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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삼성전자, '4나노 승부수' 통했다…HBM4 로직 다이 수율 90%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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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삼성전자, '4나노 승부수' 통했다…HBM4 로직 다이 수율 90% 돌파

엔비디아·AMD 겨냥 시제품 준비 본격화…'HBM 명가' 재건 노린다
'1c D램' 수율 동시 확보가 관건…2026년 12단 양산 목표
삼성전자가 4나노 공정을 적용한 차세대 HBM4 로직 다이의 수율 90%를 돌파하며 양산 안정화 단계에 진입했다. 엔비디아, AMD 등을 겨냥한 시제품 준비가 본격화된 가운데, 'HBM 명가' 재건에 나선다는 목표다. 사진=WCCF테크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가 4나노 공정을 적용한 차세대 HBM4 로직 다이의 수율 90%를 돌파하며 양산 안정화 단계에 진입했다. 엔비디아, AMD 등을 겨냥한 시제품 준비가 본격화된 가운데, 'HBM 명가' 재건에 나선다는 목표다. 사진=WCCF테크

삼성전자가 차세대 인공지능(AI)용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개발 중인 HBM4의 로직 다이(logic die)가 사실상 양산 안정 단계에 진입했다.

20일(현지시각) IT전문 매체 새미그루와 업계 보고에 따르면, 삼성이 야심 차게 준비 중인 HBM4의 4나노(nm) 공정 기반 로직 다이 수율이 90%를 넘어섰다. 안정적인 양산 체제 진입을 시사하는 긍정적인 신호이자, 세계 주요 고객사 확보 경쟁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DRAM) 칩을 실리콘 관통 전극(TSV) 기술로 수직 적층해 고대역폭을 제공하는 메모리다. 로직 다이는 이 적층 메모리의 가장 아랫부분에 위치하며, GPU(그래픽 처리 장치)나 AI 가속기 같은 핵심 칩과 직접 연결돼 전력과 데이터 신호를 제어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삼성은 HBM4 로직 다이에 자체 4나노 미세 공정을 도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경쟁사들이 사용하는 12나노급 공정에 비해 3배 이상 세밀한 제조가 가능한 기술이다.

40%서 90%로…'초격차 4나노' 공정 안정화


삼성은 2025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HBM4 로직 다이 시험 수율이 40% 수준에 머물렀으나, 불과 몇 달 만에 이를 90% 이상으로 개선하며 괄목할 만한 기술 진보를 이뤘다. 해당 수율은 같은 4나노 라인 전체 평균을 웃도는 수준으로, '10개 중 9개 이상 불량 없이 생산한다'는 의미다. 이번 90% 이상의 수율 달성은 생산 공정이 양산에 투입될 만큼 충분히 안정됐다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성과는 삼성 파운드리사업부가 공정 최적화 전문 인력을 메모리사업부에 파견하는 등 전사적 역량을 결집한 결과로 평가된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이전 세대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경쟁사들보다 앞서 HBM4 로직 다이에 미세 공정을 적용했다"며, "아직 시장 검증이 남아있지만, 다가오는 차세대 HBM 시장에서는 파운드리 공정 기술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로직 다이 공정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듦에 따라, 삼성 메모리 사업부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현재 삼성은 엔비디아(Nvidia), AMD 등 핵심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HBM4 시제품을 공급하며 신속한 품질 검증(QA)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삼성은 급성장하는 AI 메모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시장 선점' SK하이닉스 추격…1c D램 수율이 마지막 관문


다만, 로직 다이 수율 안정은 양산 전 단계의 필수 조건일 뿐, HBM4 양산을 위한 모든 관문을 통과한 것은 아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로직 다이의 높은 수율 확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완전한 HBM4 양산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핵심 구성 요소인 D램 적층 부품 '1c 나노 D램'에서도 높은 수율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현재 삼성은 HBM4와 병행해 HBM3E 8층과 12층 제품도 시장에 공급 중이며, AI 수요 확대에 맞춰 HBM4 생산 능력을 단계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경쟁사들의 움직임도 빠르다. 2025년 기준 시장 점유율 51%로 1위를 유지 중인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 9월 HBM4 개발 완료를 선언하고 엔비디아용 시제품을 출하했다. SK하이닉스는 TSMC의 12나노 공정을 로직 다이에 사용하며 2025년 말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마이크론은 자체 12나노급 공정의 기술 제약으로 품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SK하이닉스가 시장 선점에 나섰지만, 삼성전자는 '공정 기술의 세대 차이'를 앞세워 속도와 전력 효율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의 HBM4는 최대 11Gbps의 속도를 목표로 하는 반면, 경쟁사는 약 10Gbps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HBM4를 기반으로 앞으로 7세대 제품인 HBM4E부터는 고객 맞춤형(Custom HBM) 설계를 강조할 계획이다. 로직 다이 단계의 파운드리 설계 역량이 앞으로 시장 경쟁의 판도를 가를 핵심 변수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삼성은 HBM4의 두 가지 핵심 부품 모두에서 안정적인 수율을 달성, 2026년 본격 양산을 목표로 12단(층) HBM4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이번 수율 안정이 HBM 시장 재도약을 위한 본격적인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