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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 3조 달러 투자 붐...자금 절반은 미국 은퇴자 연금으로 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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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 3조 달러 투자 붐...자금 절반은 미국 은퇴자 연금으로 충당

생보사, 연금으로 빅테크 채권 매입 주도...고령화로 장기 채권 수요 급증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 붐으로 2028년까지 필요한 3조 달러(약 4379조 원) 투자 자금 가운데 절반가량을 미국 은퇴자들의 연금이 채우고 있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 붐으로 2028년까지 필요한 3조 달러(약 4379조 원) 투자 자금 가운데 절반가량을 미국 은퇴자들의 연금이 채우고 있다. 이미지=GPT4o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 붐으로 2028년까지 필요한 3조 달러(4379조 원) 투자 자금 가운데 절반가량을 미국 은퇴자들의 연금이 채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4(현지시간) 생명보험사들이 은퇴 자금을 기술기업 채권 매입에 쏟아부으면서 AI 인프라 투자의 핵심 자금줄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2028년까지 15000억 달러 자금 갭 발생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8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자본 지출이 약 3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이 가운데 약 절반만 예상 현금 흐름으로 조달할 수 있어 약 15000억 달러(2189조 원)의 자금 갭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회계연도에 데이터센터 비용으로 800억 달러(116조 원)를 지출한다고 밝혔다. 메타는 올해 최대 650억 달러(94조 원), 구글은 750억 달러(109조 원)AI 데이터센터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처럼 막대한 자금 수요를 충족하려면 기업들은 대규모 자금조달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시프마(Sifma) 집계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미국 회사채 및 자산유동화증권(ABS) 시장에서 발행된 2조 달러(2919조 원) 이상 가운데 투자등급 회사채가 약 3분의 2를 차지했다.

최근 오라클, 메타 플랫폼, 구글 모회사 알파벳 등 AI 경쟁에 뛰어든 기술 기업들이 대규모 채권 발행을 단행했다. JP모건체이스 애널리스트들은 투자 등급 채권 시장이 내년에 AI 데이터센터 관련 발행 3000억 달러(437조 원)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생명보험사, 연금 자금으로 채권 매입 주도


생명보험사들은 은퇴자들의 소득 창출을 위해 연금 자금을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 올해는 미국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가장 많은 해로, 업계 단체 림라(Limra)에 따르면 올해 첫 9개월 동안 3450억 달러(503조 원)의 연금이 판매돼 미국 연금 판매가 기록을 경신했다.

보험사의 수요는 신용시장의 전반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됐다. 투자등급 회사채의 스프레드(벤치마크 국채 수익률보다 높은 프리미엄)199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모건스탠리의 수석 채권 전략가이자 퀀트 리서치 디렉터인 비슈와나트 티루파투르는 "지난 2~3년 동안 신용시장 기술 측면에서 가장 큰 변화는 미국 생명보험사들이 최대 한계 매수자로 부상한 것"이라며 "이로 인해 전반에 걸쳐 신용 스프레드가 좁아졌다"고 말했다.

스위스리연구소(Swiss Re Institute) 경제학자들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과 빠르게 고령화되는 신흥 시장에서 은퇴 소득 수요 증가는 채권 구조를 장기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생명 과학과 의료 기술 발전으로 은퇴자들의 수명이 길어지는 이른바 장수 리스크는 보험사들도 장기 자산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비전통 채권 투자로 눈 돌리는 보험사


최근 몇 년간 보험사들은 투자에서 전통 상품보다는 비전통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연구 분석에 따르면 생명보험사들은 수익률은 높지만 더 복잡한 사모(Private Placements)에 더 많이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가에서는 투자등급 시장에서도 더 큰 수익과 규모를 위해 추가 복잡성이나 기간을 감수할 수 있는 잠재 구매자가 있어 AI 구축 자금조달을 위한 더 많은 제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10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투자등급 채권 시장이 데이터센터 성장과 관련된 비전통 자금조달 수단을 점점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썼다.

비치포인트캐피털매니지먼트(Beach Point Capital Management)의 구조화 신용 부문 책임자인 벤 헌세이커는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이런 일을 더 많이 겪게 될 것"이라며 "오늘 AI에서 승리한다면 수조 달러를 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자가 조금 더 많이 든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일반 투자자들이 앞으로 이전보다 훨씬 복잡해진 채권 시장을 평가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대한 위험이 낮은 상품을 원하는 회사채 투자자라면 시장 내 어떤 부문에 투자할지 더욱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AI 혁명의 비용은 결국 현역 근로자가 아닌 은퇴자들의 미래 소득으로 충당되고 있으며, 이는 AI 시대 금융 시장 구조를 근본부터 바꾸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