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 성장 한계 돌파구…미국·유럽 아우르는 사업 기반 확보
2.3조 원 현금 투입해 지분 100% 인수…선진 시장 공략 가속화
2.3조 원 현금 투입해 지분 100% 인수…선진 시장 공략 가속화

26일(현지시각) 인슈어런스비즈니스매거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미국 특수·보증보험 그룹 포르테그라 지분 100%를 현금으로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DB손해보험은 2025년 하반기 안에 계약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양측은 이번 거래에서 포르테그라의 기업 가치를 2025년 예상 매출의 약 0.83배 수준으로 책정했다. 인수 협상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올해 초 외신들은 DB손해보험이 약 2조 원에 포르테그라 인수를 추진한다고 보도하며 기대감을 높였으나, 지난 7월 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양측이 다시 협상에 나서면서 극적인 타결을 끌어냈다.
성장 한계 직면한 국내 시장, 해답은 '글로벌 M&A'
이번 대형 계약은 DB손해보험이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손해보험 시장의 성장 정체를 극복하고, 해외 시장 다각화로 새로운 수익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필연적인 선택으로 풀이된다. 1962년 대한민국 최초의 공영 자동차보험사로 출발한 DB손해보험(옛 동부화재)은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렸다. 특히 '동부'라는 이름이 지닌 국내 이미지를 벗고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고자 2017년 사명을 바꾸며 세계 시장 진출 의지를 공식화했다.
DB손해보험은 이번 인수에 앞서 베트남 시장에서 착실히 경험을 쌓았다. 2024년 초 베트남국립항공보험(VNI)과 사이공-하노이보험(BSH)의 경영권을 잇달아 확보했으며, 그에 앞서 우편통신보험(PTI) 지분을 사들이며 동남아 시장의 교두보를 다졌다. 시장 분석가들은 DB손해보험의 베트남 투자를 미국과 유럽 같은 보험 선진 시장에서 대규모 인수를 하기 위한 '예행연습'으로 평가했고, 이번 인수로 그 분석을 현실로 만들었다.
'특수보험 강자' 포르테그라, DB와 시너지 기대
이번 인수로 DB손해보험은 단숨에 세계 최대 보험시장인 미국에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구축했다. 포르테그라는 미국에서 인가 및 비인가 보험사를 모두 운영해 사업 확장성이 뛰어나다. 또한 몰타, 벨기에, 영국에 거점을 둔 유럽 시장으로도 발을 넓히고 있어, DB손해보험은 미국과 유럽을 잇는 대서양 연안의 특수보험 시장에 진입할 발판을 마련했다.
플로리다주 잭슨빌에 본사를 둔 포르테그라는 1978년 세워진 '라이프 오브 더 사우스'가 모태로, 자동차 보장과 보증 프로그램, 틈새시장 상품에 특화한 경쟁력을 갖췄다. 2014년 팁트리(Tiptree)가 2억 1800만 달러(약 3000억 원)에 인수한 뒤 비공개 회사로 전환했고, 이후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 10년간 포르테그라는 공격적으로 사업을 넓혔다. 2020년 미국 초과손해 및 잉여(excess-and-surplus) 위험을 다루는 특수보험사를 세웠으며, 유럽에서는 ▲몰타(보증) ▲벨기에(특수보험) ▲영국(2024년 신규 승인)으로 이어지는 삼각 체제를 갖췄다. 이와 함께 재보험 중개 플랫폼 이리인슈어, 기기 보장 서비스 프로텍트셀 등 여러 기업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2021년에는 기업공개를 추진했으나 시장 변동성 탓에 철회했고, 같은 해 세계적인 사모펀드 워버그 핀커스에서 2억 달러 투자(약 2800억 원)를 유치하며 재무 건전성을 높였다. 오랜 기간 규모 확장을 모색해 온 포르테그라는 이번 인수로 안정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최적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이번 인수는 DB손해보험의 사업 구성 다각화에도 크게 이바지할 전망이다. 포르테그라가 강점을 지닌 자동차 및 보증 관련 특화 상품과 DB손해보험의 국내 대형 소매 고객 기반 사이에 상당한 상승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문화가 다른 해외 기업을 인수하고 여러 국가의 규제 속에서 보험 인수 심사(언더라이팅)를 관리하는 통합 과정은 세계적인 보험사로서 역량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아시아 보험사가 미국의 경쟁력 있는 보험사를 인수해 선진 시장 확대를 꾀하는 대표 사례로 주목한다. '세계적인 종합보험금융그룹'을 목표로 내건 DB손해보험에 이번 인수는 더는 물러설 수 없는, 반드시 성공해야 할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