책 일관성과 제도 개편
우루과이는 송배전망 확장, 스마트 그리드 도입과 함께 2012년 전력시장 개방으로 소규모 발전사업자도 전력 판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가정용 태양광 설치율이 5년 새 12%에서 35%로 늘었고, 전력망 운영 비용은 화력 발전 시기 대비 절반으로 줄었으며 전력요금은 30%가량 낮아졌다. 내추럴리소스디펜스카운슬(NRDC) 글로벌 담당 이사 아만다 맥스웰은 “여야를 넘어 장기 전략이 유지된 덕분에 정치 상황 변화에도 전환 계획이 흔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갈라인 박사가 설립한 비영리단체 아이비(Ivy)는 우루과이 모델을 아르헨티나·도미니카공화국·파나마·콜롬비아 등 6개국에 적용하고 있다.
클라이밋브레이크스루 재단으로부터 400만 달러(약 55억 원) 상금을 받은 그는 “앞으로 10년 안에 50개국을 지원해 다양한 환경에서도 전력망 전환이 가능함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펜실베이니아대 클라인만 에너지정책센터 고문 안젤라 파촌은 “소규모 국가뿐 아니라 자원 보유국에도 적용할 수 있는 실증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