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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희토류 무기화로 美 압박…펜타곤 4억 달러 투입해 국산화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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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희토류 무기화로 美 압박…펜타곤 4억 달러 투입해 국산화 총력

전 세계 제련 90% 장악한 中, 수출 통제 강화…미국, 국방부 직접 투자로 탈중국 가속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로 삼으면서 미국이 자국 희토류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었다. 중국의 시장 지배력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려면 최소 3~5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로 삼으면서 미국이 자국 희토류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었다. 중국의 시장 지배력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려면 최소 3~5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지=GPT4o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로 삼으면서 미국이 자국 희토류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28(현지시각) 미국 국방부가 지난 7월 희토류 생산업체 MP 머터리얼즈에 4억 달러(5740억 원)를 투자하는 등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된다고 보도했다.

중국, 수출 통제로 희토류 무기화


중국 상무부는 지난 9일 희토류와 자석 관련 제품 수출 통제를 대폭 강화하는 61호 공고를 발표했다. 이 조치는 오는 121일 발효된다. 중국산 희토류가 0.1% 이상 포함된 제품을 수출하려면 중국 당국의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이 조치는 베이징이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중국이 외국 제품에 대한 직접통제(FDPR) 방식을 희토류 분야에 처음 적용했다""중국이 지금까지 발표한 희토류 수출 통제 중 가장 강력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앞서 지난 4월에도 사마륨, 가돌리늄, 터븀, 디스프로슘 등 7개 희토류 원소 수출을 제한했다. 최근 조치로 홀뮴, 에르븀, 툴륨, 유로퓸, 이터븀 등 5개 원소를 추가했다. 이들 희토류는 F-35 전투기, 버지니아급 잠수함, 토마호크 미사일 등 첨단 무기 시스템 제작에 필수인 자석 생산에 쓰인다.

펜타곤 직접 투자로 '국가 챔피언' 육성


미국의 대응은 전례 없이 공격적이다. 미 국방부는 지난 710일 미국 유일의 희토류 광산인 캘리포니아 마운틴 패스 광산을 운영하는 MP 머터리얼즈에 4억 달러를 투자하고 최대 주주(지분 15%)가 됐다. 제이피모건과 골드만삭스는 10억 달러(14300억 원) 추가 자금을 냈다.

제임스 리틴스키 MP 머터리얼즈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올해는 짜릿하면서도 벅차고, 스트레스도 많았지만 흥분되는 해였다""모든 형용사로 표현할 수 있는 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MP 머터리얼즈가 건설할 자석 생산 시설에서 나오는 제품을 10년간 전량 구매한다. 또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 산화물(NdPr)에 킬로그램당 110달러(157000) 최저 가격을 10년간 보장한다. 시장 가격이 이보다 낮으면 정부가 차액을 분기별로 현금으로 준다.

미국과 호주도 지난 10월 양국 광산과 가공 프로젝트에 공동 투자하고 최저 가격제 등 무역 조치로 경쟁에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업계는 정부 지원과 개입 방식이 크게 바뀌었다고 평가한다.

중국 우위 여전…전 세계 공급 70% 차지


그러나 중국의 압도 우위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 절반을 보유했으며, 제련 능력 대부분을 장악했다. 세계 희토류 공급의 약 70%가 중국산이다.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희토류 자석은 90% 이상이 중국산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미국 희토류 매장량은 중국의 4%뿐이다. 골드만삭스 분석가들은 "새 광산 건설에는 8~10, 제련소 건설에는 약 5년이 걸린다""2024년 희토류 시장 규모는 65억 달러(93300억 원)로 구리 시장의 33분의 1"이라고 짚었다.

중국 수출 통제가 실제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즉각 나타났다. 지난 4월 중국의 초기 수출 제한 조치 뒤 포드자동차는 희토류 부품 부족으로 시카고 공장을 일시 폐쇄했다. 테슬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조립도 차질을 빚었다. 중국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는 지난 8월 회원사 7곳이 공급 부족으로 생산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미국 기업들, 생산 확대 총력


텍사스주 오스틴 인근 노베온 매그네틱스는 10년 개발 끝에 2023년 희토류 자석을 상업 판매하기 시작했다. 스콧 던 노베온 공동창업자는 "중국 수출 통제 발표 뒤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우리가 계획했던 것보다 몇 배나 많은 물량을 요청받았다"고 말했다.

던 대표는 "제너럴모터스(GM)부터 자동화 기업 ABB까지 고객사와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노베온은 최근 호주 희토류 기업 라이나스 레어어스와 경희토류·중희토류 공급, 미국 국방과 상업 부문용 자석 공급 협약을 맺었다. 노베온은 현재 연간 2000t 생산 능력까지 자석 생산을 늘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노베온 외에도 USA 레어어스, 벌컨 엘리먼츠, 독일 바큠슈멜체, 한국 JS링크 등의 자석 생산 시설이 미국에서 건설 중이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투자한 사이클릭 머티리얼스는 내년 캐나다에서 자석 재료 재활용 시설 가동을 목표로 한다.

앞으로 전망과 과제


비영리 컨설팅 기관 아다마스 인텔리전스는 "서류상으로는 미국 내 진행 중인 자석 생산 시설들이 2028년까지 수입을 대체할 충분한 생산 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는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최대 가동률로 운영된다는 가정에 따른 것으로, 수요 증가 속도를 감안하면 지속 가능한 해결책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아다마스 인텔리전스는 앞으로 10년간 희토류 자석 수요가 연 9%씩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2033년까지 미국 총 수요는 지금의 5, 유럽 수요는 2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임계광물 전략 SAFE센터 아비게일 헌터 전무이사는 토론토에서 열린 '희토류 광산, 자석, 모터 컨퍼런스'에서 "정부 관계자들과 자주 대화하는데, MP 머터리얼즈 방식 투자가 그대로 복제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시장과 기업의 구체 도전 과제를 충족시키고, 기업들이 충분히 보호받으며 궁극으로 생존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지"라고 말했다.

중희토류 확보도 과제다. 이들 금속은 자석이 고온에서도 성능을 유지하도록 하는 첨가제로 쓰이지만 대부분 중국이나 분쟁 지역인 미얀마에서 생산되고 중국에서 제련된다.

보이스주립대학교 데이비드 에이브러햄 교수는 "자석 생산에는 정해진 요리법이 없다""고객의 정확한 사양을 충족하는 제품을 보장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베온 던 대표는 "고객들은 가시성과 확실성, 안정성을 원한다""그들이 단기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근거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경우 우리가 맞닥뜨린 요구사항은 중국이 수십 년간 제공해온 결과물"이라며 미국 기업들이 넘어야 할 산이 높다는 점을 인정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