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상반기 인도 예정…3년 만의 컨테이너선 시장 복귀
유조선·벌크선 중심에서 선종 다각화 박차, 수주 잔량 빠르게 확대
유조선·벌크선 중심에서 선종 다각화 박차, 수주 잔량 빠르게 확대

해남에 본사를 둔 DH조선소(구 대한조선소)가 20일 확보한 이번 계약은 총 2억3300만 달러(약 3200억원) 규모다. 선박은 2028년 상반기에 인도될 예정이다.
DH조선소가 컨테이너선을 수주한 것은 2022년 이후 3년 만이다. 조선소는 구조조정 이후 주로 유조선과 벌크선에 중점을 두었다. 2022년 시장에 진출한 이후 회사는 1000TEU급 선박 2척과 8000TEU급 선박 4척을 인도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DH조선소는 일련의 수에즈맥스 유조선 수주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총 10척의 선박을 확보했다. 이는 조선소의 수주 잔량 확대와 사업 안정성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DH조선소는 올해 한국에서 이루어진 몇 안 되는 중형 박스십 주문을 확보하며 컨테이너선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재확인했다. 8800TEU급은 중형 컨테이너선 중에서도 효율성과 유연성이 뛰어나 다양한 항로에 투입될 수 있는 선형이다.
이번 수주는 DH조선소의 선종 다각화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조선 중심에서 컨테이너선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함으로써 특정 선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시장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DH조선소는 2010년대 후반 경영난을 겪다가 2019년 산업은행 주도로 채권단 관리를 받으며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이후 대한조선에서 DH조선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경영 정상화에 주력해왔다.
최근 몇 년간 DH조선소는 수에즈맥스 유조선과 벌크선 수주에 집중하며 실적을 회복해왔다. 이번 컨테이너선 수주는 조선소가 안정화 단계를 넘어 성장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업계 관계자는 "DH조선소가 유조선에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컨테이너선 시장에 재진입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며 "선종 다각화는 조선소 경영의 안정성을 높이는 중요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발주사인 도운기센은 이마바리에 본사를 둔 다각화된 선주로, 오코치(Okochi) 가족이 소유하고 있다. 베슬스밸류(VesselsValue) 데이터에 따르면 평균 6년의 선박을 관리하고 있으며, 유조선 및 건화물 부문에서 바쁜 한 해를 보냈다.
도운기센이 컨테이너선을 주문한 것은 2022년 말 일본 나이카이 조선(Naikai Zosen)에서 소형 선박 4척을 계약한 이후 처음이다. 일본 선주가 한국 조선소에 중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한 것은 DH조선소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8800TEU급 컨테이너선은 파나마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크기인 파나마맥스급에 속한다. 이 선형은 대형 선박에 비해 항만 접안이 용이하고 운영 유연성이 높아 많은 선주들이 선호한다.
DH조선소는 이번 수주를 계기로 컨테이너선 분야에서 추가 수주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소 관계자는 "기존 유조선 고객들뿐만 아니라 컨테이너선 시장의 새로운 고객들과도 관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소는 이번에 인도할 컨테이너선에 최신 친환경 기술을 적용해 환경 규제에 대응하고 운영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한국 조선업계는 최근 친환경 선박 기술과 디지털화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DH조선소의 컨테이너선 시장 복귀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다른 중소형 조선소들도 선종 다각화 전략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전망한다.
조선업계 애널리스트는 "DH조선소가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수주 다각화를 통해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며 "유조선과 컨테이너선을 아우르는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는 시장 변동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DH조선소는 이번 수주를 발판으로 2025년에도 다양한 선종에서 안정적인 수주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특히 친환경 선박과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집중해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전략이다.
2028년 상반기 인도 예정인 이 선박들은 당시 시장 상황에 따라 도운기센이 직접 운영하거나 용선 시장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