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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삼성전자, 메모리 왕좌 탈환…'TSMC의 벽' 넘을 파운드리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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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삼성전자, 메모리 왕좌 탈환…'TSMC의 벽' 넘을 파운드리 전략은?

3분기 HBM 앞세워 194억 달러 매출…SK하이닉스 제치고 1위 복귀
파운드리 점유율 8% 정체…인텔 1.8나노 가세로 '3파전' 격화
삼성전자가 HBM을 앞세워 3분기 메모리 1위를 탈환하며 반등에 성공했으나 8% 점유율에 머무른 파운드리 부문은 TSMC, 인텔과의 치열한 3파전을 앞두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가 HBM을 앞세워 3분기 메모리 1위를 탈환하며 반등에 성공했으나 8% 점유율에 머무른 파운드리 부문은 TSMC, 인텔과의 치열한 3파전을 앞두고 있다. 사진=로이터
삼성전자가 2025년 3분기,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놀라운 실적을 바탕으로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1위 왕좌를 되찾을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는 이를 삼성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강력한 회복 신호로 읽고 있다.

그러나 메모리 부문이 출하량을 늘리고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며 화려하게 부활하는 동안, 업계의 시선은 삼성의 또 다른 축인 비메모리, 즉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와 시스템 LSI 사업부로 향하고 있다. 오랫동안 침체에 빠졌던 이들 사업부가 과연 동반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삼성의 진정한 부활을 가늠할 핵심 척도다.

'왕의 귀환' 알린 메모리


22일(현지 시각) 디지타임스 등 국내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를 포함한 총 메모리 시장 매출은 약 194억 달러(약 27조 원)에 이르러, SK하이닉스에게서 세계 메모리 시장 1위 자리를 되찾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흐름은 삼성이 최근 공시한 3분기 잠정 실적과도 일치한다. 삼성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 86조 원(약 605억3000만 달러), 영업이익 12조1000억 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률은 14.07%에 이른다.

이번 실적 반등의 중심에는 단연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 부문이 있다. 국내 업계 분석가들은 HBM3E(고대역폭메모리) 출하량이 급증하고, 엔비디아·AMD·브로드컴 등 세계 주요 기술기업들의 주문이 크게 늘어난 것이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이 삼성으로 다시 넘어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진짜 승부처는 '파운드리'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메모리에만 의존한 회복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진정한 회복은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삼성이 메모리 1위 자리를 탈환하며 핵심 사업의 저력을 입증했지만, DS 부문의 완전한 회복은 시스템 반도체의 경쟁력 개선 여부에 달렸다는 것이 국내 업계의 중론이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파운드리 서비스 분야는 대만의 TSMC가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며 사실상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TSMC의 점유율은 2024년 60% 초반대에서 불과 1년 만에 5~6%포인트나 증가했다. 반면 삼성은 8%의 점유율로 2위 자리를 유지하는 데 그치고 있다. 1위와의 격차가 너무 크다.

삼성의 시스템 반도체 사업은 오랫동안 분기마다 1조 원이 넘는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며 전체 실적의 발목을 잡아왔다. 2025년 2분기 손실액은 3조 원에 육박했던 것으로 추정되나 3분기에는 7000억 원에서 9000억 원 사이로 적자 폭이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메모리 사업 호조 덕분에 그룹 전체 이익은 커졌지만 비메모리 부문은 여전히 구조적 부담을 안고 있는 셈이다. 적자 폭 축소는 긍정적이나 여전히 흑자 전환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인텔까지 가세한 '첨단 공정' 전쟁


이런 가운데 삼성은 반격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최근 테슬라·애플 등 세계 거대 기업들과 주문 계약을 확보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또한 삼성이 엔비디아의 'NV링크 퓨전' 생태계에 참여한 것은 상징적인 이정표다. 업계는 이를 첨단 패키징 분야에서 전략적으로 복귀하는 신호로도 평가한다. 이 협력은 칩 설계 단계부터 기술을 공유하며, 약점으로 지적받아 온 첨단 패키징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은 첨단 공정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최근 인텔이 1.8nm(18A) 공정을 적용한 차세대 AI 노트북 프로세서 '팬서 레이크(Panther Lake)'의 대량생산을 시작하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전까지 5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첨단 공정은 TSMC와 삼성만이 가능했지만, 인텔이 2nm급 양산에 조기 돌입하면서 첨단 공정의 패권 경쟁이 다시 3파전 구도로 재편, 시장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 것이다. TSMC와 삼성 모두 2025년 말까지 2nm 공정 양산을 시작한다는 목표다.

삼성은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2600(Exynos 2600)'에 2nm GAA(Gate-All-Around) 공정을 우선 도입할 방침이다. 현재 수율 개선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며, 2026년 출시될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6' 시리즈 탑재를 목표로 적극 준비하고 있다.

삼성의 전략은? 'IDM' 강점 극대화 및 미래 전망


삼성은 메모리, 파운드리, 모바일 SoC(시스템 온 칩)를 모두 다루는 종합 반도체 기업(IDM)이라는 강점을 활용해 2nm 공정을 기회로 파운드리 고객사를 적극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AI 칩 및 고성능 컴퓨팅(HPC)용 맞춤형 설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내부 AP 최적화를 통해 수율 안정화와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의 메모리 부문은 그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지만, 반도체 사업의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는 파운드리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앞으로 단기(2025~2026년)에는 메모리 시장 호황이 전체 실적을 이끌겠지만, 중기(2026~2027년)에는 2nm 공정 안정화와 파운드리 수율 확보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장기(長期)로는 AI, HPC, 자율주행용 SoC 등 시스템 반도체로 확장해 '탈메모리 중심 구조'로 전환하는 전략이 필수라는 분석이다. 파운드리의 낮은 점유율과 시스템 LSI의 적자 구조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TSMC·인텔과의 장기 경쟁에서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