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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미국 진출 자국 기업에 '가격 경쟁 중단'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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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미국 진출 자국 기업에 '가격 경쟁 중단' 경고

왕원타오 상무부장 "소모적 경쟁 말라"…미국 추가 규제 빌미 차단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 속 '관계 관리'…위태로운 무역 휴전 유지 포석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미국에 진출한 자국 기업들에 소모적인 가격 경쟁을 멈추라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의 '가격전쟁 자제령'은 미국의 추가 규제를 피하고, 위태로운 미·중 무역 휴전 국면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사진=오픈AI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미국에 진출한 자국 기업들에 "소모적인 가격 경쟁을 멈추라"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의 '가격전쟁 자제령'은 미국의 추가 규제를 피하고, 위태로운 미·중 무역 휴전 국면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사진=오픈AI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미국과 중국이 위태로운 무역 휴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미국에 진출한 자국 기업에 과도한 가격 경쟁을 멈추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자국 내 과잉 생산이 낳은 극심한 '소모적 내부 경쟁'이 미국 시장으로 번져 양국 관계의 새로운 갈등 씨앗이 되는 것을 막으려는 선제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 상무부의 왕원타오 부장은 지난 2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자국 기업 대표들을 만나 이런 뜻을 전달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전자상거래, 통신, 자동차 부품 같은 핵심 산업 분야의 중국 기업 10곳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왕 부장은 "여러 차례 경제 무역 협상을 거쳐 중국과 미국이 중요한 합의를 이뤘다"고 강조하며, 기업들이 현재 분위기에 맞춰 "안팎의 과도한 경쟁에 반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그는 기업들이 '무리한 가격경쟁' 대신 '품질 경쟁'으로 바꿔야 한다고 당부했다.

왕 부장의 이번 발언은 중국 최고 지도부의 정책 방향과도 맥을 같이 한다. 앞서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지난 7월 회의에서 과잉 생산을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중앙정치국은 핵심 산업의 과잉 생산 능력을 철저히 관리하고, 무분별한 투자 유치에 나서는 지방 정부의 관행 또한 엄격히 규제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번 권고는 중국 안에서는 '내수 살리기'에 힘쓰는 동시에 해외 시장에서는 질을 높여 성장하려는 흐름의 하나로 분석된다.

'소모적 경쟁' 수출될라…미국 추가 제재 싹부터 차단


이번 조치에는 미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중국의 전략이 담겨있다. 미국 안에서 중국 기업끼리 가격경쟁이 심해진다면, 미국 정부가 중국 제품에 보조금을 주거나 반덤핑 관세를 매기고 수입을 제한하는 등 추가 규제에 나설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뿐 아니라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도 중국산 저가 상품이 늘어 현지 산업에 부담을 준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어, 중국 지도부가 한때의 '수출 확대'가 낳은 부작용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살얼음판 걷는 미·중 관계…대화 국면 속 '위험 관리'


최근 미·중 관계는 올해 중반까지 이어진 높은 세율의 관세 전쟁을 멈추고 서로 관세율을 낮추고 투자 규제를 풀어주는 등 단계적 대화를 통해 서서히 정상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통화한 뒤 다음 달 APEC 회의를 기회로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흐름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양국 관계는 여전히 불안하다. 끊임없는 관세·무역 협상, 틱톡 같은 플랫폼 규제 문제, 반덤핑·수출규제 갈등은 잠재된 갈등 요인으로 남아있다. 이처럼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에서 나온 왕 부장의 발언은, 중국 기업의 과도한 경쟁이 어렵게 만든 대화 분위기를 해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를 드러낸다.

왕 부장은 기업인들에게 "미국과의 경제무역 협력을 안정시키고 양국 기업 사이에 서로 이익이 되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쓸 것"이라며 "중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굳건히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