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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TSMC, AI 업고 '파운드리 2.0' 패권…점유율 39% 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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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TSMC, AI 업고 '파운드리 2.0' 패권…점유율 39% 독주

AI발 3나노·CoWoS 수요 폭증…2026년까지 월 10만장 증설
삼성 2나노·인텔 18A로 추격전…ASE 등 OSAT 업계도 '낙수 효과'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39%의 점유율로 독주하는 TSMC의 로고. AI 반도체 수요 폭증과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을 앞세워 '파운드리 2.0' 시대의 패권을 공고히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39%의 점유율로 독주하는 TSMC의 로고. AI 반도체 수요 폭증과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을 앞세워 '파운드리 2.0' 시대의 패권을 공고히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이 촉발한 반도체 산업 지형 격변 속에서 '파운드리 2.0' 시대가 본격 열렸다. '파운드리 2.0'은 과거 단순 수탁 생산(Foundry 1.0) 구조를 넘어 웨이퍼 제조, 첨단 패키징, 고객 설계 협업까지 통합한 신개념 산업 모델을 뜻한다. AI와 고성능컴퓨팅(HPC)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가치 사슬의 수직 통합이 핵심이다.

이 새로운 국면에서 대만 TSMC가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재확인하며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3나노(nm) 등 최첨단 공정 수요가 폭증하고, 'CoWoS(칩온웨이퍼온서브스트레이트)'로 대표되는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다. 삼성전자와 인텔 등 뒤따르는 주자들의 추격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으나, 당분간 TSMC의 아성을 넘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24일(현지시각)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첨단 공정을 중심으로 강력한 성장세와 공급 부족 현상을 동시에 겪었다. TSMC는 이러한 '파운드리 2.0' 국면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TSMC의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2024년 33%에서 2025년 39%로 6%포인트 급등할 전망이다. 첨단 공정과 AI 반도체에 대한 시장 수요가 TSMC로 집중된 결과다.

같은 기간 OSAT(외주 반도체 패키징 테스트) 1위 기업인 ASE그룹은 7%,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는 6%로 비교적 안정된 위치를 유지했다. 삼성전자는 약 12~13% 수준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미미한 변동에 그쳤다. '기타'로 분류된 군소 업체들의 합산 점유율은 2024년 38%에서 2025년 34%로 하락할 전망이다. AI가 이끄는 수요가 확고한 기술력을 갖춘 상위권 파운드리로 집중되면서, 선도 기업 중심의 시장 재편과 과점화가 빨라진 결과로 풀이된다.

압도적 1위 TSMC, 3나노·패키징 앞세워 '풀 가동'


TSMC의 3분기 실적은 이러한 독주 체제를 명확히 증명했다. TSMC는 3분기에만 331억 달러(약 47조 65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당초 제시했던 자체 전망치(가이던스) 범위(318억~330억 달러)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냈다.

특히 3나노와 4/5나노 등 최첨단 공정에 대한 수요가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이 실적을 이끌었다. 애플, 엔비디아, AMD를 비롯해 구글, AWS, 메타 등 대형 기술 기업(빅테크) 고객사들이 AI GPU(그래픽처리장치), 고성능 컴퓨팅(HPC) 시스템, 최고급(플래그십) 스마트폰용 반도체 주문을 쏟아내면서 TSMC의 첨단 라인은 100%에 근접한 '완전 가동(풀 가동)'을 지속했다. 3나노 공정의 안정적인 생산량 증대(Ramp-up)와 4/5나노 공정의 높은 가동률 유지가 실적을 쌍끌이했다.

'파운드리 2.0' 시대를 정의하는 또 다른 축은 어드밴스드 패키징이다. TSMC는 이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엔비디아 GPU 생산에 필수적인 CoWoS-L 패키징 생산 능력은 2026년 말까지 월 10만 장(WPM)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엔비디아 물량뿐만 아니라,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 메타 등이 자체 개발하는 맞춤형 AI 반도체(ASIC)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밑그림이다. CoWoS-R 및 InFO(통합 팬아웃), SoIC(시스템온인티그레이티드칩) 등 TSMC의 광범위한 패키징 플랫폼 역시 HPC와 네트워킹 부문에서 채택이 빠르게 늘고 있다.

TSMC에서 시작된 훈풍은 OSAT 업계로도 번지고 있다. ASE는 3분기 추정 매출 50억 달러(약 7조 1900억 원)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성장했다. 이는 강력한 CoWoS 수요에 따른 TSMC의 외주 물량(오버플로우, Overflow) 낙수 효과가 증가하고, AI 가속기, 네트워킹 ASIC, 차세대 스마트폰 SoC(시스템온칩) 등 어드밴스드 패키징 채택이 전방위에 걸쳐 늘어난 덕분이다.

삼성 2나노·인텔 18A…'파운드리 2.0' 추격전 본격화


한편, TSMC를 추격하는 삼성전자와 인텔 역시 '파운드리 2.0' 시대에 대응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SoC와 자동차용 반도체 출하량이 성장을 이끄는 가운데, 앞으로 2나노 공정의 원활한 안착과 테슬라와 같은 대형 고객사와의 협력 확보가 추가 성장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단기간의 수율(Yield) 안정화와 안정적인 생산 능력 확보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고 지적한다.

인텔(IFS)은 애리조나 공장에서 18A(1.8나노) 공정을 통한 차세대 '팬서 레이크(Panther Lake)' CPU 생산을 테스트하며 준비 중이며, 고객 확약에 기반한 생산 증설에 들어갔다. 2026~2027년부터 본격화될 고객사 전용 웨이퍼 할당에 대비해 첨단 공정의 안정성과 높은 가동률을 확보, 특히 고가 공정의 안정화를 통해 수익성을 달성하는 것이 인텔의 지상 과제로 꼽힌다.

기존 성숙 공정 시장은 다소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6/7나노 가동률은 소폭 하락했으며, 초반 와이파이 7 수요가 이끌었던 12/16나노 및 22/28나노 라인도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12인치(300mm) 생산 라인은 비교적 회복력을 보였으나, 8인치(200mm) 라인은 자동차와 산업용 반도체 수요 부진으로 여전히 제약을 받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3분기 시장 동향이 '파운드리 2.0' 대전환기로의 진입을 확인시켜 주었다고 최종 분석했다. 이 시기 파운드리는 단순 웨이퍼 제조를 넘어 어드밴스드 패키징 설계까지 아우르는 '수직 통합 솔루션 제공업체(Vertical Solution Provider)'로 진화하고 있으며, ASE와 같은 OSAT 업체들 역시 첨단 패키징 검증과 테스트 역량을 강화하며 AI 지원 칩의 규모를 확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첨단 공정, 어드밴스드 패키징, 그리고 AI 수요의 융합은 데이터 센터의 폭발적인 성장, 소비자 가전의 고도화, 그리고 전 세계 지능형 시스템의 확산에 걸쳐 차세대 반도체 혁신의 거대한 물결을 주도하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융합 구조는 AI 시대 반도체 혁신 주기를 단축시키며 세계 공급망 재편을 촉진하고 있다. 보고서는 AI와 CoWoS 중심의 고성능 패키징 기술이 2026년을 넘어 장기에도 반도체 시장 성장과 산업 구조 자체를 규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강력히 시사했다.

업계는 앞으로 TSMC, 삼성, 인텔 3강 구도가 유지되는 가운데, AI와 엣지 컴퓨팅 인프라 칩 설계를 중심으로 파운드리 2.0 체제가 더욱 굳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