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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中, 전기차 100곳 퇴출 위기…BYD “20개만 남아도 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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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中, 전기차 100곳 퇴출 위기…BYD “20개만 남아도 과하다”

과도한 할인전쟁 제동 걸린 중국 완성차, 129개 브랜드 중 15곳 생존 전망
중국 완성차업계가 100여 개 퇴출 위기에 봉착했다. 환경 변화로 2030년에는 15개 정도만 생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완성차업계가 100여 개 퇴출 위기에 봉착했다. 환경 변화로 2030년에는 15개 정도만 생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지=GPT4o
중국 완성차업계가 100여 개 업체 퇴출 사태를 맞을 처지다. 지난 23일 뮌헨 모터쇼에서 BYD 스텔라 리 부회장은 심지어 20개 업체만 남아도 과하다며 대규모 구조조정을 경고했다고 지난 23(현지시각) 르라비가 보도했다.

할인 경쟁 치킨게임에 정부 칼날


지난해 중국에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판매한 브랜드는 129개로 집계됐다. 이들 대부분은 가격 인하를 경쟁 수단으로 삼아 고객을 모았다. 수백만 위안씩 할인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였지만, 중국 중앙정부는 장기적으로 산업 건전성을 해친다며 할인 폭과 장기 할부를 제한하는 규제를 내놨다. 이에 따라 과도했던 가격 경쟁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2030년엔 15곳만 생존, BYD도 규제 직격탄


글로벌 컨설팅사 알릭스파트너스는 2030년까지 129개 브랜드 중 15곳만 재정 건전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X(小鹏) 등 차세대 전기차 업체도 세계 완성차업체가 10여 개로 통합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치킨게임이 멈추지 않으면, 생존 기업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판매량을 노리는 BYD조차 규제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해 매출 성장률이 둔화됐고, 2분기에는 연장 지급 조건 축소와 할인 제한으로 이익률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 씨티은행은 올해 BYD 판매 전망을 580만 대에서 460만 대로, 내년 전망을 720만 대에서 540만 대로 각각 낮췄다.

플랜 B’로 완성한 반도체 자립 전략


강력한 가격 규제와 구조조정 압박 속에서 중국 완성차업체들은 원가 절감과 기술 내재화에 더욱 매달리고 있다. 특히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 확보는 생산 차질을 막는 결정적 변수로 떠올랐다.

뮌헨 모터쇼에서 BYD 스텔라 리 부회장은 엔비디아의 자동차용 칩 공급이 중단돼도 자체 기술로 대체할 방안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BYD는 코로나19 시기 전 세계적인 칩 부족 사태 당시, 외부 공급에만 의존하지 않고 반도체 설계부터 일부 생산까지 직접 수행해 차량 출고에 차질이 없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BYD는 핵심 자율주행 칩인 오린(Orin) 제품군도 사용을 유지할 수 있는 자체 개발 칩 시리즈를 준비 중이다.

스텔라 리 부회장은 중국 정부가 오린 칩 사용을 금지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만일에 대비해 완전한 플랜 B’를 구축해뒀다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는 글로벌 반도체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전기차 업체들이 자체 반도체 역량을 확보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평가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가격 경쟁과 규제 압박 속에서도 안정적인 생산 라인을 유지하려는 전략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해외 돌파구 찾는 中 완성차


내수 시장이 포화 상태를 넘어 레드오션으로 치닫자, 중국 완성차업체들은 유럽·동남아·중남미 시장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BYD는 헝가리에 신규 공장 가동을 준비 중이며, 장안(长安)은 이미 유럽 현지 판매를 시작했다. 립모터(Leapmotor)는 스페인 자동차 기업과 협력해 전기 SUV 생산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해외 진출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번 대규모 구조조정은 공급 과잉, 무분별한 할인 경쟁, 강화된 정부 규제가 얽히며 촉발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재편돼 남은 기업은 기술 혁신과 해외 시장 확대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