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PS법 지원 64억→47억 달러…투자도 440억→370억 달러로 축소
2나노 수율 50%대 그쳐 TSMC와 격차…미국 제조비용 20~30% 높아 '반도체 자립' 난관
2나노 수율 50%대 그쳐 TSMC와 격차…미국 제조비용 20~30% 높아 '반도체 자립' 난관
이미지 확대보기미 금융정보업체 파이낸셜콘텐츠마켓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삼성전자에 지급하기로 한 반도체지원법(CHIPS Act) 보조금을 당초 64억 달러(약 9조 3400억 원)에서 47억 4500만 달러(약 6조 9300억 원)로 축소했다. 투자 규모도 440억 달러(약 64조 2700억 원)에서 370억 달러(약 54조 원)로 줄었으며, 대량 생산 시점도 2024년 말에서 2026년 초로 밀렸다.
보조금 2조 4000억 원 삭감, 투자 10조 원 축소
삼성전자와 미 상무부가 지난해 12월 체결한 최종 계약에 따르면, 보조금 감액은 투자 축소와 연동됐다. 삼성은 당초 2030년까지 테일러 지역에 440억 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 2개와 연구개발(R&D) 시설을 짓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370억 달러로 낮췄다. 공장 건설로 창출될 일자리 전망도 하향 조정됐다. 건설 일자리는 1만 7000개에서 1만 2000개로, 제조업 일자리는 4500개에서 3500개로 줄었다.
미 상무부 대변인은 "시장 환경과 기업의 투자 범위를 반영해 보조금 액수를 변경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투자금액 대비 보조금 비율은 약 13%로 TSMC, 인텔 등 다른 기업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4나노 건너뛰고 2나노 도전…수율은 50~60%
테일러 공장 지연의 핵심 배경은 삼성의 과감한 공정 전환 결정이다. 삼성은 당초 계획한 4나노 공정을 포기하고 더 앞선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으로 전환했다. 2025년 중반까지 4나노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였고, 주요 고객사 확보 가능성이 낮아진 탓이다.
그러나 2나노 수율 확보는 난항을 겪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2나노 수율은 2024년부터 2025년 초까지 1020%에 머물렀고, 최근에야 5060% 범위까지 개선됐다. 반면 경쟁사인 대만 TSMC는 이미 80~90% 수율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 업계에서는 통상 60% 이상을 대량 양산 가능 수준으로 본다.
삼성은 테슬라와 165억 달러(약 24조원) 규모의 차세대 완전자율주행(FSD) AI 칩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AMD도 EPYC 서버 중앙처리장치(CPU)에 삼성의 2나노 공정 활용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AI 반도체 시장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는 SK하이닉스와 경쟁하고 있고, 미국 내 '원스톱' 생산 체계 구축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미국 제조비용 20~30% 높아…'인재 전쟁' 당면 과제
테일러 공장의 총 건설 비용은 초기 추정치 170억 달러(약 24조8300억원)에서 300억 달러(약 43조8300억원) 이상으로 급증했다. 건설 자재 인플레이션과 텍사스 지역의 전문 인력 부족이 주요 원인이다. 텍사스 지역에서는 여러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이 동시에 건설되면서 전기공, 배관공, 전문 엔지니어 수요가 급증해 임금이 치솟았다.
2나노 생산에 필요한 특수 화학물질과 가스의 현지 공급망도 취약하다. 업계에서는 테일러에서 생산되는 칩이 아시아산보다 20~30%의 '미국 프리미엄'이 붙을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은 전력망 안정성 확보를 위해서도 상당한 민간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삼성이 2026년 말까지 65% 수율을 달성하면 AI 하드웨어 분야에서 TSMC의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은 2027년까지 테일러 부지에 3D 패키징 시설을 추가해 2나노 칩과 HBM4의 미국 내 조립을 가능케 할 계획이다. 그러나 당면 과제는 한국에서 수백 명의 엔지니어를 텍사스로 파견해야 하는 '인재 전쟁'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보조금만으로는 제조업 경쟁력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미국 내 반도체 자립 전략이 현실적 장벽에 직면하면서, 향후 다른 해외 기업들의 미국 투자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