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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中 SMEE·위량셩, DUV 기술 자립 선언…ASML 독주에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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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中 SMEE·위량셩, DUV 기술 자립 선언…ASML 독주에 균열

SMEE, 핵심 빔 제어 특허 확보…위량셩 28나노 장비 상용화 시험
美 EUV 봉쇄, '멀티 패터닝'으로 돌파…7나노 국산화 길 연다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맞서 중국이 DUV(심자외선) 리소그래피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의 SMEE는 노광 장비의 핵심 기술 특허를 확보했으며, 위량셩은 28나노 공정용 장비를 개발해 SMIC에서 상용화 시험에 착수했다. 사진=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맞서 중국이 DUV(심자외선) 리소그래피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의 SMEE는 노광 장비의 핵심 기술 특허를 확보했으며, 위량셩은 28나노 공정용 장비를 개발해 SMIC에서 상용화 시험에 착수했다. 사진=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고강도 기술 압박 속에서 중국 반도체 산업이 '기술 자립'을 향한 집념을 불태우고 있다. 최첨단 극자외선(EUV) 장비 도입이 막힌 데 이어 심자외선(DUV) 리소그래피 장비까지 수출 통제 목록에 오르자, 중국은 독자 기술 개발로 활로를 찾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MEE)가 28nm 공정용 장비 개발과 함께 핵심 기술 특허를 확보하고, 베이징 위량셩(Yuliangsheng)의 28나노(nm) 침수식 국산 장비가 SMIC에서 시험에 돌입한 소식은 이러한 중국의 전략이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움직임은 네덜란드 ASML이 독점해 온 리소그래피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세계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재촉할 중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IT 전문 매체 디지타임스가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핵심은 빛으로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리소그래피(노광) 기술이며, 이 시장은 ASML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특히 7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에는 EUV 노광 장비가 필수다. 미국은 2023년부터 중국을 상대로 EUV 장비 수출을 전면 금지하며 중국의 첨단 반도체 발전을 억제해왔다.

압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미국은 불화아르곤(ArF) 침수식 같은 고급 DUV 장비까지 수출 통제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 7나노 이상 기존 공정에서도 중국의 기술 발전을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세계 최대 장비업체인 ASML 역시 이 제재를 따르겠다고 공식화하며, 최신 침수식 DUV 장비인 '트윈스캔 NXT:2000i' 시리즈의 중국 수출을 멈췄다. 이 때문에 중국의 28나노 이하 공정 양산 능력은 심각한 제약에 부딪히며 미래 기술 발전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방위 기술 봉쇄에 맞서 중국 정부와 산업계는 '국산 대체'라는 생존 전략을 꺼내 들었다. 수년에 걸친 막대한 투자와 정책 지원은 최근 눈에 띄는 성과물로 이어지며 반격의 서막을 열고 있다.

美 기술 봉쇄, '특허'와 '실증'으로 맞불


최근 중국의 기술 자립 노력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SMEE가 공개한 신규 특허(공개번호: CN119668039A)다. 중국 기업 정보 자료 '톈옌차'를 통해 공개된 이 특허는 노광 장비의 핵심인 '빔 조절 장치'에 관한 것이다. 이 장치는 지지대, 정교한 거울 조립체, 그리고 이를 움직이는 구동 장치로 이뤄진다.

특허 기술의 핵심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두 축 회전 거울군을 통해 거울 조립체의 제어 방식을 혁신했다는 점이다. 기존 기술의 한계를 넘어, 서로 수직인 두 축을 중심으로 각각의 거울이 서로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정밀하게 돌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러한 다축 독립 구동 방식은 빛의 경로를 정확히 제어해 정렬 및 영상 정확도를 극대화한다. 공식 설명에 따르면 이 기술을 실제 노광 장비에 적용하면, 반도체 수율과 바로 이어지는 칩 패턴 처리 품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업계는 이 기술이 양산 단계에 이르면 중국산 DUV 노광 장비의 정밀도와 안정성이 크게 높아져, ASML 같은 세계 선두 주자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는 결정적 기회가 될 것으로 평가한다. SMEE는 이 밖에도 노광 광학계, 스캐너 제어, 정밀 정렬 모듈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특허 목록을 꾸준히 늘리며 기술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SMEE가 원천 기술 확보에 힘쓰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국산 장비의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에서 시험 생산 단계에 들어간 위량셩의 28나노 침수식 DUV 장비가 그 주인공이다.

업계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대목은 이 국산 DUV 장비가 '멀티 패터닝' 공정과 결합될 가능성이다. 멀티 패터닝은 한 번의 노광으로 새기기 어려운 미세 회로를 여러 번에 걸쳐 그리는 기술이다. 비록 EUV에 견줘 공정이 복잡하고 생산 비용이 늘지만, 기존 DUV 장비의 한계를 넘어 더 미세한 선폭을 만들 수 있게 해준다.

업계에서는 위량셩의 장비와 멀티 패터닝 기술이 성공적으로 결합하면, 이론상 7나노 선폭 해상도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EUV 장비 없이도 첨단 공정의 문턱을 넘을 수 있는 현실성 있는 ‘대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만약 위량셩의 장비가 SMIC에서 오랫동안 이어진 까다로운 양산 검증을 최종 통과한다면, 중국의 자체 공정 기술에서 중대한 기술적 진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넘어야 할 산 많지만…"2~3년 내 자립 분수령"


물론 중국의 '반도체 일어서기'가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국산 DUV 노광 장비는 여전히 높은 개구수(NA) 렌즈 제조 역량 부족, 광원 출력 안정성, 나노미터급 정렬 정밀도, 그리고 양산 라인 신뢰성 등 여러 기술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위량셩과 SMEE 같은 선두 기업들의 빠른 기술 개발 속도, 정부가 전폭으로 지원하고(총 1500억 달러, 약 213조 원으로 추산되는 반도체 자립 계획 포함), SMIC과 같은 대형 웨이퍼 공장의 적극적인 현장 시험이 맞물리면서 중국은 점차 ASML 의존에서 벗어나는 독자 DUV 기술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SMEE의 특허 전략이 뒤따를 양산 장비의 기술 토대를 마련하고, 위량셩의 실증 시험이 상용화의 길을 여는 두 갈래 전략이 상승 효과를 내고 있다.

이 두 기술 개발의 성패가 앞으로 2~3년 안에 중국이 28나노 이하 공정의 기술 병목 현상을 이겨내고 서방 장비 의존도를 실제로 낮출 수 있을지를 결정할 것이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맨 앞줄인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거대한 도전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온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봉쇄에 맞선 중국의 도전이 반도체 제조장비 분야의 자립 기반을 빠르게 다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