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CEO, 30일 방한…이재용·정의선과 회동
中시장 배제 속 韓전략거점 부상…'주권 AI' 협력
中시장 배제 속 韓전략거점 부상…'주권 AI' 협력
이미지 확대보기황 CEO는 방한 기간 중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등 국내 핵심 기업들과 AI 칩 공급 계약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이는 미·중 무역 갈등 격화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사실상 퇴출당한 엔비디아가, 아시아 4위의 경제 대국이자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심장부인 한국을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의 세계 전략 거점으로 격상시키려는 중대한 포석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29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젠슨 황 CEO는 오는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최고경영자 회의(APEC CEO Summit) 참석에 앞서 삼성전자, 현대차그룹과 AI 칩 공급에 관한 새로운 계약을 공개할 예정이다.
AI 데이터센터부터 자율주행까지…韓과 전방위 협력
엔비디아와 이들 한국 기업들은 이미 AI 반도체와 서비스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황 CEO는 과거 양측이 세계 AI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로보틱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협업을 확대할 계획임을 직접 밝힌 바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의 품질 기준을 통과한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12단)의 본격적인 공급을 앞두고 있으며, 6세대(HBM4) 제품 개발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현대차그룹 역시 올해 1월 엔비디아와 AI 기반 차세대 모빌리티, 스마트팩토리, 로보틱스 분야에서 세계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공동 개발에 돌입했다. 이는 세계 자동차 업계 최초의 'AI 얼라이언스' 차원의 전략 제휴로 평가받는다.
또한, 엔비디아는 7조 원(약 49억 달러) 규모의 대형 AI 데이터 센터 구축을 추진 중인 SK그룹에도 칩을 공급하는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역시 엔비디아와 칩 도입 협상에 참여 중이며, 그룹 계열사인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그래픽 처리 장치(GPU)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의 핵심 공급자로서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메모리 공급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양사 간의 협력은 국내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큰 파급력을 미칠 전망이다.
"中 점유율 95%→0%"…엔비디아의 '한국 시프트'
엔비디아의 이 같은 '친(親)한국' 행보는 중국 시장에서의 급격한 위축과 직결돼 있다. 워싱턴과 베이징 간의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서,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제재로 중국 시장에서 점차 배제되어 왔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들에 엔비디아의 H20 칩 사용을 금지하고 주문 중단을 지시하는 등 강력한 압박을 가했다. 젠슨 황 CEO 자신도 이달 초, "한때 95%에 이르렀던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0%로 떨어졌다"고 토로하며 중국 시장의 상실을 공식 인정한 바 있다.
거대 시장을 잃은 엔비디아에게 한국은 중국을 대체할 핵심 전략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한국은 세계 메모리 칩 공급의 중심지일 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AI 컴퓨팅 센터 허브가 되려는 강력한 야망을 품고 있다.
엔비디아는 최근 각국이 자체 AI 역량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권 AI(Sovereign AI)' 개념을 적극 옹호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는 한국 정부의 정책과도 정확히 궤를 같이한다.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약 30억 달러(약 4조 원)를 투입, 최대 20만 개의 고성능 GPU를 확보하는 등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투자 계획을 추진 중이다.
국내 대기업들에게도 엔비디아와의 동맹 강화는 AI 모델 훈련과 운영에 필수적인 GPU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실리'를 챙기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협력은 AI 구동 로봇,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 데이터센터용 HBM 양산 등 다양한 미래 기술 영역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젠슨 황 CEO는 28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열린 엔비디아 GTC 행사에서 한국 방문 시 발표할 계약에 대한 질문에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강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황 CEO와 이재용 회장, 정의선 회장은 지난 8월 워싱턴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RT)에서도 만난 바 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생태계 전체를 통틀어 모든 기업이 나의 가까운 친구이자 매우 좋은 파트너"라고 운을 뗀 뒤, "내가 한국에 가면, 한국 국민들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말 기쁜 소식이 될 발표가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이번 발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아시아 기술 동맹 강화 움직임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한 미국 관리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29일(수) 한국과 AI, 양자 컴퓨팅, 생명공학, 6G 무선 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광범위한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APEC 회의가 열리는 한국에서 30일(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무역 협정 타결을 시도할 계획이어서, 이번 방한 기간에 미·중·한 3국의 기술 패권과 외교 현안이 복잡하게 얽힐 전망이다. 특히 황 CEO는 31일 경주 APEC CEO 서밋에서 차세대 AI, 로봇, 자율주행 비전을 주제로 특별 연설을 할 것으로 예고되면서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는 앞으로 수년간 1조 달러(약 1400조 원)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전 세계 AI 인프라 투자 열풍의 중심에 서 있다. 오픈AI에서 오라클에 이르기까지 세계 빅테크 기업들은 '챗GPT 이후'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데이터 센터 구축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류 AI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가 뚜렷하게 부재한 가운데 기술주 가치만 급등하는 현상을 두고 '닷컴 버블'과의 유사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엔비디아와 삼성전자, 현대차, SK그룹 간의 차세대 AI 반도체, 메모리, 데이터센터, 로보틱스, 스마트팩토리를 아우르는 복합 전략 계약이 발표를 앞두고 최종 논의되고 있다. 10월 말에서 11월 초 공식 발표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협력은 미국과 중국의 기술 갈등과 세계 패권 변화 속에서, 한국이 AI·반도체·미래 모빌리티의 중심지로 도약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