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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TSMC, 구마모토 제2공장 착공…6-7나노 첨단공정 日 본토 상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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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TSMC, 구마모토 제2공장 착공…6-7나노 첨단공정 日 본토 상륙

총 225억 달러 투입, 2027년 말 가동…AI·자율주행 칩 생산기지 구축
日 정부 1.2조엔 파격 지원…1공장 40%대 저조한 가동률은 '변수'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에 제2 반도체 공장 건설을 시작하며 일본 내 첨단 칩 생산 역량 강화에 나섰다. 총 225억 달러가 투입되는 이 공장은 2027년 말 가동 예정이며, AI 및 자율주행용 6~7나노 고성능 칩을 주로 생산할 예정이다.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에 제2 반도체 공장 건설을 시작하며 일본 내 첨단 칩 생산 역량 강화에 나섰다. 총 225억 달러가 투입되는 이 공장은 2027년 말 가동 예정이며, AI 및 자율주행용 6~7나노 고성능 칩을 주로 생산할 예정이다. 사진=AFP/연합뉴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가 일본 반도체 산업 부활의 거점이 될 구마모토현 제2 공장 건설의 첫 삽을 떴다. 2027년 말 가동을 목표로 하는 2공장은 6~7나노미터(nm)급 고성능 칩을 주력으로 생산, 일본 내 첨단 반도체 제조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릴 전망이다.

28일(현지시각) IT전문 매체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TSMC의 일본 자회사인 JASM(Japan Advanced Semiconductor Manufacturing)은 지난 10월 24일 구마모토현 기쿠요정 지방 정부와 제2 반도체 팹(제조 공장) 건설을 위한 공식 협약을 체결했다. 닛케이, 요미우리 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JASM의 홋타 유이치 사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제2 팹의 본격적인 건설이 이미 시작됐다고 확인했다.

신규 공장은 2027년 12월 가동을 목표로 하며, 주로 고성능 컴퓨팅(HPC) 및 자율 주행 애플리케이션, AI(인공지능) 분야에 탑재될 6나노와 7나노 첨단 로직 칩을 생산할 계획이다. 부지 면적은 6만 9000㎡에 이르며, 1공장과 비슷한 규모인 1700여 명의 신규 인력을 고용할 예정이다. 반도체 업계 분석가들은 TSMC의 이번 연이은 확장이 구마모토는 물론 규슈 전역에 새롭게 부상하는 반도체 클러스터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4일 구마모토 현청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기무라 다카시 구마모토현 지사, 요시모토 다카토시 기쿠요정장, JASM의 홋타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에는 현지 인력 양성, 지역 산업과의 연계 강화, 관련 기반 시설(인프라) 구축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일본 정부의 지원 외에도 소니(Sony)와 덴소(Denso) 등 일본 주요 기업들이 TSMC의 이번 투자에 공동 파트너로 참여, 자금 지원과 인력 공급, 전략적 협력 관계 확대에 나선다.
당초 제2 팹 사업은 2024년 말 착공 예정이었으나, 시장 상황 등을 이유로 2025년 초, 다시 같은 해 하반기로 여러 차례 연기된 바 있다. TSMC가 '2025년 말 이전 착공'이라는 수정된 약속을 이행하면서 마침내 공사에 돌입한 것이다.

총 225억 달러 투자…日 정부 1.2조엔 '파격 지원'


홋타 사장은 착공이 지연된 주된 이유로 시장 회복 지연과 전기차(EV) 수요 약화를 꼽았다. 업계에서는 산업 교통 혼잡 문제와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 미국의 관세 정책, 최근의 미중 갈등 심화(미국의 대중 AI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 등)가 세계 칩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키운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제2 팹 건설에는 약 139억 달러(약 19조9400억 원)가 투입된다. 이로써 TSMC가 구마모토 1, 2공장에 투자하는 총액은 약 225억 달러(약 32조2700억 원)에 이른다.

일본 정부의 막대한 자금 지원도 이번 사업의 핵심 동력이다. 일본 경제산업성(METI)은 두 개 공장에 최대 1조 2000억 엔(약 11조3200억 원)에 이르는 보조금을 제공한다. 구마모토현 정부 역시 제1 팹에 지원한 50억 엔(약 471억 원)에 더해, 제2 팹을 위해 15억 엔(약 141억 원)의 현지 지원을 추가할 방침이다.

1공장 가동률 40% 부진…'수요 변동성'은 그림자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24년 12월 양산을 시작한 제1 공장의 가동률 부진이 변수로 떠올랐다.

현재 1공장은 12/16나노 및 22/28나노 공정 제품(주로 자동차 및 산업용 센서)을 생산 중이며, 월 최대 5만5000장의 웨이퍼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SMBC 닛코 증권 등은 통상 이 수준의 팹 가동률이 60~70% 수준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규슈에 진출해 있는 한 대만계 공급업체의 고위 임원은 디지타임스에 "제1 팹의 실제 가동률은 40%에 더 가까울 수 있다"고 비공식적으로 밝혔다. 세계 반도체 수요 변동성이 구마모토 팹의 단기 전망을 흐리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TSMC 본사의 한 대변인은 "팹 가동률은 내부 운영 데이터에 해당한다"며 공식적인 논평을 거부했다.

두 공장이 완공되면 TSMC는 일본 내에서만 월 10만 장 규모의 12인치 웨이퍼 생산 능력을 확보한다. 이 공장들은 일본의 반도체 제조 기반 재건과 첨단 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 동력이 될 전망이다.

한편, TSMC의 2공장 착공이 공식화하면서 대만의 선도적인 칩 패키징 및 테스트(후공정) 기업인 ASE 그룹의 일본 투자에도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ASE는 2024년 7월 기타큐슈에 공장을 짓기 위한 토지 가계약을 체결했지만, 아직 착공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시장 분석가들은 TSMC의 사업이 본궤도에 오름에 따라 ASE의 일본 사업 역시 조만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