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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삼성 APV 코덱 품은 퀄컴, 스마트폰 '전문가 영상 시대'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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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삼성 APV 코덱 품은 퀄컴, 스마트폰 '전문가 영상 시대' 선언

애플 'ProRes'보다 10% 효율 높은 압축…스마트폰으로 찍는 8K HDR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에 첫 탑재…갤럭시 S26 필두로 '총공세'
사진=오픈AI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의 맹주 퀄컴이 삼성전자의 차세대 영상 코덱 'APV'를 품은 새 플래그십 칩셋을 공개하며 모바일 영상 기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IT전문 매체 샘모바일이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퀄컴이 2025년 9월 선보인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는 하드웨어 수준에서 APV 코덱을 지원하는 세계 첫 스마트폰 칩으로, 애플의 'ProRes' 코덱이 장악해 온 전문가급 모바일 영상 시장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삼성전자의 차기 주력 스마트폰인 갤럭시 S26 시리즈 탑재가 확실시되면서, 안드로이드 진영이 선보일 '영화 같은 영상' 품질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삼성의 야심작 'APV 코덱', 스냅드래곤 심장에 통합


APV(Advanced Professional Video) 코덱은 삼성전자가 2023년 독자 개발한 차세대 영상 압축 기술이다. 스마트폰 환경에서도 영화 촬영 수준의 고품질 영상을 만들고, 전문가급 후반 작업을 원활하게 수행하도록 설계했다. 이번에 공개된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는 소프트웨어 방식이 아닌, 칩셋 자체에서 APV 코덱의 부호화와 복호화를 직접 처리하는 하드웨어 가속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기술적인 뜻이 깊다. 영상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극대화하는 핵심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번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는 최신 3나노(nm) 공정을 바탕으로 제작해 성능을 근본적으로 혁신했다. 중앙처리장치(CPU)는 3세대 오라이온(Oryon) 구조를 적용해 이전 제품에 견줘 성능은 20%, 전력 효율은 35%나 높였다. CPU는 최대 4.6GHz로 작동하는 프라임 코어 2개와 최대 3.62GHz의 퍼포먼스 코어 6개로 이뤄진 강력한 2+6 옥타코어 구조를 갖췄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역시 한층 개선된 아드레노(Adreno) GPU를 넣어 그래픽 성능을 23% 끌어올리면서 전력 소비는 20% 낮췄다. 인공지능(AI) 연산을 맡는 헥사곤(Hexagon) NPU의 처리 속도는 37% 빨라져, 기기 안에서 여러 형태의 AI 모델을 직접 구동하는 '온디바이스 AI' 시대를 앞당길 채비를 마쳤다. 통신 기능 또한 X85 5G 모뎀과 패스트커넥트(FastConnect) 7900 칩셋을 통해 와이파이(Wi-Fi) 7을 지원한다.

특히 APV 코덱은 별도 사용료가 없는 '로열티 프리' 정책을 채택해, 제조사들의 기술 채택 장벽을 낮추고 생태계 확장을 가속할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기술적인 완성도 역시 경쟁 코덱을 압도한다. APV는 원본 영상의 화질 손상을 최소화하는 '준 무손실' 압축 품질을 제공하면서, 애플의 ProRes 코덱에 견줘 압축 효율을 10% 더 높였다. 현재 널리 쓰이는 HEVC 코덱과 비교하면 공간 효율이 20%나 뛰어나다. 사용자는 더 적은 저장 공간으로 더 길고 우수한 품질의 영상을 보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8K·16비트 지원…전문가급 영상 제작 시대 활짝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가 지원하는 APV 코덱의 세부 사양은 전문가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최대 8K 초고해상도 영상 촬영을 지원하며, 넓은 명암 범위를 표현하는 HDR10+ 기술도 완벽히 구현한다.

또한 프레임 단위로 독립 압축하는 '인트라 프레임' 전용 부호화와 다중 시점 영상을 담는 '멀티뷰 비디오' 같은 고급 기능도 포함했다. 색상 정보 처리 능력도 탁월하다. 전문가급 편집에서 꼭 필요한 고품질 크로마 서브샘플링(4:0:0, 4:2:2, 4:4:4, 4:4:4:4)을 폭넓게 지원하며, 색상 표현의 깊이를 결정하는 비트 심도(bit depth) 역시 10비트에서 최대 16비트까지 지원해 정밀한 색 보정 작업을 가능케 한다.

이러한 강력한 성능은 단순한 영상 촬영을 넘어, 스마트폰을 본격적인 영상 창작 도구로 격상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동맹군 없이는 시장 표준이 되기 어렵다. APV 코덱은 이미 강력한 지원 생태계를 확보하며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구글이 차세대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16'에 APV 코덱을 정식으로 포함하면서 기술 확산의 기틀을 마련했다. 여기에 국제 인터넷 표준화 기구(IETF)가 공식 표준으로 인정하며 기술 신뢰도를 더했다.

영상 편집과 콘텐츠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들 역시 APV 지원에 대거 동참했다.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를 비롯해, 영상 편집 소프트웨어의 두 산맥인 어도비와 블랙매직 디자인(다빈치 리졸브 제작사)이 APV 지원을 공식화했다. 이 밖에도 아크소프트, 컴퍼니 3, 돌비 등 업계 핵심 기업들이 'APV 동맹'에 합류하면서, 촬영부터 편집, 유통에 이르는 강력한 가치사슬이 구축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퀄컴과 삼성의 협력으로 탄생한 APV 코덱의 하드웨어 지원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영상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혁신"이라며 "강력한 생태계를 바탕으로 애플의 독주 체제에 균열을 내고 스마트폰 영상 제작의 새로운 판도를 열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APV 코덱의 영향력은 삼성에만 머물지 않을 전망이다. 샤오미, 원플러스, 아너, 비보, 오포, 소니 등 세계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 역시 차기 플래그십 모델에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를 탑재할 예정이어서, APV 코덱이 안드로이드 진영의 영상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