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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혁신의 ‘창조적 파괴’ 가속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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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혁신의 ‘창조적 파괴’ 가속화 전망

노벨 경제학상 연구가 밝힌 혁신 선순환의 필수 조건—특허·교육·금융·재정·무역 제도
AI 기술 혁신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특허 보호, 고등교육 지원, 혁신 자금 조달, 경기 대응 재정 정책, 무역 자유화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노벨수상자들은 말한다. 이미지=GPT4o 이미지 확대보기
AI 기술 혁신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특허 보호, 고등교육 지원, 혁신 자금 조달, 경기 대응 재정 정책, 무역 자유화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노벨수상자들은 말한다. 이미지=GPT4o
인공지능(AI)이 기존 강자의 지위를 흔들며 경제 전반에 창조적 파괴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엘 모키르·필리프 아지옹·피터 하위트의 연구는 기술 혁신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특허 보호, 고등교육 지원, 혁신 자금 조달, 경기대응 재정정책, 무역 자유화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지난 17(현지시각) 배런스가 전했다.

19세기 과학·산업 선순환의 교훈


모키르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산업혁명 이전 수백 년간 경제가 정체했다가 19세기에 들어 발전한 이유로 과학 연구가 새로운 지식을 내놓으면 기술자와 기업가가 상품과 공정을 개발해 수익을 창출하고, 그 자금이 다시 과학 연구로 투입되는 선순환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개발 정보의 개방이 기존 이해관계자의 저항을 넘어 혁신을 촉진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미국 혁신의 엔진, ‘창조적 파괴


아지옹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와 하위트 런던정치경제대 교수는 기존 기업이 대규모 이익을 누릴 때 신생 기업이 그 우위를 위협하도록 만드는 정책 조건을 제시했다.

첫째, 특허 제도의 균형 유지다. 미국은 발명가가 20년 동안 배타적 권리를 확보하도록 하지만, 지나치게 긴 독점은 후발 주자의 진입을 막는다. 예컨대 2010년대 바이오 분야에서는 특허 연장 전략으로 신약 복제약 시장 진입이 지연됐고, 이에 대해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제재를 검토한 사례가 있다.

둘째, 인적 자본 확대다. 미국은 매년 수백 억 달러의 연구개발(R&D) 예산 중 25% 이상을 대학과 국립연구소에 배정하며, 박사급 연구인력 양성에 집중한다. 하위트 교수는 공공의 연구 역량이 튼튼해야 민간 혁신이 활발해진다고 말했다.

셋째, 혁신 금융 인프라 구축이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VC)과 사모펀드(PE)는 기업 가치 상승 잠재력을 보고 초기·중기 스타트업에 자금을 공급한다. 2025년 기준 AI·바이오 분야에만 1180억 달러(168조 원)가 유입되며 전체 스타트업 투자액의 45%를 차지했다. 이들 펀드는 투자회수(엑시트) 시장과 연결돼 있어, 성공 기업의 상장(IPO) 혹은 M&A를 통해 자금을 회수한 뒤 재투자한다.

넷째, ()사이클(countercyclical) 재정정책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은 경기침체 국면에서 7870억 달러(1120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nt Act)을 집행해 기업 투자를 유지했다. 아지옹 교수는 불황기에 민간 투자가 위축되면 공공 재정이 그 공백을 메워야 혁신이 멈추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다섯째, 무역 자유화 및 효율적 채무 조정이다.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발효로 제조업 경쟁력이 강화됐고, 외국 기술·자본 유입이 손쉬워졌다. 동시에 2005년 개정 파산법(Bankruptcy Abuse Prevention and Consumer Protection Act)은 절차를 간소화해 기성 기업이 불가피한 구조조정을 거친 뒤 신생 기업에게 시장 기회를 넘겨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같은 정책 패키지는 창조적 파괴의 엔진으로 작동해, 신기술이 기존 시장을 도전하고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전문가들은 “AI와 같은 혁신 기술이 지금처럼 빠르게 확산되려면 이 다섯 가지 제도가 계속 작동해야 한다고 평가한다.

AI 시대 정책 점검과 과제


AI 시대 경쟁력의 관건은 혁신 속도를 뒷받침하는 제도적·인프라적 기반에 있다.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규모는 올해 1180억 달러(168조 원)에 이르러 지난해 640억 달러(91조 원)의 두 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글로벌 벤처투자 970억 달러(138조 원) AI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38%, 전체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다. 이는 AI 기술이 전통 산업을 넘어 금융·의료·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익 창출 기회를 확대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전력·자본·인프라 부족이 혁신의 발목을 잡을 우려도 크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2028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비중이 전체 전력의 12%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대규모 AI 모델 학습과 추론 수요가 늘면서 전력망 과부하와 전력요금 상승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전력망 확충 없이 AI 데이터센터가 계속 늘어나면 서비스 불안정과 비용 부담이 커져 혁신 속도가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오라클이 오픈AI와 체결한 3000억 달러(427조 원) 규모 클라우드 공급 계약 이행은 추가 자금 조달과 전력 확보라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데이터센터 설비 투자비와 운영비가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만큼, 오라클은 부채를 늘려 자금을 마련하거나, 자체 전력망 구축을 검토해야 한다. 동시에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지 못하면 탄소 배출 문제도 커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스크가 높아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AI 혁신의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려면 혁신 금융과 인프라 투자, 전력망 확충, 재생에너지 확대 등 다각도의 정책 지원이 필수적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제도적 균형이 무너지면 AI 경쟁력이 빠르게 약화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노벨상 수상 연구는 혁신이 깨어있는 제도와 정책의 균형 위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AI 시대에도 기술이 경제 성장을 견인하려면 특허·교육·금융·재정·무역 제도가 선순환 구조로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일관된 견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