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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군수조달 뇌물 스캔들, 유럽 7개국 12명 체포…100만 달러 초과 뇌물 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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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군수조달 뇌물 스캔들, 유럽 7개국 12명 체포…100만 달러 초과 뇌물 수수

나토 지원·조달청 조직적 부패 드러나, 미국 국방부와의 관계 의혹도
나토 지원·조달청(NSPA)의 조직적 부패 조직망이 최근 조사보고서를 통해 공개됐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나토 지원·조달청(NSPA)의 조직적 부패 조직망이 최근 조사보고서를 통해 공개됐다. 이미지=GPT4o
나토 지원·조달청(NSPA)의 조직적 부패 조직망이 최근 조사보고서를 통해 공개됐다.

유럽 언론 컨소시엄의 공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감한 국방계약 관련 비밀입찰 자료 유출과 100만 달러(14억 원)를 초과하는 뇌물 수수 등이 적발됐고, 일부는 미국 국방 관심사와 연계된 것으로 파악됐다.

유럽 언론의 공동조사는 쿠르시브 뉴스에 지난 22(현지시각) 보도됐으며, 조직된 범죄 수사를 주도해온 벨기에 공동수사팀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5월 사이 유럽 7개국에서 12명이 체포됐다. 다만 적지 않은 사건들이 불명확한 상황 속에서 기소유예 또는 기소 거부되면서 미국을 포함한 정치적 개입 가능성을 놓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비밀입찰 정보 유출·뇌물 조직망 적발


나토 지원·조달청은 룩셈부르크 카펠렌에 본부를 두고 1500여 명의 직원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 100억 유로(16조 원) 규모의 방위사업 계약을 관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나토 32개 회원국을 대신해 항공기·헬기·탄약·연료 등 방위물자 구매계약을 중앙집중식으로 담당하고 있다.

벨기에 매거진 '(Knack)', 신문 '르 쇠르(Le Soir)', 라 레트르(La Lettre)', 네덜란드 조사 웹사이트 '팔로 더 머니(Follow the Money)' 등이 참여한 공동조사에 따르면, ·현직 나토 조달청 직원들이 중간자 역할을 하면서 방위산업체들과 기구 사이에 부패 조직망을 형성했다. 조사 결과 국적이 다양한 개인들이 포함된 최소 4개의 사건이 적발됐고, 비밀입찰 자료에 접근하거나 계약을 따내기 위해 100만 달러를 초과하는 뇌물이 오갔으며, 이 중 일부는 미국 국방 이해관계와 연계된 것으로 파악됐다.

벨기에 검찰은 562세 벨기에 국적자를 포함한 3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2021~2025년 기간 항공기·헬기·탄약·연료 조달과 관련된 나토 계약을 대상으로 비밀정보를 방위산업체에 유출하고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체포된 3명 중 1명은 브레드네 지역에 거주하는 60세의 탄약 전문가로, 나토 조달청에서 근무한 후 민간 컨설팅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에 참여한 기자 크리스토프 클레릭스는 "방위업체가 여러 나토 회원국에 동시에 판매하려면 룩셈부르크 기구를 통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그런데 이들을 자문하는 컨설팅업체가 비밀정보를 얻게 되면 더 이상 공정한 경쟁의 장이 아니 된다"고 설명했다.

벨기에 검찰에 따르면 체포된 3명 중 1명은 계속 구금 중이고, 1명은 전자감시 중이며, 1명은 조건부 석방 상태다. 네덜란드는 5월 국방부 전 직원과 다른 국적자 2명을 체포했으며, 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에서도 관련 인물들이 적발됐다. 국제 사법협력기구 유로저스트(Eurojust)의 조율 아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미국 사법부 개입 의혹과 수사 지연


다국적 조사팀은 미국 사법부에 조사 결과를 알린 이후 예상치 못한 장애물에 마주쳤다. 클레릭스는 "미국 사법부에 설명을 요청했지만 답변이 없었다"며 전직 나토 관계자들이 이 침묵을 "매우 이상"하다고 지적하면서 "정치적 개입"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올해 7월 미국 사법부는 트뤼키예 국적 방위산업체 임원 1명의 기소를 취하했다. 이는 트뤼키예-미국 나토 정상회담이 있었던 6월 말 이후의 일이었다. 미국 검찰은 이 임원이 2019년 폭발물 조달 계약을 특정 이탈리아 회사로 방향을 틀도록 조작했다고 알렸지만, 이후 기소를 취하하면서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같은 날 미국 검찰은 해군 물자 관련 부패 수사도 취하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0만 유로를 초과하는 뇌물이 룩셈부르크 컨설팅 회사를 통해 흘러들어갔고, 일부는 나토 조달청 소속 기술자에게 도달했다. 클레릭스는 "나토는 폭탄과 수류탄에 수십억 달러를 사용할 것인데, 납세자의 돈이 제대로 사용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중앙 조달기구가 스캔들의 중심에 있는 것은 나토에 특히 불운"이라고 지적했다.

나토는 19"부패에 대한 무관용 정책을 재확인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2022년 부패 예방 및 적발 전략을 수립한 후 2023년에는 내부 조사 부서를 신설했다. 마크 루테 나토 사무총장은 512일 벨기에 연방검사로부터 3명의 전·현직 조달청 직원 면책특권 해제 요청을 받았으며 같은 날 이를 승인했다. 현재 나토 본부와 조달청 간에 수사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부패와 사기 관련 조사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