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삶 바꾼 쾌감' 부재가 정치 난제 키워
이미지 확대보기워싱턴포스트는 지난 9일(현지시각) 이 같은 효용의 한계가 인프라 건설을 둘러싼 오늘날의 정치적 난제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별한 세기의 '단발성 변화'…절대적 부족이 낳은 '달콤한 안도감'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이 1870년에서 1970년 사이에 근육노동을 동력으로 바꿨고,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하며 공공 인프라의 대부분을 구축했던 시기를 '특별한 세기'로 규정했다. 특히 1916년 당시, 도시 밖은 여전히 전화 통신망도 원시적이었고 포장된 도로가 매우 희귀했으며, 대부분의 국민이 농촌에 살고 있었다. 도시화율 50%를 넘긴 것은 1920년이었다.
작가 에밀리 포스트의 기록을 보면, 당시 자동차 여행자들은 건조할 때는 먼지를 일으키고 비가 오면 진흙탕으로 변하는 비포장도로를 헤쳐 나가야 했고, 며칠 동안 여관에 갇혀 도로가 마르고 고쳐지기를 기다려야 하는 일은 다반사였다.
이처럼 기초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시대에는 새로운 시설 하나하나가 삶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키는 '단발성 변화'를 가져왔다. 이 같은 변화를 낡은 농가 마당을 가로질러 야외 화장실로 달려가던 불편함이 실내 화장실로 바뀌는 순간, 혹은 그을음이 나는 석유 램프가 깨끗한 전등으로 교체될 때 느끼는 '달콤한 안도감(sweet relief)'에 비유한다. 자갈과 흙더미 위를 덜컹거리며 달리다 매끄러운 포장도로 위를 활공하듯 달릴 때의 쾌감이 그것이다.
이런 초기의 인프라 투자는 대다수 국민에게 즉각적이고 압도적인 효용을 선사했으며, 이것이 당시 미국 전역에 넘실댔던 엄청난 낙관론과 야심찬 기상의 근본이었다고 설명한다. 보도에서 중서부의 도시들이 기세 좋게 솟아나며 미래를 계획하던 모습이 이러한 희망을 잘 보여준다.
골든 게이트 다리 이후, 효용 체감은 '점진적 개선'만 남았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이 과거 인프라 건설의 위대한 일을 이미 '해냈기 때문에' 그 시대의 흥분을 되찾을 수 없다고 분석한다.
예를 들어, 1930년대 대공황의 절망 속에서도 건설된 골든 게이트 교(Golden Gate Bridge)는 긴 페리(ferry) 탑승 시간을 짧은 운전으로 단축하며 지역 경제를 재편하고 대규모의 지역적 판도 변화와 엄청난 기대감을 불러왔다. 당시 골든 게이트 교는 단순한 교량이 아니라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며 국민에게 다시 일어설 용기를 준 미국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집에 화장실이 하나도 없을 때 하나를 설치하는 것은 더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미 화장실이 두 개 있다면, 세 번째 화장실이 건설에 따르는 번거로움과 비용을 감수할 만큼의 가치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처럼 현재의 인프라 투자는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급진적 변화'가 아닌, '점진적 개선(incremental improvements)'을 좇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의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는 과거처럼 광범위한 정치적 합의와 국민적 흥분을 끌어내기 어려워졌다. 투자 대비 국민이 느끼는 효용의 증가 폭이 줄어들면서, 프로젝트를 둘러싼 정치적 득실 계산이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결국, 이는 미국이 과거의 '무엇이든 할 수 있다(can-do spirit)'는 정신을 되찾지 못하는 이유이며, 인프라 건설이 정치적 난제로 남는 까닭이라고 전했다.
'향수 정치'의 본질, 시대정신에 대한 갈망
현재 미국 정치에서 나타나는 '향수 정치(nostalgia politics)'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공화당은 보호 관세와 공장 일자리, 핵가족의 과거 시대를 갈망하는 반면, 민주당은 기후 정책을 '그린 뉴딜(Green New Deal)'로 명명하며 20세기 거대한 인프라 프로젝트와 복지 국가 확장의 시대를 되살리고자 한다.
양 진영 모두 "미국이 젊고 희망에 차 있었으며 비범한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느꼈던 시대의 정신"을 되찾고자 한다는 점에서 본질은 같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과거의 인프라 투자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며, 우리는 이미 그 일들을 해냈다는 냉철한 통찰을 제시한다.
이러한 분석은 오늘날 미국이 인프라 투자를 멈춰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인프라 건설이 더 어려워진 정치적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인들이 과거의 '할 수 있다'는 정신을 되찾지 못하는 것은 분명 좌절스러운 일이지만, 포장된 도로가 없는 나라를 운전해야 하는 문제보다는 훨씬 덜 좌절스러운 상황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미국은 이미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2.4%에서 2.7% 수준의 인프라 투자를 교통 및 수자원 등에 해왔지만, 2017년 기준으로 인프라 등급이 평균 D+ 수준에 머무르는 등 투자 부족이 누적된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는 미국의 인프라 문제가 단지 투자의 양뿐 아니라, 투자 효율과 정치적 합의의 문제로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보여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