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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실효 관세율, 물가 부담에 16.8%로 하락…대법원 판결·USMCA가 ‘무역 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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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실효 관세율, 물가 부담에 16.8%로 하락…대법원 판결·USMCA가 ‘무역 뇌관’

인플레 공포에 ‘속도조절’ 나선 트럼프…韓 자동차·철강, ‘플랜 B’ 시나리오 대비해야
미국의 실효 관세율이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자 우려를 의식해 16.8% 수준으로 낮아졌으나, 12월 연방 대법원의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판결과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 재검토가 향후 무역 정책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대법원 모습.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실효 관세율이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자 우려를 의식해 16.8% 수준으로 낮아졌으나, 12월 연방 대법원의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판결과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 재검토가 향후 무역 정책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대법원 모습. 사진=로이터
미국의 실효 관세율이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자 우려를 의식해 16.8% 수준으로 낮아졌으나, 다음 달 예정된 연방 대법원의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판결과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 재검토가 향후 무역 정책의 변동성을 키울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인플레이션 잡기 나선 트럼프, 실효 관세율 28%16% 하향 조정


지난 25(현지시각) 배런스는 예일대 예산 연구소(Yale Budget Lab)의 분석을 인용해 미국의 실효 관세율이 현재 16.8%를 기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광범위한 상호주의(reciprocal)’ 관세를 발표했던 지난 4월의 28%와 비교해 큰 폭으로 떨어진 수치다. 다만 올해 초 기록했던 2%대 관세율과 견주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관세율 하락의 주된 원인은 물가. 인플레이션과 경제 상황에 대한 미국 소비자의 불안이 커지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전략적 중요도가 낮은 수입품을 중심으로 관세 장벽을 낮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 행정부는 이달 초 커피, 바나나, 쇠고기 등 주요 식품류에 대한 관세를 철회했다. 여기에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처우 문제로 브라질산 제품에 부과했던 50% 징벌적 관세도 다수 포함됐다.

미국 정책 자문업체 비콘 폴리시 어드바이저스(Beacon Policy Advisors)의 오웬 테드포드 분석가는 트럼프 행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섬유나 가정용품 등 전략적 가치가 낮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관세를 추가로 낮출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알루미늄, 철강, 자동차 등 전략 산업에 대한 관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적 셈법도 작용했다. 헨리에타 트레이즈 베다 파트너스(Veda Partners) 분석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과 경제를 최우선으로 꼽는 유권자 사이에서 민주당 선호도가 공화당을 13%포인트 앞서고 있다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더 올리기 어려운 정치적 환경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무역 전쟁의 향방 가를 대법원 판결… IEEPA 위헌 시 관세 정책 급제동


전문가들은 향후 무역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최대 변수로 연방 대법원의 판결을 지목한다. 대법원은 다음 달 초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관세의 적법성 여부를 판결할 예정이다.

IEEPA는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 시 해외 금융 거래를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근거로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해왔다. 예일대 예산 연구소에 따르면 IEEPA에 근거한 관세 수입은 미국 전체 관세 수입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하급 법원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의 고유 권한인 관세 부과권을 침해했다며 권한 남용 판결을 내렸다.

트레이즈 분석가는 대법원 판결의 파장에 대해 흥미로운 해석을 내놨다. 그는 대법원에서 행정부가 패소할 경우 수십만 개의 제품 라인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일시에 소멸할 수 있다정부가 패소해 관세가 강제로 철폐되면 수입 물가가 내려가 소비가 살아나는 효과가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까다로운 의회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사실상의 감세(경기 부양) 효과를 누리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패소에 대비해 플랜 B’를 준비 중이다. 1962년 무역확장법 232(국가 안보), 무역법 301(불공정 무역), 1930년 관세법 338(차별 대우국에 대한 최대 50% 관세), 1974년 무역법 122(국제수지 위기 시 150일간 15% 관세) 등 다양한 법적 권한을 동원해 관세 장벽을 재건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UBS 자산운용의 커트 라이만 채권 부문 대표는 최근 언론 브리핑에서 물가 상승 우려 때문에 행정부가 내년 중간선거 이후까지 대체 관세 도입을 미룰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관세 환급 수표(인당 2000달러)’ 지급 방안에 대해 테드포드 분석가는 재정적자 해소 목적으로 걷은 관세 수입을 다시 푸는 방식에 공화당 내에서도 반대 기류가 강해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일축했다.

·해빙 무드USMCA 재협상 뇌관… 내년 무역 변동성 확대


대외 관계에서는 미·중 관계와 북미 무역협정이 핵심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4일 전화 통화를 통해 양국 간 긴장 완화 기조를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4월 베이징 방문 초청을 수락함에 따라, 반도체 등 민감한 분야의 추가 관세 부과는 당분간 보류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반면 내년으로 예정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재검토는 또 다른 화약고다. 미 상공회의소는 최근 미 무역대표부(USTR)에 보낸 의견서에서 “USMCA는 미국 내 일자리 1300만 개를 책임지며, 다음 순위 12개 수출 시장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미국 제조품을 수입하는 핵심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USTR은 다음 달 3일부터 청문회를 열고 협정 검토에 착수한다. 월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협정을 단순히 수정하는 것을 넘어 폐기 후 양자 협정으로 전환하려 할 경우, 자동차와 산업재 분야에서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자동차·철강업계 초긴장IEEPA 위헌 나와도 무역 리스크여전


미국 대법원의 IEEPA 판결은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 특히 자동차와 철강 업계에도 중대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국내 통상 전문가들은 대법원이 행정부의 권한 남용을 인정해 위헌 판결을 내리더라도, 이것이 곧 관세 리스크 해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IEEPA 카드를 잃게 되면, 무역확장법 232조나 슈퍼 301조 같은 대체 수단을 더 공격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법적 제동이 걸린 보편적 관세 대신, 특정 국가나 품목을 정밀 타격하는 방식으로 선회할 경우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가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철강 업계는 이미 232조에 따른 쿼터(수입 할당) 제한을 받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자동차 부문으로 확장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높이며 대응하고 있지만, 관세 정책 변화에 따라 수익성 구조가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환율 변동성도 기업 경영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증권가에서는 관세 장벽이 낮아지면 달러 약세 압력으로 작용해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어, 단순한 관세 인하가 한국 기업에 무조건적인 호재는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한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기업들은 IEEPA 합헌과 위헌이라는 이분법적 결과보다는, 판결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꺼내 들 플랜 B’가 개별 산업에 미칠 파장을 시나리오별로 분석해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