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공약 불이행, 계란·쇠고기 10~20% 폭등, 2026 중간선거 공화당 ‘빨간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초 47~52%에서 지난달 39~41%로 10%포인트 급락하면서 2026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하원 과반 상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핵심 선거 공약이었던 "첫날부터 식료품 가격 인하"가 완전히 실패하면서 경제 정책 지지율이 37%로 2기 임기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악시오스가 지난 2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해리스 여론조사 결과와 브루킹스연구소 등 여러 연구기관의 분석을 종합할 때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과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2026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과반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에서 승리한 핵심 이슈인 식료품 가격 안정화에 실패했으며, 오히려 관세 정책으로 인해 식료품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율 급락과 무소속 유권자 이탈
지난 9~10월 주요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전반적 지지율은 39~41%로 나타났다. 유고브/이코노미스트 조사(지난달 12~15일)에서는 지지율 39%, 반대 57%로 순지지율이 마이너스 18%포인트를 기록해 2기 임기 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NPR/PBS/마리스트 조사(지난달 30일)는 트럼프 지지율을 41%, 반대 53%로 집계하며 "2기 임기 중 가장 낮은 수치"라고 평가했다. 특히 무소속 유권자들의 트럼프 지지율이 31%에 불과해 지지율 하락의 핵심 원인으로 지적됐다. 갤럽 조사(지난달 2~16일)는 40% 지지율을 보도했는데, 이는 지난 1월 47%에서 10%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정치 분석가 네이트 실버가 운영하는 실버 불리틴(지난 1일)은 "강한 반대 의견이 43.4%로 2기 임기 중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강한 지지는 26.1%에 불과해 17.3%포인트 격차를 보였다"며 "이러한 강도 격차는 내년 중간선거에서 잠재적 위험 신호"라고 분석했다.
특히 무소속 유권자들의 이탈이 두드러진다. 마켓 로스쿨 조사에서 무소속의 트럼프 지지율은 지난 1월 37%에서 지난달 27%로 10%포인트 급락했다. 갤럽은 지난 7월 기준 무소속 지지율을 29%로 집계하며 "트럼프의 1기 또는 2기 임기 전체를 통틀어 최저치"라고 평가했다. 무소속 유권자는 미국 전체 유권자의 약 35%를 차지해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식료품 가격 급등과 공약 불이행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 운동 중 식료품 가격 인하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난해 8월 15일 뉴저지 베드민스터에서 "내가 이기면 첫날부터 즉시 가격을 낮추겠다"고 약속했으며, 8월 9일 몬태나 보즈먼에서는 "취임 첫날부터 인플레이션을 끝내고 미국을 다시 감당할 수 있게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 핵심 공약은 완전히 실패했다. 팩트체크 전문기관 팩트체크닷오알지(FactCheck.org)의 100일 보고서(지난 4월)는 "실제로 많은 제품의 가격이 트럼프 하에서 하락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전체 식료품 가격은 전년 대비 2.7% 상승했으며, 월별로는 0.6% 증가했다. 특정 품목의 가격 상승은 더욱 심각했다. 계란 가격은 다스당 3달러59센트(약 5000원)로 전년 대비 10.9% 상승했으며, 지난 3월에는 6달러23센트(약 8700원)까지 치솟았다. 미국 농장국 연맹에 따르면 조류독감(HPAI) 발병으로 1억1100만 마리 이상의 닭이 살처분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쇠고기 가격은 파운드당 6달러32센트(약 8800원)로 전년 대비 13.9% 급등해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NBC 뉴스는 "미국의 소 재고가 7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커피 가격은 파운드당 8달러87센트(약 1만2400원)로 전년 대비 20.9% 폭등했으며, 이 역시 역대 최고가다. 뉴스네이션과 커피 인텔리전스는 "브라질과 베트남의 기후 재해로 작황이 나빴고, 관세와 공급망 차질이 가격 상승을 가속화했다"고 분석했다.
대규모 관세 부과가 식료품 가격 상승 부채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식료품 가격 상승을 더욱 부채질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2일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을 선언하며 거의 모든 수입품에 10% 기본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산 제품에는 145%, 유럽연합 제품에는 30%, 캐나다산에는 35%, 멕시코산에는 30%의 관세를 각각 부과했다.
예일대학 예산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 실효 관세율은 27%에 도달해 193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철강과 알루미늄에는 50%, 자동차에는 25%의 관세가 부과됐으며, 지난 8월에는 구리 제품에도 추가 관세가 적용됐다.
경제 전문가들은 관세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 압도적 합의를 보이고 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트럼프의 관세가 미국 가구당 연간 1200달러(약 169만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부담시키며, 고용과 실질 임금을 감소시키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2% 이상 낮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지난 4월 2일 관세만으로 가구당 2100달러(약 295만원)의 구매력 손실이 발생하며, 식료품 가격은 단기적으로 4.1%, 장기적으로 3.3%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예산모델은 "장기적으로 GDP 68% 감소, 임금 57% 하락을 전망하며, 관세의 피해가 법인세를 21%에서 36%로 인상하는 것보다 두 배 더 크다"고 평가했다.
경제 정책 지지율 2기 최저, 생활비 부문 '최악'
정책 분야별로 보면, 경제 정책 지지율은 37%로 2기 임기 중 최저치이며, 관세 및 무역 정책은 순지지율이 마이너스 17.3%포인트를 기록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생활비 부문으로 순지지율이 마이너스 30.0%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민 정책만이 순지지율 마이너스 5.3%포인트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퓨 리서치센터 조사(지난 8월)에 따르면 관세 정책에 대해 38%만 지지하고 61%가 반대했다. 퀴니피액 조사에서는 72%가 "트럼프의 관세가 단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답했다.
실버 불리틴에 따르면 트럼프가 "내가 이겼다"고 말한 바로 그 이슈인 식료품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생활비 부문 순지지율은 마이너스 30.0%포인트로 모든 정책 분야 중 최악이며,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한 지지율도 37%에 불과하다.
퓨 리서치센터(지난 8월)에 따르면 미국인의 43%만이 트럼프가 "약속을 지킨다"고 답했으며, 이는 정당별로 극명히 갈린다. 공화당원 76%는 그렇다고 답한 반면 민주당원은 13%만 동의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