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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작년 산업용 로봇 29만5000대 설치...미국의 9배·세계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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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작년 산업용 로봇 29만5000대 설치...미국의 9배·세계 54%

AI 공장 두뇌로 생산성 40% 향상...항만 88% 자동화로 세계 제조업 재편
중국이 인공지능(AI)과 로봇을 총동원해 제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과 인구 감소에 동시 대응하고 있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이 인공지능(AI)과 로봇을 총동원해 제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과 인구 감소에 동시 대응하고 있다. 이미지=GPT4o
중국이 인공지능(AI)과 로봇을 총동원해 제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과 인구 감소에 동시 대응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24(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에만 산업용 로봇 295000대를 설치해 미국의 9배에 달하는 로봇을 공장에 투입했다.

중국 정부와 기업들은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어 제품 생산부터 수출까지 전 과정을 AI로 혁신하고 있다. 의류 업체는 AI로 샘플 제작 시간을 70% 이상 단축했고, 가전업체는 AI '공장 두뇌'로 세탁기를 생산한다. 주요 항만에서는 무인 트럭이 컨테이너를 나르고 AI가 선박 스케줄을 관리한다.

세계 로봇 시장 절반 이상 장악


국제로봇연맹(IFR)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운영 중인 산업용 로봇은 지난해 200만대를 넘어섰다. 이는 단일 국가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중국이 지난해 설치한 로봇 295000대는 전 세계 다른 국가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세계경제포럼(WEF)AI 등 첨단 기술로 생산성을 높인 공장으로 인정한 전 세계 131개 시설 가운데 45곳이 중국 본토에 있다. 미국은 3곳에 그쳤다.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제조업은 국력의 핵심이다. 중국 국내총생산(GDP)25%가 제조업에서 나오는데, 이는 세계 평균을 크게 웃돈다.

바오스틸 상하이 '암흑 공장'에서는 운영자 3명이 수십 개 화면을 모니터링한다. 국영 언론 보도에 따르면 AI 덕분에 사람의 개입이 3분에 한 번에서 30분에 한 번으로 줄었다고 현장 부책임자가 밝혔다.

AI '공장 두뇌'가 작동하는 생산 현장


양쯔강변 도시 징저우에 있는 미디어(Midea) 세탁기 공장은 중국 제조업의 미래를 보여준다. 세계 최대 가전업체 중 하나인 미디어는 10년 전 독일 로봇 전문기업 쿠카(KUKA)를 인수하며 자동화 야심을 드러냈다.

지금 쿠카의 로봇들은 AI '공장 두뇌' 아래에서 작동한다. 이 컴퓨터 두뇌는 공장 내 14개 가상 에이전트를 관리하며, 이들이 서로 소통해 최적의 작업 방식을 찾아낸다. 명령은 공장 현장의 로봇과 기계들에 전달된다.

"모든 데이터를 입력하고 AI가 해결하도록 한다"고 미디어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 시웨이 소장이 말했다.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실리콘밸리에서 수년간 일한 시 소장은 중국으로 돌아와 미디어의 첨단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성형 부품을 검사대로 옮기고, 3D 카메라가 점검한다. 부품이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공장의 AI 시스템이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다. 일부 작업자들은 AI 안경을 착용해 검사 이력을 바탕으로 흔한 제품 오류를 포착한다. 15분 걸리던 공정이 30초로 단축됐다.

미디어는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직원 1인당 매출이 40%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징저우에서 8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다운 재킷 제조업체 보시덩(Bosideng)AI로 디자인을 구상하고 가상 의류를 제작한다. 저장대 협력으로 개발한 AI 모델 덕분에 의류 샘플 제작 시간이 100일에서 27일로 줄었고 개발 비용은 60% 감소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시멘트·항만까지 파고든 AI


미국의 제재를 받는 화웨이는 중국 AI 공장화의 중심에 있다. 화웨이는 중국 신화 속 세계 창조자 이름을 딴 대형언어모델(LLM) '판구'를 비롯해 공장들이 활용할 수 있는 여러 AI 서비스를 내놨다.

화웨이 엔지니어들은 상하이 서쪽 200킬로미터 떨어진 우후시의 거대 시멘트 생산업체 콩치(Conch)와 협력하고 있다. 중국 시멘트 과잉 생산에 직면한 콩치는 AI 도입으로 경쟁사보다 앞서나가려 한다.

