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업 마진 역대급 급락"...1조 2000억 달러 비용 쇼크에 소비자 부담 60%

글로벌이코노믹

"기업 마진 역대급 급락"...1조 2000억 달러 비용 쇼크에 소비자 부담 60%

글로벌 9000개 기업 분석 결과, 공급망 강한 기업만 살아남아...한국 포함 아시아 최대 타격
전 세계 기업들이 올해 당초 예상보다 1조 2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비용 폭탄을 맞았다는 충격적인 분석이 나왔다. 이미지=DALL-E 3이미지 확대보기
전 세계 기업들이 올해 당초 예상보다 1조 2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비용 폭탄을 맞았다는 충격적인 분석이 나왔다. 이미지=DALL-E 3
전 세계 기업들이 올해 당초 예상보다 12000억 달러(1736조 원) 규모의 추가 비용 폭탄을 맞았다는 충격적인 분석이 나왔다.

관세 전쟁과 공급망 혼란 속에서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은 오히려 감소하며, 그 부담의 60%가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전가된 것으로 드러났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가 지난달 발표한 '마진 매스(Margin Math)'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15000명의 증권 애널리스트가 추적하는 9000여 개 주요 상장기업의 2025회계연도 순이익률(마진율) 전망치가 연초 대비 64베이시스포인트(bp, 1bp=0.01%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금액으로 환산하면 9070억 달러(1312조 원)의 기업 이익이 공중분해된 것과 같다. 전체 커버리지를 포함한 상장사와 비상장사까지 확대 추정하면 실제 손실 규모는 12000억 달러를 넘어선다.

물가는 오르는데 살 건 줄어...이중고 시대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비용 증가분의 약 60%가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분석 결과 9070억 달러 중 5920억 달러(856조 원)는 제품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가 부담하고, 나머지 3150억 달러(455조 원)만 기업이 자체 흡수했다.

보고서는 "매출 전망은 6000억 달러(867조 원) 증가했지만 이익 전망은 3000억 달러(433조 원) 감소했다""이는 기업들이 원가 상승을 감당하기 위해 이익률을 포기하면서도 일부는 고객에게 떠넘기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P 글로벌 구매관리자지수(PMI)와의 상관관계 분석 결과, 매출 증가는 물가 상승(PMI 가격지수)79%의 높은 연관성을 보인 반면, 이익 감소는 실질 생산량 감소(PMI 생산지수)71%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소비자들이 더 비싼 값을 치르면서도 실제로는 더 적은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는 의미다.

공급망이 기업 생존 가른다


흥미로운 점은 공급망의 질이 기업 실적을 좌우한다는 사실이다. 보고서는 "강력한 공급사와 고객을 보유한 기업은 마진 압박을 받을 확률이 10% 낮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공급사와 고객 모두가 업계 평균 대비 우수한 실적을 낸 '순풍' 그룹 기업 중 43%가 마진을 확대한 반면, 양쪽 모두 부진한 '역풍' 그룹에서는 67%가 마진 축소를 겪었다. 특히 공급사 성과가 고객사 성과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 KLA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주요 고객인 TSMC의 웨이퍼 출하량이 1월 전망치 1070만 장에서 91300만 장으로 증가하고, 공급사인 코히런트의 설비투자가 37700만 달러(5451억 원)에서 41200만 달러(5957억 원)로 늘면서 KLA는 관세 부담 속에서도 62% 수준의 양호한 마진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

800달러 면세 폐지가 결정타


2025년 비용 압박의 결정적 전환점은 5월 중국산 제품에 대한 '드 미니미스' 규칙(800달러 이하 소포 면세) 폐지였다. 이 제도는 그동안 수십억 달러 규모의 저가 소비재가 무관세로 미국에 유입되도록 허용하는 사실상의 '압력 방출 밸브' 역할을 했다.

중국 물류업체 웰트랜스의 데이터가 이를 생생히 보여준다. 20243분기부터 20254월까지 이 업체는 180만 개의 소포를 미국으로 발송했는데, 3~4월에만 100만 개 이상의 소포를 단 7개 컨테이너에 담아 보냈다. 면세 한도를 피하기 위해 물품을 잘게 쪼갠 것이다.

하지만 5월 규칙 폐지 이후 컨테이너당 소포 개수가 절반으로 급감했고, 웰트랜스는 그 이후 단 한 건의 미국 선적도 기록하지 못했다. 보고서는 "이 제도에 의존하던 기업들이 결정적 완충 장치를 잃었다"고 분석했다.

관세는 악재, AI는 호재...중립이 답


2025년은 관세와 AI라는 두 거대한 힘이 기업 마진을 정반대 방향으로 끌어당긴 한 해였다. 자연어처리 분석 결과, 두 이슈에 대해 중립적 입장을 취한 기업들의 73%가 긍정적 마진 전망을 받은 반면, 양쪽 모두에 부정적이었던 기업은 16%만이 호평을 받았다.

보고서는 "관세를 '관리 가능한 비용'으로 다루고, AI 투자에 과도하게 낙관적이지 않은 기업들을 시장이 선호했다""가장 공격적인 AI 투자를 단행한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지만, 2025년 단기 마진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해석했다.

캐나다 선전, 한국 포함 아시아는 최악


지역별로는 캐나다(+9bp)가 유일하게 마진을 개선했고, 중국(-2bp)도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반면 한국이 포함된 아시아(중국 제외) 지역은 -61bp로 큰 타격을 입었다. 중동·아프리카(-75bp), 라틴아메리카(-91bp)는 더 심각했다. 미국과 유럽은 -54bp로 중간 수준이었다.

캐나다 기업들이 양호한 성과를 낸 이유는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에 따른 무관세 혜택과 관세 및 AI 이슈에 대한 균형 잡힌 접근 때문으로 분석됐다. 중국 기업들은 높은 관세에도 유럽과 아시아로 판로를 다각화하며 마진 방어에 성공했다.

2027년 정상화 전망...낙관론 우세


다만 시장은 현재의 마진 압박이 일시적이라고 보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의 2026년 전망치는 1월 대비 28bp 하락에 그치고, 2027~2028년에는 8~10bp 차이로 좁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이는 세 가지 가능성을 시사한다""애널리스트들이 장기 전망을 아직 완전히 수정하지 않았거나, 현재의 혼란이 일시적이거나, 관세 대응 전략이 장기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것이란 믿음"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 공동저자인 다니엘 샌드버그 박사는 "2025년은 비용 충격을 확정한 해였고, 2026~2027년은 시장의 회복 낙관론이 정당한지 검증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기술 투자, 비용 통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통한 기업들의 적응력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