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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에이서 CEO "메모리 대란, 2027년까지 간다"…결정권 쥔 中 생산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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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에이서 CEO "메모리 대란, 2027년까지 간다"…결정권 쥔 中 생산능력

"中 안정적 대량생산 여부가 시장 균형 회복의 유일 변수"
서버·스마트폰에 밀린 PC 업계, 메모리 50% 급등에 마진 압박 직면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글로벌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며 소비자 가전 공급망 전반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으며, 특히 개인용 컴퓨터(PC) 제조업체들이 극한의 압박을 받고 있다. 업계 경영진들은 현재 확보된 재고가 2025년 4분기까지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2026년 초부터는 핵심 부품 확보를 위한 경쟁이 한층 더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9일(현지시각) IT전문 매체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에이서(Acer)의 첸쥔((陳俊)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자사가 2026년 초까지는 부품 공급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전체 산업의 전망이 중국 제조사들의 메모리 생산 규모 확대 능력에 달려있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첸 회장은 최근 메모리 부족 사태가 2027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는 일부 예측들이 중국의 생산 능력 확장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첸 회장은 "핵심은 중국 메모리 제조업체들이 안정적인 대량 생산에 도달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미 몇몇 중국 공급업체들이 DDR5 D램을 출하하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움직임이 현재 예상되는 시점보다 더 일찍 시장 균형을 회복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PC는 '꼴찌', 30~50% 가격 인상 공포


PC 부품 제조업체들의 보고에 따르면, 메모리 공급업체들은 공급 물량과 가격을 기준으로 출하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서버 부문을 최우선으로 하며, 그 다음이 스마트폰, 그리고 나머지 잔여 물량이 PC 부문에 할당되는 형태를 띠고 있다.

현재 시장은 메모리 부족의 정점에 달해 있으며, 부품 공급업체들은 매주 수정된 가격 목록을 벤더들에게 통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들은 2025년 4분기를 거치면서 재고를 소진하고 있으며, 2026년에는 공급 상황이 더욱 타이트해질 것에 대비하고 있다. 일부 산업 추정치에 따르면 공급 부족 현상이 2027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지만, 첸 회장은 그 정확한 시기가 중국 공급업체들이 얼마나 빨리 생산량을 확대할 수 있는지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만약 이들의 생산이 안정화된다면, 현재의 공급과 수요 불균형 상황은 잠재적으로 역전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업계 내부 관계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레노버(Lenovo), HP, 델(Dell), 애플(Apple) 등 주요 PC 브랜드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부품 확보 파이프라인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소형 브랜드들은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 공급업체들은 메모리 확보에 실패한 기업은 생산 공백에 직면할 것이며, 확보에 성공한 기업들 역시 급등한 원가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원가 상승은 결국 소비자 대상의 소매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다시 수요를 위축시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글로벌 PC 브랜드들은 2025년 4월, 트럼프 시대의 새로운 관세 정책에 반응하여 부품 구매를 급격하게 늘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선행적인 재고 확보 움직임은 그해 특이한 패턴을 만들었는데, 통상적으로 비수기인 상반기에 출하량이 강세를 보였고, 전통적인 성수기인 3분기에는 오히려 부품 인입(pull-ins)이 약세를 보이는 비정상적인 흐름이 나타났다.

메모리 가격이 급격히 상승함에 따라, 브랜드들은 마진(Margin) 축소를 감수하며 가격 인상을 보류할 것인지, 아니면 가격을 인상하여 판매 둔화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의 딜레마에 직면했다.

첸 회장은 삼성전자가 수개월 동안 메모리 가격 견적(Price Quote) 제시를 중단했으며, 이로 인해 에이서는 다른 두 공급업체와 협상해야 했다고 밝혔다. 에이서는 2025년 4분기와 2026년 1분기 물량을 성공적으로 확보했으며, 현재 6~8주 분량의 부품 재고와 8~10주 분량의 완제품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선제적인 구매 전략 덕분에 평소보다 약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메모리 가격은 2025년 3분기에서 4분기로 넘어오는 동안 30%에서 50%까지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첸 회장은 에이서가 원가와 시장 상황을 기반으로 가격을 조정할 것이며, 필요한 경우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프로모션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장기 복원력으로 위기 돌파


첸 회장은 디지타임스 리서치 데이터를 인용하며, 전 세계 노트북 출하량이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3%의 복합 성장률(CAGR)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이는 비록 완만한 성장세이지만, 전반적인 성장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그는 에이서가 이러한 전환기에 공격적인 부품 구매를 통한 단기적 이익 추구보다는 장기적인 복원력(resilience)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변동성과 관련하여 첸 회장은 성장 예측의 작은 변화, 즉 3% 증가든 1~2% 감소든 상관없이 회사의 핵심 전략을 바꾸지는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는 PC 부문을 에이서에게 있어 '인큐베이터(Incubator)'라고 묘사하며, 이 사업에서의 발전이 회사가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에이서만이 사업 다각화와 강화에 주력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 최대 노트북 배터리 모듈 제조업체인 심플로 테크놀로지(Simplo Technology) 역시 PC 부문을 넘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자회사 AES의 데이터센터 배터리 백업 유닛(BBU) 사업에서 강력한 성장을 보이는 동시에, 심플로는 2025년 4분기부터 드론 배터리 모듈 출하를 시작했으며 2026년에는 물량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내부 관계자들은 심플로를 PC 부문을 장기적인 사업 복원력을 강화하기 위한 발판으로 활용하는 또 다른 사례로 언급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