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와 챗GPT-3.5로 본격적인 AI 시대를 연 AI 스타트업 선두주자 오픈AI가 22일(현지시각) 뉴욕 주식 시장과 전세계 반도체 종목들을 견인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4% 가까이 급등했다.
투자자들은 AI 모멘텀에 환호하며 주식을 사들였다.
그러나 경험 많은 투자자들은 이런 흐름을 놓고 걱정이 앞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엔비디아와 오픈AI의 투자 협력이 주식 시장을 사상 최고로 끌어올린 것이 과거 거품 양상과 닮았다는 우려다.
전날 사상 최고 주가를 경신한 엔비디아는 23일(현지시각) 5.18달러(2.82%) 하락한 178.43달러로 미끄러졌다.
판매자 금융
일부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와 오픈AI의 전날 합의를 전형적인 ‘판매자 금융(vendor financing)’이라고 보고 있다.
엔비디아 오픈AI의 데이터센터 건설에 10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오픈AI는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를 사서 10기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짓는다는 것이 둘이 합의한 내용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과거 발언으로 보면 이런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면 모두 5000억~6000억 달러가 필요하고, 이 가운데 최소 3500억 달러는 엔비디아 반도체와 시스템 구매에 들어가게 된다.
엔비디아가 돈을 대고, 오픈AI는 그 돈과 다른 곳에서 끌어들인 돈으로 데이터센터를 지으면서 엔비디아 반도체와 시스템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CNBC에 따르면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은 23일 분석노트에서 이건 투자자들이 환호할 일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비스포크는 오픈AI가 투자금 마련을 위해 공급자, 판매자에게 자신을 내다 팔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스포크 애널리스트들은 엔비디아가 미래 매출을 담보하기 위해 자기 자본을 들여 고객사 지분을 인수하는 이런 방식은 결코 지속 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엔비디아와 오픈AI 간 판매자 금융 방식 합의는 AI 생태계에서 매출을 계속 끌어 올리려면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돈을 빌려줘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AI 생태계가 자체적으로는 성장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부풀리기
유명 공매도 투자자인 짐 차노스는 황 CEO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엔비디아와 오픈AI의 합의로 소환된 지난달 황 CEO의 실적 컨퍼런스콜 발언이 실제에 비해 상황을 부풀리고 있다는 것이다.
황 CEO는 데이터센터 1기가와트를 짓는데 500억~600억 달러가 들고, 이 가운데 약 350억 달러는 엔비디아 반도체와 시스템 몫이라고 말했다.
차노스는 22일 소셜미디어 X에올린 글에서 황 CEO의 추산대로라면 1기가와트 AI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그래픽반도체(GPU)를 뺀 비용만 200억~300억 달러가 든다면서 이는 현재 많은 AI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투자자들에게 말하고 있는 비용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황 CEO가 엔비디아 수익성을 부풀리기 위해 과장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차노스는 22일 발표된 양사 합의는 완전한 계약이 아니라 일종의 양해각서(MOU)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MOU는 계약과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다. 지키지 않아도 그만이다.
차노스는 이런 인터넷 업체들 간 MOU는 과거 닷컴거품 정점 당시에 유행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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