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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AI, 2~3년 내 대졸 실업률 25% 유발"…美 상원의원, '전례없는 혼란'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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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AI, 2~3년 내 대졸 실업률 25% 유발"…美 상원의원, '전례없는 혼란' 경고

마크 워너 "고등 교육 마친 청년층 직격탄…2028년 최대 이슈 될 것"
"AI 기업이 재교육비 80% 부담해야"…빅테크 '전력 비용' 직접 지불도 주장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급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이 향후 2~3년 안에 미국 신규 대학 졸업자들의 실업률을 최대 25%까지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충격적인 경고가 미 의회에서 나왔다. 이는 AI가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본격적으로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고등 교육을 마친 청년층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대규모 경제적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주당 소속의 마크 워너(Mark Warner) 상원의원은 AI 기술이 초래할 고용 시장의 지각변동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며, 이것이 "전례 없는 수준의 사회적 혼란"을 촉발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통신 업계 임원 출신이자 상원 내 대표적인 기술 문제 전문가로 꼽히는 그의 이번 발언은 AI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한 논의가 안전 문제를 넘어 '일자리'라는 경제적·사회적 문제로 본격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워너 의원은 17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나는 이것(AI로 인한 고용 문제)이 2028년까지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그 순간을 대비해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의회와 기업들의 선제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그의 경고는 단순한 예측에 그치지 않는다. 이미 관련 통계는 AI발 고용 한파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US Bureau of Labor Statistics)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학사 학위를 소지한 20~24세 청년층의 실업률은 9.3%에 달했다. 이는 2년 전 같은 기간의 7.4%에서 눈에 띄게 상승한 수치다. 워너 의원의 25% 전망은 현재 9.3%인 실업률이 AI 기술의 가속화에 따라 향후 2~3년 내에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워너 의원은 이러한 대규모 실업 사태가 가져올 사회적 파장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그는 "고등 교육 비용을 부담해 온 수많은 실직 청년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경제적 좌절감"이 사회적 혼란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막대한 학자금 대출을 안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이 AI로 인해 아예 일할 기회조차 박탈당할 경우, 그 불만이 사회 전체의 불안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9.3% 찍은 대졸 실업률…'AI발 혼란' 현실화


워너 의원의 '25% 실업률' 경고가 단순한 기우가 아닌 이유는 이미 노동 시장 데이터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노동통계국이 집계한 8월 데이터는 20~24세 대졸자 실업률이 9.3%임을 명시하고 있다. 2년 전 7.4%와 비교할 때 분명한 상승세다. 이는 AI 기술이 점차 보급되면서 기업들이 엔트리 레벨(신입) 직무부터 자동화를 시도하고, 이로 인해 신규 졸업생들이 직격탄을 맞기 시작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경제적 혼란(economic dislocation)'은 워너 의원이 가장 우려하는 지점이다. 그는 AI 기술이 특정 산업이나 직군을 넘어 경제 전반의 구조를 흔들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피해를 누가 감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워너 의원은 이 거대한 혼란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구상안도 제시했다. 그는 "대규모 직업 재교육 프로그램"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AI로 인해 일자리를 잃거나 새로운 기술 습득이 필요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정부와 기업이 협력하여 대대적인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그가 이 재교육 프로그램의 비용 부담 주체로 'AI 기업'을 명확히 지목했다는 사실이다. 워너 의원은 AI 제품으로 인해 이러한 경제적 혼란을 야기한 대형 AI 기업들이 전체 재교육 비용의 70~80%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테크 브로들(Tech bros, 기술 업계 종사자들을 지칭), 당신들이 그 재교육이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우리와 함께 알아내도록 도와주되, 5년 동안은 (비용을) 부담하라"고 직설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이는 AI 기술 발전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이 그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에 대해서도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책임론'을 정면으로 제기한 것이다.

"실질적 법안 없다"…'입법 공백' 상태인 美의회


문제는 이러한 거대한 위협과 구체적인 해법 제시에도 불구하고, 미국 의회의 입법 시계는 사실상 멈춰있다는 점이다. 워너 의원 자신도 의회가 AI 관련 중대 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에 대해 깊은 회의감을 드러냈다.

최근 의회는 AI가 노동력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에 대해 여러 차례 청문회를 개최하고, AI 훈련 및 개발과 관련된 몇 가지 제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어떤 중요한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노동조합들은 AI가 확산됨에 따라 노동자들이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적응하고 그들의 권리가 보호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도 제정해 줄 것을 의회에 거듭 촉구해왔다.

그러나 워너 의원은 "실질적이고 실제적인 법안에 관해서는, 나는 많은 가능성을 보지 못한다"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현시점에서 실질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초, 상원은 AI 관련 피해로부터 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주(state) 차원의 법률 시행을 금지하려는 시도를 투표로 거부한 바 있다. 이 유예 조치가 실패로 돌아간 후, 일부 상원의원들은 의회가 주도적으로 AI 기술을 통제하기 위한 포괄적인 법안을 작성해야 한다고 제안했으나, 실질적인 진전은 없는 상태다.

다만 워너 의원 자신은 공화당의 조시 홀리(Josh Hawley) 의원과 초당적으로 협력하여, 기업과 연방 기관이 AI의 부상으로 인해 일자리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한 분기별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이달 초 발의했다. 이는 AI의 고용 영향을 투명하게 추적하기 위한 첫걸음이지만, 워너 의원이 경고한 '안전 법안'과는 거리가 있다.

한편, 워너 의원은 AI와 관련된 또 다른 핵심 현안인 '데이터센터 전력 비용' 문제도 제기했다. 그의 지역구인 버지니아는 전 세계에서 데이터센터가 가장 밀집한 지역이다. 그는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사용으로 인한 전기 요금 급등이 다가오는 중간선거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아마존닷컴이나 알파벳과 같은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이 자신들의 전력 사용 비용을 직접 '지불(kick in)'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너 의원은 "데이터센터 전력 비용을 기존 소비자에게서 분리해야 한다"며, 데이터센터가 급증함에 따라 일반 주거용 전기 사용자가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AI 재교육 비용과 마찬가지로, AI 구동의 기반이 되는 인프라 비용 역시 빅테크가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2026년 재선을 앞두고 있는 워너 의원은 AI 문제를 자신의 핵심 선거 캠페인 의제로 삼을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AI가 "우리 모두,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워너 의원은 "나는 많은 것을 시도할 것"이라며, AI가 초래할 일자리 위기와 사회적 비용 문제를 의회와 선거의 중심으로 가져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