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석유가 세계 경제를 지배하던 시대가 끝났다. 21세기 새로운 기축통화는 바로 전기다"
글로벌 에너지 패권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중국이 이를 가장 먼저 파악하고 국가 전략을 가동했다고 글로벌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이 진단했다.
일렉트렉의 프레드 램버트 편집장은 최근 칼럼을 통해 인공지능(AI), 자동화된 산업, 전기 운송수단으로 정의되는 미래 경제는 오직 하나의 변하지 않는 투입물, 즉 전기로 움직인다고 분석했다.
램퍼트 편집장은 “더 이상 정부 신용이나 암호화폐가 아닌, 생산적인 산출물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킬로와트시(kWh)가 새로운 경제 기반이 될 것”이라며 “'페트로-달러(석유 기반 화폐)'는 죽고 '일렉트로-달러(전기 기반 화폐)'의 시대가 열렸다”고 주장했다.
캴럼은 중국의 일련의 조치들이 전기를 새로운 전략적 자산으로 취급하는 명확하고 일관된 국가 전략의 증거라고 지적했다. 램퍼트 편집장은 “중국은 이 새로운 통화의 '발행소'를 전 세계를 뒤흔들 규모로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칼럼에 따르면 중국은 오는 2030년 목표였던 1200기가와트(GW)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2025년 조기 달성했다. 국가 전력망 관리 공기업인 국가전망공사(SGCC)를 통해 전력 배분에 대한 절대적인 국가 통제권을 확보했다. 또 서쪽의 외딴 풍력 및 태양광 발전소에서 전력 소비가 많은 동부 해안 산업 허브로 전력을 전송하기 위한 초고압(UHV) 그리드를 건설하는 등 자유화된 시장에서는 불가능한 대규모 국가 전략을 실행했다.
중국은 또 전력 통제권을 정밀한 산업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평균 전력 요금은 킬로와트시(kWh)당 0.084달러(약 124원)로 저렴한 편인데 정부는 이를 이용해 '차등 요금제'를 시행했다. 저기술 고소비 산업에는 높은 요금을 부과하는 '채찍'을, 전략적 부문에는 특혜를 주는 '당근'을 사용했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는 AI다. 중국은 알리바바나 텐센트 같은 대기업의 데이터 센터에 전력 요금을 절반까지 깎아주는 대규모 전기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 이 보조금의 조건은 화웨이 등 자국산 AI 칩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이 '전기 화폐'를 사용해 자국 AI 칩 산업 성장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고 외산 기술 의존도를 끊으려는 시도라고 일렉트렉은 분석했다.
중국은 지난 2021년 모든 암호화폐 거래와 채굴을 금지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금융 안정성이었지만 램버트 편집장은 “더 깊은 전략적 의도가 있다”고 봤다. 전기가 기축통화가 되는 세상에서 비트코인 같은 작업증명(PoW) 방식의 암호화폐는 기반 자산(전기)을 소모해 분산된 저장 가치를 창출하는 '경쟁 화폐'로 간주됐다.
중국은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함으로써 경제 통제에 대한 독점권을 되찾았고 귀중한 자원인 전기의 대규모 낭비를 막아 이 발전 용량을 AI나 제조업 등 국가가 선호하는 산업에 전략적으로 재할당했다. 이는 블록체인을 에너지 경제의 회계 장부(디지털 위안, BSN)로 활용하는 것과는 철저히 구분되는 조치였다.
칼럼은 전 세계가 밈 코인이나 불확실한 가치 저장 수단에 자본을 쏟아붓는 대신에 중국처럼 전력 생산과 저장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