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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희토류 공급망 통제 강화…해외 생산품까지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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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희토류 공급망 통제 강화…해외 생산품까지 규제

미중 정상회담 앞둔 '전략 카드'…협상력 극대화 포석
반도체·전기차 업계 직격탄…공급망 분리 가속화 전망
중국이 희토류 공급망 통제를 강화하며 해외 생산품까지 규제하는 가운데, 이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전략적인 움직임으로 양측의 협상력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조치로 반도체 및 전기차 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며 글로벌 공급망 분리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이 희토류 공급망 통제를 강화하며 해외 생산품까지 규제하는 가운데, 이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전략적인 움직임으로 양측의 협상력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조치로 반도체 및 전기차 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며 글로벌 공급망 분리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로이터

중국이 미중 무역분쟁의 '전략무기'인 희토류 통제 고삐를 한층 더 조였다. 이번 조치는 중국산 희토류를 써서 해외에서 만든 완제품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켜, 국제 첨단 산업 공급망에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첨단 산업 패권을 두고 워싱턴과 대립해온 베이징이 협상력을 높이려 또 다른 압박 카드를 꺼내 든 모양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9일(현지시각) 성명에서 일부 희토류와 관련 기술의 수출 통제를 대폭 강화한다고 밝혔다. 새 규제는 중국 영토 밖의 생산 활동까지 통제권 아래 두는 것이 핵심이다. 앞으로 중국산 희토류를 수입해 제품을 만드는 해외 수출업자들은 완제품을 다른 나라로 수출할 때 중국 상무부로부터 따로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기술 통제 역시 한층 정교해졌다. 상무부는 희토류 채굴·추출 기술, 희토류 영구자석 제조 기술, 관련 광물의 재활용 기술 등을 허가 없는 수출 금지 대상으로 정했다. 군사 목적으로 기술을 이전하거나 활용하는 일은 원칙적으로 승인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명확히 했다. 다만 반도체 연구개발(R&D)에 쓰는 일부 희토류 품목의 수출은 사안별로 심사해 제한적으로 허가하겠다고 밝혀, 핵심 기술 분야 통제는 더욱 까다롭게 관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번 조치는 미국과 중국이 벌여온 소모적 무역 전쟁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희토류는 그동안 양국 갈등의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였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공급량의 약 70%를 차지하고, 이를 워싱턴과의 협상에서 강력한 지렛대로 활용해왔다. 실제로 지난 2025년 8월 기준 중국의 희토류 제품 수출, 특히 자석류가 올해 1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회복됐는데도 다시 규제를 강화한 것은, 시장을 의도적으로 조정해 정치적 지렛대로 삼으려는 의도를 명확히 드러낸다.

특히 이번 규제 강화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불과 몇 주 앞두고 나와, 회담 전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 신호로 풀이된다.

산업계 파장과 국제사회 반응


이번 조치로 반도체, 전기차, 방위산업 같은 희토류 의존도가 높은 핵심 산업들의 공급망 불확실성은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장비, 자석, 광학 소재 등에 희토류가 필수적이어서 공급망 위험이 커졌다. 전기차 산업에서는 모터에 쓰는 네오디뮴(Nd) 자석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이 때문에 테슬라, BYD, 토요타 같은 주요 기업의 원자재 조달에 큰 압박이 될 수 있다. 또한, 항공기, 미사일, 레이더 등 첨단 무기체계에 희토류를 쓰는 방위산업도 타격이 불가피하며, 서방 국가들의 국방 공급망 재편을 더욱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미국은 이미 '희토류 공급망 독립'을 목표로 호주, 캐나다 같은 우방국과 협력을 강화해왔다. 이번 조치로 미국의 '핵심광물 전략(Critical Minerals Strategy)'은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희토류 가격이 오를 것으로 내다보며, 특히 고성능 자석의 원료인 디스프로슘(Dy), 테르븀(Tb) 등의 공급 부족을 걱정하고 있다. 한편, 중국 안의 관련 기업들은 정부의 허가와 심사 절차 강화로 행정 부담이 커지고, 일부는 내수 중심으로 사업을 바꿀 가능성도 나온다.

'공급망 무기화'와 국제 분업구조의 균열


이번 조치는 단순한 광물 수출 규제를 넘어선다. 공급망 통제권으로 지정학적 영향력을 넓히고, 기술 이전을 막아 기술 자립도를 높이며, 국제협상용 경제 압박 수단을 확보하려는 세 가지 목적을 동시에 노린 고도의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 조치는 단기적으로 세계 기술 산업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국제 공급망 분리(디커플링) 현상을 한층 더 깊게 만드는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