콩치와 화웨이는 시멘트 핵심 재료인 클링커 강도를 정밀하게 예측하는 AI 도구를 개발했다. AI 모델은 수동 추정의 70%에서 85% 이상으로 예측 정확도를 높였다. 이를 통해 원료 비율을 조정하고 부적합한 강도의 클링커 생산을 피할 수 있다고 양측은 밝혔다.

AI 모델 사용으로 석탄 소비가 1% 줄어 단일 생산 라인에서 연간 약 30만 달러(44000만 원)가 절감됐다. 콩치는 2026년 말까지 AI2% 감축을 목표로 하는데, 전체 생산에 적용하면 연간 수천만 달러 절감이 가능하다.

24시간 걸리던 일 10분에 끝내는 항만


시 주석에게 항만 업그레이드는 특별한 우선순위다. 세계 제조 강국으로서 중국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핵심 단계이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항만 중 하나인 텐진항은 화웨이와 손잡고 무인 트럭을 운영하고 ''옵트버스 AI 솔버'(OptVerse AI Solver)'라는 시스템을 가동한다. 이 시스템은 선박 도착시간, 크레인 용량 등 수천만 개 변수와 제약을 최적화해 스케줄을 관리한다. 화웨이에 따르면 24시간 걸리던 계획 수립이 10분으로 단축됐다.

텐진항은 지난해 화웨이와 개발한 AI 모델 '포트GPT'도 도입했다. 현장 영상과 이미지를 분석하는 이 모델로 향후 사람 안전 담당자를 대체할 수 있다고 항만 임원이 국영 언론에 밝혔다.

세계은행과 S&P글로벌 마켓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선박 처리 시간 기준 세계 상위 20개 항만 가운데 절반이 중국 본토에 있다. 텐진항을 운영하는 국영기업 양지에민 부사장은 고도로 자동화된 작업에 전통 항만보다 60% 적은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영 언론은 올해 텐진항 대형 컨테이너 장비의 88% 이상이 이미 자동화됐다고 보도했다.

노조 없는 중국, 속도전 우위


중국 기업들이 AI 배치에서 미국보다 유리한 점 중 하나는 독립 노조가 없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AI에 조직적으로 반대하기가 극도로 어렵다.

미국에서는 자동화가 항만 운영자와 주요 부두 노조 간 계약 협상에서 최대 쟁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조 편을 들며 항만 자동화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올해 동부와 걸프 연안 항만 부두 노동자를 대표하는 국제항만노조(ILA)와 컨테이너 선사·터미널 운영자 단체 간 합의에 따르면 2030년 말 계약 만료 전까지 완전 자동화 터미널이 개발되지 않는다. 또 사무직 업무에 AI 사용도 금지했다.

미국 정부책임처(GAO)가 조사한 미국 대형 컨테이너 항만 10곳 중 2023년 중반 기준 무인 차량을 배치한 곳은 단 1곳이었다. AI와 머신러닝을 사용하는 곳은 5곳에 불과했다.

중국은 인구가 줄고 있고 젊은이들이 공장 일자리를 기피한다. 중국 정부는 수년 전 주요 제조 부문의 숙련 노동력 부족이 올해 3000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지도부는 향후 30년간 인구가 2억 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장 일자리 감소를 상쇄해 실업률을 높이지 않으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생산성 격차 벌어지는 미·중 제조업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 생산성 격차가 로봇 자동화도입 속도에서 확연히 갈리고 있다. 중국이 정부 주도로 로봇 투자를 확대하며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반면, 미국은 강력한 노조의 반대와 고질적인 인력난으로 인해 자동화 전환이 지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향후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중국은 휴머노이드 로봇 지능화 분류 표준을 세계 최초로 발표하며 글로벌 기술 표준 선점에 나섰다. 베이징시는 2027년까지 지능형 휴머노이드 로봇 1만 대 배치와 140억 달러(205,400억 원) 규모의 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 중이다.

장윈밍 중국 공업정보화부 부장관은 로봇 도입을 두고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라고 강조했다. 텐진항 방문객들에게 우리가 미래다라고 소개하는 중국의 자신감과 노조와 인력난의 이중고에 갇힌 미국의 현실이 대비되면서 글로벌 제조업 패권의 향방이 로봇에서 갈리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