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 '물가 안정'에도 미국인 65%가 생활비 정책 반대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 '물가 안정'에도 미국인 65%가 생활비 정책 반대

인플레이션 둔화에도 '주택·약가·식료품' 가격 부담 심화… 중산층 지지율 급락
트럼프 행정부가 '저렴한 가격 실현'을 경제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내세우고 있으나, 미국인 65%가 트럼프 대통령의 생활비 정책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 행정부가 '저렴한 가격 실현'을 경제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내세우고 있으나, 미국인 65%가 트럼프 대통령의 생활비 정책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미지=GPT4o
트럼프 행정부가 '저렴한 가격 실현'을 경제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내세우고 있으나, 미국인 열 명 가운데 여섯 명을 넘는 65%가 트럼프 대통령의 생활비 정책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지난 18(현지시각) 배런스가 전했다.

이는 물가 상승률(인플레이션) 둔화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여전히 실제 가격 부담을 심각하게 느낀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백악관은 일부 식료품 관세 철회와 처방약 가격 인하를 위한 제약사 협상 같은 구체적 조처를 내놓으며 난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지만, 중산층 지지율 하락세 속에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생활비 문제에 쓸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가격 부담' 반대 여론 39%P 급증... "실제 가격이 문제"


로이터와 입소스가 지난 19일 내놓은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인의 약 65%가 트럼프 대통령의 생활비 정책에 반대하고 찬성한다는 응답은 26%에 그쳤다. 정책에 대한 순 반대율은 39%, 지난 8월의 26%, 2월의 19%보다 크게 늘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막았으며, 이 나라의 물가를 낮추고 있다"고 기자들에게 밝히는 등 정책 성공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일반 대중의 체감 물가 부담은 여전히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실제로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2022년 코로나19 사태와 경기 부양책에 따른 공급망 문제로 한때 연율 9%까지 치솟았으나, 지난 9월에는 연율 3%로 급격히 떨어졌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부분 수입품에 새로 매긴 관세가 물가상승을 부를 것이라는 많은 경제학자들의 예측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현상이다.

하지만 스트라테가스 증권의 제이슨 드 세나 트레너트 공동 창립자는 연구 보고서에서 "미국인들은 가격 변동률(인플레이션율)보다 실제 가격 자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문제라고 분석했다. 트레너트는 "치약은 한 번 튜브에서 꺼내면 다시 넣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2024년에 인플레이션이 정치 이슈였다면 2025년에는 '가격 부담 가능성'이 핵심 이슈"라고 지적했다. 가격이 한번 오르고 나면 그 인상된 가격 수준에서 머무는 경향이 있어, 상승률이 둔화해도 이미 높아진 가격으로 말미암은 부담은 줄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선거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지난달 주요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뒤 생계비 문제는 워싱턴 정가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으며, 뉴욕 시장 당선인 조란 맘다니처럼 생활비 문제를 앞세운 정치인들이 쉽게 승리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중산층 지지율은 최근 몇 달 사이 급격히 하락했다.

주택, 처방약, 휘발유... 백악관의 미세 조정 노력


이러한 여론 악화에 따라 백악관은 생활비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조처들을 내놓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주 쇠고기, 커피, 토마토, 바나나 등 일부 식료품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무역 협상 진전 뒤 관세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오웬 테드포드 비컨 폴리시 어드바이저스 분석가는 다른 세금 부과를 멈추면 다른 상품의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는 주장을 펴겠지만, 백악관이 그 이상의 조처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제약 회사 경영진을 만나 일부 체중 감량 약물을 비롯한 처방약의 가격을 내리도록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이 다룰 수 있는 잠재적 분야로 휘발유 가격이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미국의 두 번째로 큰 석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이 문제에 압력을 가할 기회를 얻었다. 휘발유 가격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시 일반 휘발유 갤런당 3.01달러에서 약 2.93달러로 떨어져 가격 우려가 있는 미국인에게는 긍정적인 소식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올해 가격이 약세인 데도 석유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생산 비용이 높은 미국과 남미 생산업체로부터 시장 점유율을 되찾기 위한 움직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지도자와의 기자회견에서 "휘발유 가격이 2달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택 가격을 낮추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각 기관에 요청했다. 빌 풀트 연방주택금융청(FHFA) 청장은 50년 주택담보대출 같은 연방 정부 지원 주택금융 지원책의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보수층의 반발로 이 구상은 다소 물러났다. 풀트 청장은 또한 주택 소유주들이 새집으로 옮겨갈 때 낮은 금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이동식 모기지" 제도를 검토하며, 대형 건설사들이 공급을 늘리도록 빈 터에 주택 건설을 더 많이 시작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일부 모기지 정책은 의회 입법이 필요하고 시행되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

백악관, 바이든 '책임론' 공세 속 장기적 규제 완화 모색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가격 부담이 문제라는 사실을 부인하며, 높은 비용의 책임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 돌리는 한편, 비용을 낮추는 움직임도 함께 보인다. 캐롤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은 19일 아침 뉴스 프로그램 영상을 걸어놓은 사회관계망 서비스(X) 게시물에서 "트럼프의 프로그램은 이미 효과가 있다"고 썼다.

백악관 관계자는 행정부가 규제 완화, 재정적자 축소 같은 거시 경제적 조치와 쇠고기 수입 관세 검토 같은 미시경제적 조치 모두로 물가 상승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테드포드 분석가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들 사이에선 올해 초 공화당이 통과시킨 세금 법안으로 말미암은 절감 효과가 미국인들에게 반영되기 시작하는 2025년 세금 보고서를 통해 유권자들이 주택 구매력 문제에 대해 더 나은 생각을 갖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 듯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저렴한 주택에 대한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다""지금은 훨씬 못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해, 주택 가격 문제 해결에 대한 진전이 미미함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