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넥스페리아' 사태 경고…中, 보조금 앞세워 28나노 이하 '구형칩' 시장 장악
車 반도체 '명줄' 쥔 중국 韓 8인치 파운드리 직격탄…삼성·현대차 공급망 '시한폭탄'
車 반도체 '명줄' 쥔 중국 韓 8인치 파운드리 직격탄…삼성·현대차 공급망 '시한폭탄'
이미지 확대보기'칩워(Chip War)'의 저자 크리스 밀러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가려진 위협'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전 세계가 AI와 3나노 이하 최첨단 경쟁에만 몰두하는 사이, 중국이 자동차와 가전, 산업기기의 '혈맥'인 구형(레거시) 반도체 시장을 무섭게 장악하며 이를 '무기화'하고 있다는 강력한 경고다.
밀러는 최근 닛케이(Nikkei)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이러한 레거시 반도체 전략이 과거 희토류 분쟁보다 "더 심각한 위협"이라고 단언했다. 이는 단순한 시장 점유율 경쟁이 아닌, 글로벌 공급망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안보의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특히 밀러의 이 경고는 지난 10월 발생한 '넥스페리아(Nexperia) 사태'로 인해 단순한 가설이 아닌 냉혹한 현실로 증명됐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뒀지만 중국 윙텍(Wingtech)이 소유한 넥스페리아는 차량용 반도체의 핵심 공급사다. 최근 네덜란드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경영권 개입을 시도하자, 중국 정부는 즉각 보복에 나섰다. 넥스페리아 전체 생산의 80%를 담당하는 중국 내 공장의 특정 반도체(ECU 등 핵심 부품) 수출을 전격 통제한 것이다.
이 조치로 폭스바겐을 비롯한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은 공장 가동 중단(셧다운)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직면했다. 업계는 이를 '레거시 칩 전쟁'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며, 밀러가 지적한 "중국의 의지에 따라 생산이 멈출 수 있다"는 경고가 현실화됐다고 분석한다.
"첨단 막히자 '구형'에 올인"…中의 역발상
중국이 레거시 반도체에 이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미국의 강력한 제재로 ASML의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도입이 막히면서 7나노 이하 최첨단 공정 진입이 사실상 좌절됐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은 전략을 수정, 막대한 국가 보조금을 28나노 이상의 성숙 공정(레거시)에 쏟아붓고 있다. 이미 건설 중인 신규 팹(공장)의 상당수가 레거시 공정에 집중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TrendForce) 등에 따르면, 전 세계 레거시 반도체 생산능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31%에서 2027년 39%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8나노 시장은 2028년 32%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밀러는 자동차 산업을 그 직격탄으로 지목했다. 그는 "자동차 한 대에 탑재되는 반도체의 98%는 레거시 칩"이라며, 이 시장이 중국의 손에 넘어갈 경우 글로벌 자동차 산업 전체가 인질로 잡힐 수 있음을 경고했다.
'칩워 2라운드'는 이미 시작됐다. 미국과 유럽은 중국의 '비(非)시장적 보조금' 공세에 공동 대응을 천명했다. 미국은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에 대한 301조 조사를 개시하고 최대 50%의 징벌적 관세를 검토 중이며, EU 역시 무역기술협의회(TTC)를 통해 공동 대응에 나섰다. 심지어 미국은 네덜란드, 일본을 넘어 한국에도 DUV(심자외선) 장비의 대중국 수출 통제 동참을 압박하며 전선을 구형 반도체로 확대하고 있다.
韓 산업계 '양날의 검'…위기인가 기회인가
중국의 레거시 역습은 한국 산업계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즉각적인 타격을 받는 곳은 8인치 파운드리(위탁생산) 업계다. DB하이텍, SK하이닉스시스템IC 등은 중국 파운드리 업체(SMIC, 화홍반도체 등)의 저가 공세에 직면했다. 중국 업체들은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원가 이하, 혹은 30~50% 낮은 가격으로 물량 공세를 펴며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기아, 삼성전자, LG전자 등 완제품 업체들에도 '넥스페리아 사태'는 '제2의 와이어링 하네스' 사태를 예고하는 경종이다. 첨단 AI 칩이 아닌, 단 몇 백 원짜리 구형 반도체(MCU, 전력반도체) 하나가 전체 생산 라인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만큼, 중국에 편중된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더욱 복잡한 문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이들은 중국 시안(낸드)과 우시(D램)에 거대 생산기지를 운영 중이다. 만약 미국이 중국산 레거시 칩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의 저가 공세가 약화돼 DB하이텍 등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삼성·SK 제품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경우, 이들 역시 가격 경쟁력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한편, 밀러는 첨단 AI 칩 경쟁에서는 중국이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SMIC가 7나노 칩을 소량 생산 중이나, 이는 TSMC가 2018년 양산한 기술로 5~6년의 격차가 존재하며, 장비 제재로 이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결국 밀러는 새로운 기술 동맹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뉴시스 포럼 등에서 "한국이 '혁신가의 딜레마'를 피하고 AI를 자동차, 조선 등 막강한 산업 기반에 통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미국의 압도적인 소프트웨어와 일본의 정밀한 로보틱스 제조 역량을 결합해 중국을 견제할 새롭고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역설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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