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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중국과의 빅딜' 추진…워싱턴 매파들 "완화 정책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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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중국과의 빅딜' 추진…워싱턴 매파들 "완화 정책 우려"

틱톡·AI칩 거래 허용 방침에 보수 진영 반발 확산
시진핑과 정상회담 앞두고 미 행정부 내 대중 노선 갈등 심화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빅딜’을 추진하며 첫 임기의 강경 노선에서 선회하자 워싱턴 정가에 파장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6일(현지시각),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 “경제적 이익을 위한 협상”과 “안보 중심의 대중국 견제” 노선이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몇 주 안에 열릴 것으로 예상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특히 엔비디아의 AI 칩 일부 수출을 허용한 조치가 논란이 되면서 국가안보를 앞세우는 대중 매파들이 최고조로 경계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 무역 전쟁도 마다하지 않으며 중국과 전면 대결 구도를 만들었지만, 최근의 기조 변화는 행정부 내부의 권력 지형 변화와 맞물려 있다. 과거 강경 노선을 이끌었던 국가안보회의(NSC) 안 인사들이 대거 바뀌었고, 이들의 목소리는 눈에 띄게 약해졌다. 중국은 회담을 앞두고 미국에 반도체 등 투자 제한 완화와 대만에 대한 정치적 지원 약화를 요구하는 대신, 미국 투자를 늘리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NSC 부보좌관을 지낸 맷 포틴저는 “베이징은 지금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며 “백악관은 틱톡 존속과 반도체 수출 완화가 중국 공산당에 대한 막대한 일방적 양보라는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다”고 깊이 우려했다.

‘국익 우선’ 실용주의 vs ‘안보 우선’ 강경론


반면,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기술업계와 실용주의자들은 다른 해법을 내놓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공식 기술·중국정책 자문역으로 활동하는 젠슨 황은 최근 팟캐스트에서 ‘중국 강경파는 부끄러움의 배지를 단 사람들’이라고 비판해 큰 물의를 일으켰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AI·암호자산 특별보좌관인 데이비드 색스는 “중국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미국 기술에 기대도록 만드는 것이 진짜 전략”이라고 맞받았다. 이러한 실용주의 노선은 실제 정책으로도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8월, 미국 정부가 거래 이익의 15%를 얻는 조건으로 엔비디아와 AMD의 일부 AI 칩 판매 제한을 풀었다. 다만 데이터센터용 블랙웰 등 고급형 AI 칩은 여전히 수출할 수 없다.

NSC 이어 상무부까지…행정부 내 권력 지형 ‘재편’


행정부 내부의 권력 지형 변화는 뚜렷한 인사 문제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9월, 백악관은 수출 통제를 담당하는 상무부 국제안보국 부차관보 후보인 랜던 하이드의 지명을 별다른 설명 없이 거두어들였다. 하이드는 의회 중국특별위원회 출신으로 강경한 대중 정책을 이끌어 온 인물이다. 이 지명 철회를 두고 내부에서는 ‘친실리콘밸리 세력과 안보 진영’ 사이 권력 다툼에서 트럼프가 강경 인사를 물리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의 오랜 대중 회의론자들은 역사가 뒷걸음질 친다고 지적한다.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인 스티브 배넌은 젠슨 황을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 요원’이라 비난하며 체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트럼프를 후원하는 기술 투자자 조 론즈데일은 “중국 공산당은 권위주의 폭력 정권이며, 기술 협력은 위험한 환상”이라고 비판했다. 보수 성향의 미국기업연구소(AEI) 소속 데릭 시저스는 현재 정책을 주도하는 이들을 가리켜 “그들은 기본적으로 2015년 트럼프가 중국 정책의 기조를 바꾸기 전에 중국 정책을 운영했던 바로 그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백악관의 애나 켈리 대변인은 “대통령은 시 주석과 친분을 바탕으로 국가안보를 해치지 않으면서 미국에 더 나은 결과를 이끌어내고 있으며, 무역과 안보는 함께 갈 수 있다”는 공식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중국 접근법은 ‘강경 견제에서 거래 중심으로 돌아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중 관계가 ‘디커플링(분리)’에서 ‘조건부 재연결(relinking)’ 단계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 속에, 워싱턴의 정치·산업·안보 지형 전반의 신경전도 다시 격화하는 모양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