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할인전쟁 제동 걸린 중국 완성차, 129개 브랜드 중 15곳 생존 전망

할인 경쟁 치킨게임에 정부 ‘칼날’
지난해 중국에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판매한 브랜드는 129개로 집계됐다. 이들 대부분은 가격 인하를 경쟁 수단으로 삼아 고객을 모았다. 수백만 위안씩 할인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였지만, 중국 중앙정부는 “장기적으로 산업 건전성을 해친다”며 할인 폭과 장기 할부를 제한하는 규제를 내놨다. 이에 따라 과도했던 가격 경쟁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2030년엔 15곳만 생존, BYD도 규제 직격탄
글로벌 컨설팅사 알릭스파트너스는 2030년까지 129개 브랜드 중 15곳만 재정 건전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X펭(小鹏) 등 차세대 전기차 업체도 “세계 완성차업체가 10여 개로 통합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치킨게임이 멈추지 않으면, 생존 기업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플랜 B’로 완성한 반도체 자립 전략
강력한 가격 규제와 구조조정 압박 속에서 중국 완성차업체들은 원가 절감과 기술 내재화에 더욱 매달리고 있다. 특히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 확보는 생산 차질을 막는 결정적 변수로 떠올랐다.
뮌헨 모터쇼에서 BYD 스텔라 리 부회장은 “엔비디아의 자동차용 칩 공급이 중단돼도 자체 기술로 대체할 방안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BYD는 코로나19 시기 전 세계적인 칩 부족 사태 당시, 외부 공급에만 의존하지 않고 반도체 설계부터 일부 생산까지 직접 수행해 차량 출고에 차질이 없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BYD는 핵심 자율주행 칩인 오린(Orin) 제품군도 사용을 유지할 수 있는 자체 개발 칩 시리즈를 준비 중이다.
스텔라 리 부회장은 “중국 정부가 오린 칩 사용을 금지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만일에 대비해 완전한 ‘플랜 B’를 구축해뒀다”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는 “글로벌 반도체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전기차 업체들이 자체 반도체 역량을 확보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평가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가격 경쟁과 규제 압박 속에서도 안정적인 생산 라인을 유지하려는 전략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해외 돌파구 찾는 中 완성차
내수 시장이 포화 상태를 넘어 ‘레드오션’으로 치닫자, 중국 완성차업체들은 유럽·동남아·중남미 시장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BYD는 헝가리에 신규 공장 가동을 준비 중이며, 장안(长安)은 이미 유럽 현지 판매를 시작했다. 립모터(Leapmotor)는 스페인 자동차 기업과 협력해 전기 SUV 생산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해외 진출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번 대규모 구조조정은 공급 과잉, 무분별한 할인 경쟁, 강화된 정부 규제가 얽히며 촉발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재편돼 남은 기업은 기술 혁신과 해외 시장 확대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