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50조 달러 시장"…2050년 10억 대 휴머노이드 시대 예고
'엔비디아 동맹' 대 '순국산'…일본, 투트랙 전략으로 총력전
'엔비디아 동맹' 대 '순국산'…일본, 투트랙 전략으로 총력전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혁명의 다음 격전지는 '피지컬'이다. 챗GPT 등 디지털 공간에 머물던 AI가 로봇과 결합해 현실 세계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마이니치 신문이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이 이 거대한 변화를 선도하는 가운데, '산업용 로봇 강국' 일본이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분야의 뒤처짐을 만회하기 위해 추격에 나선 양상이다. AI 개발 경쟁의 주도권이 디지털에서 피지컬 세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도 발생했다.
소프트뱅크그룹(SBG)의 손정의(孫正義) 회장 겸 사장은 지난 10월, 스위스 중전기 산업 분야의 대기업 ABB의 산업용 로봇 사업 인수를 전격 발표하고 다음과 같이 밝혔다.
"다음 프런티어는 '피지컬 AI'다. ABB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인재를 결집해, ASI(인공 초지능)와 로보틱스를 융합시켜 인류의 미래를 여는 획기적인 진화를 실현할 것이다."
ABB는 일본의 화낙, 야스카와전기, 독일 쿠카와 더불어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 '4강' 중 하나다. 인수액은 약 8000억 엔(약 7조 5000억 원)에 이른다. ABB의 로봇 사업부는 직원 약 7000명, 2024년 12월기 매출이 약 3500억 엔(약 3조 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소프트뱅크그룹은 2026년 중반에서 하반기까지 인수를 완료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은 그간 반도체, 데이터센터(DC), 전력, 로봇 분야에 투자를 집중해왔다. 지난 8월 미국 인텔에 20억 달러(약 2조 9000억 원) 출자를 발표했고, 9월에는 오라클, 오픈AI와 손잡고 미국 텍사스 등에 대규모 DC 거점을 구축하는 계획도 공개했다. 이번 ABB 로봇 사업 인수는 소프트뱅크그룹이 그리는 AI 전략의 핵심 퍼즐 조각을 맞춘 셈이다.
피지컬 AI는 '임바디드 AI(Embodied AI, 신체를 가진 AI)'라고도 부른다. 로봇이나 자율주행차가 현실 세계를 스스로 인식하고 판단해 물리적 행동을 수행하는 기술이다. 생성 AI가 로봇에 탑재되면, 기존의 산업용은 물론 가정용 로봇의 범용성이 획기적으로 넓어진다. 이는 인구 감소 문제의 해결책이자 스마트폰에 버금가는 거대 기술 혁신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지녔다. 일본 정부 역시 지난 9월 발표한 AI 기본 계획에 피지컬 AI 개발 추진을 명시했다.
다만 소프트뱅크그룹의 도전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손 회장이 "세계 최초로 마음을 가진 로봇"이라며 2015년 야심 차게 출시했던 '페퍼(Pepper)'는, 당시 딥러닝 기술의 한계 등으로 시장 개척에 실패하고 2021년 생산이 중단된 아픈 경험이 있다. ABB 인수가 '페퍼'의 실패를 딛고 진정한 진화를 이뤄낼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50조 달러" 휴머노이드 시장 선점 경쟁
현재 AI 로봇 기술 중 가장 뜨거운 분야는 단연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눈, 입, 손발 등 인간의 신체 특징을 갖추고 자율 보행과 판단이 가능해, 특정 작업에만 쓰이던 기존 로봇과 달리 다양한 환경과 작업에 투입할 수 있다.
시장 전망도 폭발적이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5월 보고서에서 인간형 로봇 시장이 2050년까지 5조 달러(약 7270조 원)를 넘어설 수 있다고 예측했다. 2030년대 후반부터 개발이 빨라져 2050년경에는 10억 대 이상이 보급되고, 이 중 90%가 산업과 상업용으로 쓰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로봇의 '뇌'인 AI 반도체 시장을 석권한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지난 3월, 피지컬 AI 시장이 앞으로 50조 달러(약 7경 27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파격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일본 내에서는 소프트뱅크그룹 외에 후지쯔, 야스카와전기, 무라타제작소 등 기업들과 대학, 스타트업들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엔비디아는 슈퍼컴퓨터 개발사 후지쯔와 10월 제휴를 발표했다. CPU 기술에 강점이 있는 후지쯔와 GPU 최강자인 엔비디아의 결합을 통해 고도의 연산 기반을 공동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야스카와전기 역시 이 '엔비디아-후지쯔' 연합에 참여한다. 자사의 산업용 로봇 '모토맨·넥스트'에 엔비디아 GPU를 탑재하고 있다. 동시에 야스카와는 지난 7월 로봇 스타트업인 도쿄 로보틱스를 완전 자회사로 인수하며 자체 역량 강화에도 나섰다. 경제 안보 문제로 중국 기업과의 협력이 어려워진 가운데, 일본 기업들이 미국 빅테크와의 제휴나 국내 유망 스타트업 인수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미국과 연합' 대 '순국산'…일본의 활로 찾기
독자적인 '순국산' 로봇 개발을 위한 움직임도 있다. 무라타제작소, SRE 홀딩스, 와세다대학, 그리고 2000년에 설립된 로봇 제조사 템작(교토시)은 올해 10월 'KyoHA(교토 휴머노이드 어소시에이션)'라는 새 단체를 설립했다. 오키나와 과학기술대학원대학, 마부치모터 등도 합류했으며, 올해 안에 시제품 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로운 사업 모델도 등장했다. GMO 인터넷 그룹은 미래의 '로봇 상사(商社)'를 목표로 지난해 6월 사내에 'AI & 로보틱스 상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중국의 유니트리 로보틱스, UB테크 로보틱스 등 3개사의 로봇을 도입해, 공장이나 이벤트 현장에 하루 10만 엔부터 대여하는 '서비스용 로봇 인력 파견 서비스'를 시작했다.
로보틱스 상사의 우치다 도모히로 사장은 "국내에서 여러 로봇의 특징을 비교 검토하고 실용을 제안할 수 있는 곳은 우리뿐"이라며 "현재 로봇은 구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강화 학습이 필수다. 보안 대책을 포함해 로봇을 사회에 성공적으로 구현하는 역할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