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네덜란드, 중국계 반도체기업 넥스페리아 경영 직접 통제…“기술 유출 우려 대응”

글로벌이코노믹

네덜란드, 중국계 반도체기업 넥스페리아 경영 직접 통제…“기술 유출 우려 대응”

넥스페리아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넥스페리아 로고. 사진=로이터

네덜란드 정부가 중국 자본이 지배하고 있는 반도체 제조업체 넥스페리아의 경영에 직접 개입해 회사 운영을 통제하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유럽 내 핵심 기술 유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번 조치는 서방 국가들과 중국 간 반도체 기술 접근권을 둘러싼 갈등을 더욱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다.

FT에 따르면 네덜란드 경제부는 “최근 넥스페리아에서 심각한 지배구조 문제와 비정상적 경영 행위가 발견돼 유럽 내 핵심 기술 역량의 지속성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물자 확보법(Goods Availability Act)’을 근거로 회사 경영을 정부가 직접 감독하게 됐다고 전날 밝혔다.

넥스페리아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지난 2019년 이후 중국 윙텍 그룹이 지분의 과반을 보유해왔다. 이 회사는 유럽 자동차 산업과 소비자 전자제품용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이 조치로 빈센트 카레만스 네덜란드 경제부 장관은 넥스페리아 이사회가 내리는 주요 결정을 승인하거나 무효화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 네덜란드 당국은 이미 지난달 30일 해당 명령을 발동했다.

넥스페리아는 지난 2017년 네덜란드 반도체 제조사 NXP로부터 분리된 뒤 중국 국영투자 컨소시엄에 27억5000만달러(약 3조8300억원)에 인수됐다. 이후 1년 만에 지분이 단계적으로 윙텍으로 넘어갔다.

윙텍은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지정학적 편향의 결과이며 유럽연합이 강조해온 시장경제 원칙과 공정 경쟁, 무역 규범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중국 외교부 역시 “국가 안보 개념을 남용해 중국 기업에 차별적 조치를 취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네덜란드는 경제·통상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고 시장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항소법원은 정부 명령이 내려진 직후 넥스페리아의 중국인 최고경영자 장쉐정을 직무에서 정지시키고 독립적인 비(非)중국인 이사를 임명해 주요 의사결정권을 부여할 것을 명령했다.

윙텍은 이후 공시에서 “법원이 넥스페리아의 주식을 관리인에게 맡기도록 결정했지만 경제적 권리는 여전히 당사가 보유한다”고 밝혔다. 윙텍 주가는 이 발표 직후 상하이 증시에서 하루 만에 10% 급락했다.

앞서 미국 상무부도 지난해 윙텍을 ‘수출제한 목록’에 올리며 미국 기업의 기술 판매를 제한한 바 있다. 네덜란드 정부 역시 미국의 압박에 따라 자국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첨단 장비를 중국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한 상태다.

FT는 “이번 조치는 단순히 한 기업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유럽 내 전략 기술을 지키기 위한 첫 사례”라면서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유럽의 산업정책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