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은행들의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대형은행들이 중소은행을 흡수하려는 인수합병(M&A) 움직임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로이터는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이후 2년 만에 자동차업계 파산과 대출 부실이 잇따르면서 은행주가 하락세를 보였고 시장 불안이 재점화됐다며 이같이 전했다.
◇ 대출 부실·자동차업 파산에 은행주 급락
로이터에 따르면 최근 자이온스 뱅코퍼레이션이 기업 대출 손실을 공시하고 웨스턴얼라이언스는 사기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혀 시장 불안을 키웠다. 동시에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브랜즈와 중고차 금융 및 판매업체 트리컬러의 파산이 신용시장의 긴장을 높였다.
◇ “규제 완화 기조 속 인수 논의 빨라질 수도”
로펌 너터의 댄 하트먼 변호사는 “주가와 기업가치 흐름이 항상 M&A 논의를 촉진해왔기 때문에 최근 시장 불안이 오히려 거래 논의를 앞당길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우호적 규제 기조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출 부실 정보가 비공개로 유지되는 탓에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며 중소은행의 경우 장기 부진이 이어지면 매각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한 투자은행의 관계자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자이온스, 플래그스타, 퍼스트호라이즌, 이스트웨스트, 파퓰러, 웨스턴얼라이언스, 웹스터파이낸셜 등 미국의 중견 지역은행들을 잠재적 인수 대상으로 꼽았다.
◇ 은행권 M&A 4년 만의 최고 수준
S&P 글로벌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미국 은행권에서 발표된 인수합병 건수는 51건으로 4년 만에 가장 많았다. 다만 주가 변동성이 심한 상황에서는 거래 가치 산정이 어려워 협상이 지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모닝스타 DBRS의 마이클 드리스콜은 “은행 대출의 부실률은 여전히 낮지만 최근 잇따른 대형 부실이 신용 악화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노무라증권의 그렉 허트리히는 “이번 주가 급락은 새로운 인수자보다는 기존 은행 간 전략적 합병 논의를 촉진할 것”이라며 “시장 평가가 바뀌면 거래 일정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