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xAI 견제·단기 성장 위한 '금기 깨기'…업계 파장
"정치적 압박 커지면 철회할 것"…오래 못 갈 '실험' 관측
"정치적 압박 커지면 철회할 것"…오래 못 갈 '실험' 관측

올트먼 최고경영자는 지난 15일 새로운 버전의 챗GPT가 "성인을 성인으로 대할 것"이라며 에로티카 같은 성인용 콘텐츠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지난 8월, 복스 기자 출신 유튜버 클레오 에이브럼과 나눈 인터뷰에서 보여준 태도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당시 올트먼은 '회사의 승리가 아닌 세상을 위한 결정'의 예시를 묻는 말에 "우리는 아직 챗GPT에 섹스봇 아바타를 넣지 않았다"고 답하며, 사용자를 현혹하는 조잡한 상술과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디 인포메이션은 이 발언이 당시에는 농담처럼 들렸지만, 사실상 이번 정책 변화의 예고편이었다고 짚었다.
경쟁사 견제·수익 압박에…'금기' 깨다
이처럼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그가 태도를 바꾼 데에는 복합적인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경쟁 구도와 수익성 압박이 꼽힌다. 현재 AI 업계의 최대 라이벌인 일론 머스크의 xAI는 이미 자사 AI 서비스 '그록'에 노골적인 대화 기능을 탑재하며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오픈AI가 성인용 콘텐츠를 허용함으로써 xAI로 향하는 사용자들의 발길을 돌리고, 머스크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라이벌 심리전'의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동시에 가파르게 증가하는 운영비(특히 GPU 임대 비용) 부담과 기업공개(IPO) 준비에 따른 재무 압박 속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성인용 콘텐츠는 단기간에 유료 구독자 수와 서비스 이용 시간을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는 확실한 카드다. 앞으로 IPO를 염두에 둔 오픈AI로서는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성장세를 입증해야 한다. 디 인포메이션은 "지금 당장은 에로티카를 허용하는 것이 편리하다"며 "오픈AI가 성장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시점에 각종 수치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철회 수순 밟을 '단기 실험'이라는 관측
물론 올트먼 역시 이러한 결정이 불러올 후폭풍을 인지하고 있다. 그는 에로티카 콘텐츠를 제공하기에 앞서 성공적인 연령 인증 기술을 먼저 도입하겠다고 약속하며 청소년 보호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완벽한 연령 인증 기술 구현이 기술상 매우 어려운 과제라는 점에서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2025년 중반부터 본격화한 미 의회의 AI 규제 강화 움직임은 큰 변수다. 조시 홀리, 리처드 블루먼솔 등 상원의원이 추진 중인 'AI 보호 법안(AI Protection Bill)'이 거론되는 가운데, 오픈AI의 이번 조치는 규제 강화의 명분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이러한 배경 탓에 업계 전문가들은 오픈AI의 이번 '에로티카 실험'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장기 비전보다는 단기 목표 달성을 위한 전술 선택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압박이 거세지는 특정 시점이 오면, 올트먼이 '실험 시도 → 여론 반발 → 중단 → 사과와 이미지 회복'이라는 전형적인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그는 '잘못을 바로잡는 책임 있는 기업가'라는 이미지를 얻으며 비판 여론을 잠재울 수 있다. 만약 그사이 다른 혁신 기능으로 사용자들을 묶어두는 데 성공한다면, 성인용 콘텐츠를 포기하는 데 따르는 사업 손실도 최소화할 수 있다.
디 인포메이션은 "올트먼이 성장이라는 미끼를 위해 한 번 마음을 바꿀 수 있다면, 또다시 바꿀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AI 업계를 둘러싼 논쟁은 비단 오픈AI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경쟁사 앤스로픽의 잭 클라크는 파괴적인 AI의 위험성을 꾸준히 경고하며 강력한 규제를 촉구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에서 AI 정책을 담당했던 데이비드 색스는 이를 자기 이익을 위한 위선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 최고경영자는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고 샌프란시스코에 주 방위군 파병을 제안했다가 오랜 친구이자 민주당의 거물 후원자인 론 콘웨이와 결별하는 등 홍역을 치른 뒤 자신의 발언을 일부 거둬들였다. AI 기술의 발전과 영향력이 커질수록 이를 둘러싼 지도자들의 고뇌와 업계 논란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