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기술 검증 '문턱' 못 넘어…2027년까지 공급 지연 '치명타'
삼성, 전 고객사 샘플 발송 완료…SK, 2026년 4분기 양산 돌입 '속도전'
삼성, 전 고객사 샘플 발송 완료…SK, 2026년 4분기 양산 돌입 '속도전'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메모리 반도체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의 경쟁 구도에 중대한 변곡점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차세대 6세대 제품인 HBM4 개발 과정에서 심각한 수율과 성능 문제에 부딪혀, 제품을 전면 재설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마이크론의 HBM4 공급이 2027년까지 늦춰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면서, 관련 시장을 이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메모리' 주도권을 완전히 굳힐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엔비디아 기준 미달…'구조 재설계' 착수
이번 사태는 마이크론이 HBM의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엄격한 기술 검증 문턱을 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5일(현지시각) IT전문 매체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마이크론의 HBM4 초기 샘플은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데이터 전송 속도 기준을 채우지 못했다.
앞서 마이크론은 지난 9월 실적 발표 당시, 자사의 HBM4가 핀당 11Gb/s(기가비트/초)의 속도에 이를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지디넷 등 일부 매체는 이러한 기술 접근이 수율 확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하며 우려를 제기했다.
GF증권은 마이크론의 엔비디아향 HBM4 출하가 2027년까지 늦춰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마이크론의 AI D램과 낸드 플래시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이번 사태가 회사 전체의 재정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K-반도체, 빈틈 노려 '속도전'
마이크론이 주춤하는 사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25년 하반기부터 HBM4 양산에 근접하며 준비에 속도를 내고 격차를 벌리고 있다. 엔비디아와 AMD 등 주요 GPU 기업들이 2026년부터 HBM4를 탑재한 차세대 GPU 양산을 계획하고 있어, 메모리 공급 능력은 시장 판도를 가를 핵심 변수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25년 4분기 HBM4 출하를 시작으로 2026년부터 판매를 본격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한발 더 나아가 이미 주요 고객사에게 HBM4 샘플을 전달 완료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측은 고객사의 일정에 맞춰 생산 확대 준비를 마쳤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AI 서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개발 일정을 맞추지 못하는 메모리 공급업체는 앞으로 1~2년간 주요 고객사의 공급망에서 완전히 배제될 위험이 있다는 엄중한 경고가 나오고 있다.
분석가들은 만약 마이크론이 2027년에야 엔비디아 제품 라인업에 본격 참여하게 된다면, 잃어버린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는 데 수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발언도 이러한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그는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AI 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극찬했다. 국내 관측통들은 이를 단순한 외교 수사가 아닌, 마이크론이 당장 차세대 GPU 사업에서 주요 공급사로 고려되기 어려움을 내비친 발언으로 해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재설계가 마이크론에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마이크론이 이번 차질을 기술 성숙도를 높이는 기회로 삼아, 시장 재진입 때 오히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전환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마이크론의 HBM4 개발 지연은 당분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AI용 고대역폭 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강화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번 사태는 2026년에서 2027년 사이 AI 칩 시장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