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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10% 급락에 美 증시 양극화...다국적기업 21% 급등 vs 내수기업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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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10% 급락에 美 증시 양극화...다국적기업 21% 급등 vs 내수기업 5%

골드만삭스 분석, 해외매출 기업 2009년 이후 최고 성과...MS "환율로 매출 2%p 늘어"
달러 약세가 미국 증시를 양분하고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다국적기업들은 올해 들어 20% 넘게 급등한 반면, 내수 중심 기업들은 5%대 상승에 그치며 2009년 이후 최대 격차를 기록했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달러 약세가 미국 증시를 양분하고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다국적기업들은 올해 들어 20% 넘게 급등한 반면, 내수 중심 기업들은 5%대 상승에 그치며 2009년 이후 최대 격차를 기록했다. 이미지=GPT4o
달러 약세가 미국 증시를 양분하고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다국적기업들은 올해 들어 20% 넘게 급등한 반면, 내수 중심 기업들은 5%대 상승에 그치며 2009년 이후 최대 격차를 기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골드만삭스가 집계한 해외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미국 우량기업 50개 지수는 올해 들어 21% 상승하며 2일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메타 플랫폼스, 필립모리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같은 기업이 S&P 500 지수를 크게 웃도는 성과를 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기업들로 구성된 지수는 5% 상승에 그쳤다. 티모바일 US, 타깃 같은 기업이 포함된 이 지수는 달러 약세 혜택을 받지 못한 데다 수입 비용 증가로 피해를 입었다.

20년 만에 최악 달러, 10% 급락


미국 달러는 올해 주요 통화 대비 약 10% 떨어지며 2000년대 초반 이후 최악의 연간 성과를 기록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과 경제 정책이 글로벌 투자자들로 하여금 세계 최대 경제에 대한 노출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면서 달러 가치가 급락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글로벌 G10 외환 리서치 책임자 스티븐 잉글랜더는 "약한 달러가 해외 매출이 있는 미국 주식들에 강력한 추진력을 보탰다"고 말했다. 많은 투자자가 보유한 미국 자산의 손실 위험을 줄이려고 달러 가치 하락에 베팅하고 있으며, 금리 하락이 통화 가치에 더 큰 압력을 가하고 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최소 한 차례 이상 금리를 내리겠다고 시사한 만큼 달러가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술 대기업엔 호재, 내수기업엔 악재


달러 약세는 미국 기업이 해외에서 번 돈을 달러로 바꿀 때 가치를 높이고, 미국산 제품의 해외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린다. 반면 내수기업들은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하며, 해외에서 외화로 제품을 사들이는 기업들은 투입 비용 증가에 부딪힌다.

UBS의 G10 외환 전략 책임자 샤합 잘리누스는 "제품을 수입하는 중소기업들은 피해를 입을 것이고, 글로벌 사업망과 자금 조달 능력을 갖춘 대기업들은 그 영향을 관리할 것"이라며 "미국 밖에서 제품을 파는 기업들에게는 횡재이며, 특히 엄청난 양의 제품을 수입하지 않는 경우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은 해외에서 상당한 매출을 올리는 기술 대기업들에 특히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에이미 후드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발표에서 환율이 안정되게 유지할 경우 내년 매출성장률이 통화 효과로 "약 2%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잉글랜더는 일부 기업들이 통화 변동의 긍정 효과를 줄여 말하고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달러가 강세를 보일 때 기업들이 달러 강세를 손실의 원인으로 비난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그러나 경영진이 '통화 효과 덕분에 위기를 넘겼다'고 말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3분기 실적에서 격차 더 선명해질 듯


애널리스트들은 3분기 실적시즌이 본격화하면서 이런 격차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의 매크로 전략가 조지 퍼키스는 "일부 기업이 다른 기업들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을 것"이라며 기술 대기업들을 약세 통화로 부양받을 기업군으로, 유틸리티와 은행들을 내수 중심 기업으로 피해받을 업종으로 꼽았다.

다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피해가 결국 제한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시티의 주식 전략가 스콧 크로너트는 달러 하락이 통화정책 완화 때문이라면 경제 성장과 많은 기업들의 실적을 떠받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약한 달러가 처음에는 다소 우려스러운 요인으로 시작하지만, 특정 시점에서 완화 통화정책의 부양 효과를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월가에서는 달러 약세 국면에서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해외 매출 비중과 수입 의존도를 기업 선별의 핵심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