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서 회장 "中 양산 터지면 시장 재편"…공급망 '플랜 A'로 급부상
서버용 MRDIMM부터 AI PC용 모듈까지…'저가 추격자' 꼬리표 뗐다
서버용 MRDIMM부터 AI PC용 모듈까지…'저가 추격자' 꼬리표 뗐다
이미지 확대보기제이슨 첸(Jason Chen) 에이서(Acer) 회장의 이 한마디는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 던져진 묵직한 경고장이라고 IT전문 매체 디지타임스가 2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는 단순히 물량 공세에 대한 우려가 아니다. 글로벌 IT 공급망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기존의 절대 강자를 대체할, 혹은 그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새로운 '플랜 A'를 갈망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류 속에서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IC 차이나 2025'에서 공개한 기술적 성과는 충격적이다. 그들이 내놓은 차세대 D램 라인업은 단순한 '베끼기' 수준을 넘어섰다. 시장의 룰을 따르는 추격자가 아니라, 시장을 정의하는 주도자로 나서겠다는 야심이 엿보인다.
8000Mbps 장벽 붕괴…기술 격차 지웠다
이번 발표의 백미는 단연 8000Mbps 속도의 DDR5 제품이다. 그동안 이 속도 대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우디(Gaudi)급' 초고성능 제품만이 점유하던 성역(聖域)이었다. CXMT가 일반 D램과 프리미엄 D램을 가르는 기준선인 6400Mbps를 가볍게 뛰어넘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공정 성숙도, 신호 무결성, 그리고 엔지니어링 신뢰성 등 반도체 제조의 핵심 역량이 글로벌 톱티어 수준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더 이상 기술력이 부족해 저가형 시장만 맴돌던 과거의 중국 기업이 아니라는 선언이다.
CXMT의 전략은 치밀하다. AI PC 확산으로 '메모리 용량'이 사용자 경험의 핵심 변수가 된 상황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현재 시장은 16GB로는 부족하고 32GB는 비싼 딜레마에 빠져 있다. CXMT는 24Gb 다이(Die)를 기반으로 48GB, 96GB 모듈을 제시하며 이 간극을 메웠다. 이는 단순히 업계 표준을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이 아니다. 차세대 워크로드의 니즈를 먼저 읽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트렌드 세터'의 행보다.
서버 심장부 겨냥…'종합 IDM 도약
CXMT의 전선은 소비자용 PC를 넘어 데이터센터의 심장부로 확장됐다. 이번에 공개된 7종의 DDR5 모듈 라인업에는 일반 PC용(UDIMM·SODIMM)뿐만 아니라, 서버 및 고성능컴퓨팅(HPC)을 위한 RDIMM, MRDIMM이 포함됐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MRDIMM(Multiplexed Rank DIMM)이다. 대역폭과 용량 밀도를 동시에 높여 서버 시스템의 고질병인 '메모리 장벽(Memory Wall)'을 해소할 열쇠로 꼽히는 차세대 규격이다. 이 정도 수준의 제품을 실물로 내놓을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손에 꼽는다. 이는 CXMT가 알리바바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나 글로벌 서버 OEM의 까다로운 눈높이를 맞출 준비를 마쳤다는 신호다.
'차이나 머니'의 힘…이젠 대안 아닌 주력
CXMT의 무서운 질주 뒤에는 막강한 '차이나 머니'와 생태계가 버티고 있다. 모회사 CXMT 코퍼레이션은 기업공개(IPO) 절차에 착수했으며, 시장 가치는 약 1400억 위안(약 197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주주 명부는 더욱 위협적이다.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대기금) 2단계'와 기가디바이스, 알리바바 등이 포진해 있다. 팹리스(설계), 제조, 그리고 거대 수요처(클라우드)가 CXMT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형국이다. 이는 신제품 개발과 생산 능력 확장에 필요한 자금이 마르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그동안 중국산 메모리는 "쓸 만은 하지만 선호되지는 않는(usable but not preferred)" 대타 자원, 즉 '플랜 B'였다. 하지만 이번 기술적 도약으로 CXMT는 한국 기업을 대체할 '플랜 A'의 위치를 넘보고 있다. 기술적 일관성과 수율만 검증된다면, AI발 메모리 부족 사태 속에서 대만의 시스템 제조사들은 중국산 메모리를 주력으로 채택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 반도체 산업에 켜진 경고등이 그 어느 때보다 붉고 선명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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