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작은 트럼프’ 빌 풀티, 백악관 내서도 논란…“패니메이·프레디맥 장악”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작은 트럼프’ 빌 풀티, 백악관 내서도 논란…“패니메이·프레디맥 장악”

빌 풀티 미 연방주택금융청(FHFA) 청장.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빌 풀티 미 연방주택금융청(FHFA) 청장. 사진=AP/연합뉴스

빌 풀티 미 연방주택금융청(FHFA) 청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축근으로 부상하며 ‘작은 트럼프’로 불리고 있지만 백악관 내부에서는 그의 돌출적 행보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풀티 청장은 주택금융을 담당하는 상대적으로 낮은 프로필의 자리에 있음에도 대통령 직속 참모들을 겨냥한 내부 고발 포스터를 들고 백악관 집무실에 나타나는 등 특이한 방식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 트럼프에 충성 맹세하며 “제임스 기소” 압박


37세의 풀티 청장은 미국 주택건설사 풀티그룹 창업자의 손자이자 상속인으로 지난 2020년 이사회에서 물러난 뒤 소셜미디어 기반의 기부 활동과 사모펀드 운영으로 활동해왔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 직후에는 트럼프 사저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저택에서 로저 스톤 등 핵심 측근들과 식사하는 장면이 목격됐고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도 관계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취임 직전부터 풀티를 FHFA 청장으로 내정했고 풀티는 “당신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라고 화답했다.

이후 풀티는 뉴욕주 검찰총장 레티샤 제임스를 모기지 사기 혐의로 법무부에 형사 기소해달라고 요청했으며 이를 위해 제임스를 포함한 민주당 인사들의 주택대출 기록을 부당하게 조회했다는 내부 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대해 패니메이 내부 감사관이 자료를 연방검찰에 이첩했지만 곧 해임됐고 관련 부서 직원 10여 명도 해고됐다. 풀티는 “다양성과 포용(DEI) 프로그램 개편의 일환”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백악관에서 풀티는 제임스 기소를 주저하던 에릭 시버트 전 연방검사를 ‘민주당의 추천 인사’로 몰아붙이며 해임을 주장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그를 교체하고 개인 변호사 출신인 린지 할리건을 임명했다. 할리건은 지난 10월 제임스를 기소했으며 풀티는 이를 “내가 해낸 일”이라며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 주택금융 개입 확대…“MBS 다시 사들여 IPO 준비”


WSJ에 따르면 풀티 청장은 또 패니메이·프레디맥을 다시 상장시키는 방안을 적극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두 기관이 2008년 금융위기 이전처럼 모기지담보증권(MBS)을 대거 사들이도록 허용했고 상장을 앞두고 수익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이에 반대하며 금리 인상 등 시장 혼란을 우려했으나 풀티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받으며 “위대한 아메리칸 모기지공사(Great American Mortgage Corporation)” 구상을 제안했다.

이 같은 정책은 지난 3월 로켓사의 94억 달러(약 1조3680억 원) 규모 인수합병(M&A) 승인 과정에서도 논란을 일으켰다. 풀티가 심사를 지연하자 로켓 측이 백악관에 항의했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개입해 비서실장이 직접 풀티에게 승인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풀티가 로켓 측에 트럼프 주니어가 연관된 투자사 ‘1789 캐피털’에 투자하라고 제안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FHFA와 당사자들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 건설사 압박까지…“집 더 지어라, 가격 낮춰라”


풀티 청장은 최근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함께 대형 주택건설사들을 상무부로 불러 “빈 땅에 주택을 더 짓고 가격을 낮추라”며 주택가격 급등의 책임을 지웠다. FHFA는 주택건설을 직접 규제할 권한은 없지만 사실상의 행정지도를 벌인 셈이다.

회의에 참석한 건설사 관계자들은 “정부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제재받을 수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고 시장 일각에서는 “주택공급 확대만으로는 주택가격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 FHFA 장악…“불안해 보이지만 통제되고 있다” 주장


풀티는 최근 FHFA 안팎 인사를 전면 교체하고 스스로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이사회 의장 자리를 겸임했다. 모기지 전문 경력이 거의 없는 인사들을 대거 기용하자 시장에서는 “조직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고 일부 투자자들은 재무부에 직접 우려를 전달했다.

이에 대해 모기지은행협회(MBA)의 밥 브룩스밋 회장은 회원사에 보낸 영상에서 “겉으로 보기엔 불안해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통제되고 있다”는 패니·프레디 경영진의 설명을 인용하며 안심시키려 했다.

WSJ는 “풀티 청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얻고 있음에도 백악관 안팎에서는 그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그의 충성심이 트럼프 행정부 내부 균열과 금융시장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