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순방 중 북·미 정상회담 물밑 타진…김정은 "비핵화 집착 버리면 만날 용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난다면 2018년 싱가포르, 2019년 베트남 하노이, 같은 해 판문점 비무장지대(DMZ)에 이은 4번째 정상회담이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첫 북·미 정상회담이 된다.
이달 26~28일 말레이시아·31일 한국 경주 APEC 참석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26~2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오는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가할 예정이다. 일본 방문도 예정돼 있다.
대통령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9일 한국에 도착해 30일까지 1박 2일 동안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16일 밝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그 기간에 한·미 정상회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미국 정부가 북·미 정상회담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 실무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은 현재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 준비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소식통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남에 관심을 보인 계기는 지난 8월 한국 이재명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한 뒤부터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이재명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접견하면서 "올해 안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을 경주 APEC에 참석해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을 추진해보자고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슬기로운 제안"이라고 여러 차례 높이 평가했다.
김정은 "트럼프 좋은 기억 남아…현실 인정하면 대화 가능"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개인적으로 여전히 좋은 기억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비핵화라는 허황된 집착을 버리고 현실 인정에 바탕한 평화공존을 원한다면 미국과 마주앉을 이유가 없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김 위원장은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의 합동 군사훈련이 핵전쟁 준비로 바뀌었다며 북한이 생존을 위해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8일 김 위원장이 핵 관련 과학자와 기술자를 만나 "강한 억제력, 즉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힘에 따른 평화유지 논리는 우리의 절대불변한 입장"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2018~2019년 세 차례 회담 뒤 6년 만에 재회담 가능성 열려 있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첫 회담을 가졌고,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두 번째 회담을 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같은 해 6월에는 판문점 DMZ에서 세 번째 만남을 가졌으며, 이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땅을 밟은 첫 현직 미국 대통령이 됐다.
한편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APEC을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지에 대해 "지금은 단정하기 곤란하다"면서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 역시 외신과 인터뷰에서 "그들(트럼프와 김정은)이 가까운 미래에 만난다면 좋은 일"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