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45억 달러 시장…北美 점유율 35%·亞·태평양 연평균 18.5% 성장

AI·로봇공학·센서 기술의 고도화가 산업·의료·안전 분야까지 활용 범위를 넓히며 일본 소니, 한국 현대자동차그룹(보스턴 다이내믹스), 삼성전자가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3강’ 구도 형성한 주요 기업
일본 소니, 한국 현대자동차그룹(보스턴 다이내믹스), 삼성전자는 로봇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소니 ‘아이보(Aibo)’는 얼굴 인식과 감정 모사 기능을 갖춰 소비자용 반려 로봇 시장을 개척했다.
현대차그룹은 물류·의료·경비 분야 로봇개 시제품을 연구소에서 공개했으며 특히 보스턴 다이내믹스 ‘스팟(Spot)’은 자율 주행과 센서 융합 기술로 국방·산업 현장 점검에 활용된다.
삼성전자는 사물인터넷(IoT) 연동 의료용 로봇개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기술 협력 및 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해 시장 점유율 경쟁을 벌이며 ‘3강’ 체제를 굳히고 있다.
시장 고도화 이끄는 AI·센서 기술
최근 로봇개는 위험 인지 기반 보행(risk-aware locomotion)과 강화학습 기반 소음 저감 알고리즘을 결합해 실내외 환경에서 더욱 안정적이고 조용하게 움직인다. 스위스 취리히공대와 소니가 공동 개발한 강화학습 모델은 관절 강도와 보행 궤적을 스스로 최적화해 걷기 소음을 최대 10데시벨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와 함께 머신러닝으로 훈련된 신경망이 주변 객체 식별, 지형 분류, 행동 예측 기능을 수행해 비구조화된 환경에서도 자율 주행 정확도를 높인다.
5G·클라우드 로봇 기술도 도입돼 사물인터넷(IoT) 네트워크를 통해 대규모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졌다. 에릭슨이 선보인 5G 로봇개 ‘로키(Rocky)’는 공장 점검 현장에서 실시간 고화질 영상을 전송하면서도 지연 시간을 1밀리초 이하로 유지해 원격 제어 효율을 극대화했다. 이러한 기술 융합으로 로봇개는 단순 순찰·모니터링을 넘어 실시간 위험 분석, 원격 응급 대응 보조 등의 고도화된 역할을 수행한다.
돌봄·치유 수요 급증
세계적으로 고령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인지 저하·치매 환자를 위한 반려 로봇 도입 사례가 늘고 있다. 중국 항저우에서는 ‘샤오시(Xiaoxi)’라는 로봇개가 요양원 어르신들과 동행 산책하며 말벗 역할을 시험 운용 중이다. 샤오시는 음성 명령에 반응해 보조 보행을 돕고, 터치 센서로 반응해 정서적 안정 효과를 높인다.
미국 톰봇의 ‘제니(Jennie)’는 치매 환자 전용 치료 로봇개로 개발돼 지난 6월 610만 달러(약 87억 원) 투자를 유치했다. 제니는 실제 골든리트리버 강아지와 유사한 외형·소리를 재현하며 터치·음성·움직임을 인식해 환자의 행동에 반응한다. 의료진은 “제니가 환자의 불안 완화와 대화 자극에 도움을 준다”고 평가했다. 재활 치료 현장에서는 로봇개의 반복적 보조 동작이 환자의 근력 회복과 동작 학습을 지원하며 치료 효율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미 최대, 아시아·태평양 최고속 성장
2024년 북미 로봇개 시장 매출은 17억9000만 달러(약 2조5600억 원)로 전 세계 시장의 35% 이상을 차지했다. 미국은 보스턴 다이내믹스·고스트 로보틱스 등 선도 기업의 국방·산업용 도입이 활발해 시장을 견인했다. 캐나다는 정부의 AI 연구 지원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로봇개 관련 R&D 예산이 35% 늘었고, 멕시코는 전자 제조업의 리쇼어링 전략으로 물류·공장 자동화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2023~2030년 기간 연평균 18.5%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글로벌에서 가장 빠르게 시장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중국은 도시 감시와 산업 점검에 로봇개를 시범 적용 중이고, 일본은 고령화 사회 대응 차원에서 요양원·병원에 반려 로봇을 확대 배치하고 있다. 한국은 현대차·삼성전자·유진로봇 등이 스마트 공장·의료 센터 파일럿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빠르게 뒤따르고 있다.
원가 절감가 관건
로봇개 한 대당 제조 원가는 센서·모터·AI 모듈 등 핵심 부품 단가가 전체 비용의 60% 이상을 차지해 높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량 생산에 적합한 표준화된 부품 설계가 부족해 생산라인 효율이 낮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모듈형 플랫폼을 도입해 배터리·센서 모듈을 교체식으로 설계했고, 유진로봇은 자체 생산한 감속기·서보모터를 활용해 수입 부품 의존도를 낮췄다.
한편 샤오미는 단가 절감을 위해 자체 AI 칩셋과 경량 폴리머 소재를 적용한 ‘팡(Pang)’ 모델을 출시해 소비자용 로봇개 가격을 1000달러(약 143만 원) 아래로 낮췄다. 이 전략으로 샤오미는 글로벌 소비자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원가 구조 혁신이 본격화되면 대중화 속도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군집 제어 등 신기술 주목
한편 5G와 클라우드 기술로 여러 대 로봇개를 동시에 제어하는 ‘군집 제어’가 시제품 단계에 접어들었다. AI 협업 로봇(Cobot)과 결합해 복지관·병원에서 안전 순찰·응급 대응 기능을 하는 로봇개도 곧 등장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개 활용 범위가 반려에 그치지 않고 산업·의료·안전 분야로 넓어진다”면서 “생산 단가를 낮추고 사용법을 간단히 하면 시장 확대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