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압박 vs 방산 확대…마스가 프로젝트 850억원 피해 예상

미국과 드론 공동생산, 필리핀에 미사일 판매 동시 진행
프랑스 방산 전문매체 네이벌 뉴스는 지난 1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육군협회(AUSA) 방산전시회에서 한화그룹 관계자가 "대함능력을 원하는 고객 수요가 늘면서 현재 천무 전술미사일 대함형(CTM-ASBM)을 개발 중"이라며 "필리핀 같은 섬나라나 해안선이 긴 유럽 국가 등이 잠재 고객"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한화가 개발 중인 CTM-ASBM은 사거리 160㎞로 2028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며, 해상 표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자체 개발 통합형 적외선 탐색기를 장착할 예정이다. 한화는 이와 함께 이동식 다연장로켓 K239 천무 판매도 함께 제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육군은 앞서 한화 제품인 K239 천무 다연장 로켓 시스템을 사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미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 리셀로테 오드가드 선임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한화 제안은 중국의 해상 팽창에 맞서 지역 동맹국을 돕겠다는 한국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인도·태평양 방어에서 한국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필리핀이 한화 판매 제안을 받아들이면 베트남·인도네시아 등도 비슷한 시스템 도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화는 앞서 지난 4월 2일 미국 무인기 전문업체 제너럴 아토믹스와 단거리 이착륙 무인기 그레이 이글 공동개발 협력을 발표했다. 미국이 다른 나라에 이런 무인기 생산을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는 그레이 이글 외에도 실험용 모하비 단거리 이착륙 드론도 생산할 예정이며, 이들 무인기는 한국 강습상륙함을 포함한 평판형 선박에서 이착륙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항공모함 기반 드론 배치를 빠르게 하고, 미국과 한국 수요를 채우며, 생산 비용을 줄여 국제 시장을 차지하고 중국의 레인보우·익룡 시리즈 드론과 맞서겠다는 목표다.
중국 제재 직격탄, 마스가 프로젝트 차질 우려
한화의 이런 움직임은 중국이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인 한화 필리조선소 등 5개사를 제재 대상으로 발표한 시점과 겹친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4일 한화쉬핑, 한화 필리조선소, 한화오션USA인터내셔널, 한화쉬핑홀딩스, HSUSA홀딩스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중국 해운·물류·조선 등 분야를 겨냥한 무역법 301조 조사 조치는 국제법과 국제관계 기본 원칙을 심각하게 어긴 것"이라며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들이 미국 정부 조사 활동을 도와 중국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해치고 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이 한화를 제재한 배경에는 한화의 미국 협력 행보에 대한 의구심이다. 중국 상무부는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들이 미국 정부의 301조 조사 활동을 돕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지난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중국 제재로 앞으로 1~2년 안에 최대 6000만 달러(약 850억 원) 규모 피해가 예상된다는 추정치가 나왔다"고 말하자 "당장은 아니더라도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답했다.
석 청장은 "마스가와 관련한 계약 체결이 아직 없어서 당장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지만 여러 기자재 등 문제를 고려하면 분명히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필리조선소가 필요한 기자재를 미국 밖에서 구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공급망 부분에서 미중간 첨예한 다툼이 있어, 중간에서 사업하는 한국 기업에 이런 우려는 늘 있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희토류 의존도 높아 장기 압박 가능성
업계 안팎에서는 중국이 희토류 공급망을 무기로 국내 기업들을 압박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받은 '2024년 국내 핵심광물 수입 현황'을 보면, 산업부가 지정한 핵심광물 29종 가운데 15종이 수입 물량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 기대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국내 핵심광물 비축분은 68.5일분으로, 목표치인 100~180일분에 비해 여전히 모자란다. 지난 10일 중국이 추가 수출 통제를 발표한 희토류의 경우 한국은 총 수입량 2919톤 가운데 중국에서 64%를 수입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5일 보고서에서 "중국이 한화그룹 미국 자회사를 제재해서 바로 끌어낼 수 있는 실익은 없다"며 "일종의 경고 조치"라고 내다봤다. 유안타증권도 15일 보고서에서 "이번 제재가 현재 조선·해운 시장에 어떤 영향도 줄 수 없다"며 "미국에서 만들어진 배는 원래 중국과 엮일 일이 없다"고 평가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라자라트남 국제연구원(RSIS)의 콜린 코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마스가 프로젝트 추진은 단순한 관세 대응일 뿐 아니라 한미 동맹에 새 활기를 불어넣으려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