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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극초음속 미사일' 위협에 818억 캐나다 달러 투입해도 "시기 놓쳤다“ 비판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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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극초음속 미사일' 위협에 818억 캐나다 달러 투입해도 "시기 놓쳤다“ 비판 나와

캐나다, 40년 묵은 NORAD 레이더로 러시아 마하9 지르콘 탐지 불가
2030년대 신형 잠수함·전투기 배치 계획에 "너무 늦다" 우려…러·중 핵무기 경쟁 가속화 속 캐나다만 방어력 쇠퇴
북미 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의 레이더 시스템이 1985년 이후 현대화되지 않으면서 새로운 위협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북미 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의 레이더 시스템이 1985년 이후 현대화되지 않으면서 새로운 위협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미지=GPT4o
캐나다가 러시아와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위협에 맞서 향후 5년간 818억 캐나다 달러(약 85조 6500억 원)를 북극 방어에 투입하기로 했지만, 이미 시기를 놓쳤다는 비관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캐나다 시사매체 맥클린스가 지난 25일(현지시각) 심층 보도했다.

40년 방치된 NORAD, 극초음속 미사일 탐지 불가능


북미 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의 레이더 시스템이 1985년 이후 현대화되지 않으면서 새로운 위협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NORAD의 전임 미국 사령관인 글렌 밴허크 장군은 기존 레이더 시스템이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는지 의문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이들 미사일은 너무 빠르고 은밀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러시아는 2000년대 초반부터 핵 추진 부레베스트니크 순항 미사일과 장거리 핵 추진 포세이돈 어뢰 같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나섰다. 이들 무기 체계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효과를 발휘했던 패트리어트 같은 미국 방어 시스템을 빠르고 은밀하게 돌파하도록 설계됐다. 러시아군은 지난 9월 자파드 2025 훈련에서 바렌츠해에서 마하 9 속도의 지르콘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목표물을 직격탄으로 파괴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2000년대 후반 북극 지역 장거리 폭격기 순찰과 핵 추진 잠수함 순찰을 재개했으며, 핀란드 동쪽 콜라 반도를 비롯한 북부 해안선을 따라 많은 군사 기지를 현대화하거나 확장했다. 이는 러시아가 냉전 종식 이후 잃어버린 북극 군사 능력을 재건하려는 결단력 있는 노력이었지만, 여러 해에 걸쳐 점진적으로 진행돼 외부의 관심을 거의 끌지 못했다.

상호확증파괴 전략 붕괴 위기…캐나다 도시 핵 공격 가능성도


캐나다는 미국을 겨냥한 위협을 감시하는 방식으로 안보 환경을 관리해 왔다. NORAD는 양국이 공유하는 북극 레이더 기지 시스템을 감독한다. 미국을 겨냥한 모든 무기는 북극을 거쳐야 하므로 캐나다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NORAD의 레이더는 북극 침입에 대한 조기 경보를 미국에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게 아니라 미국이 먼저 공격당하기 전에 자체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NORAD는 공격이 시작되면 양측 모두 파멸한다는 것을 보장한다. 상호확증파괴(MAD)로 알려진 이 정책은 어느 쪽도 공격을 시작하지 못하도록 억제하기 위해 고안됐다. 그러나 러시아의 신형 미사일 전달 시스템이 NORAD를 우회할 수 있다면, 핵전쟁을 막는 억지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 러시아가 성공적인 기습 공격을 개시할 수 있다고 믿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밴허크 전 사령관은 러시아가 무기가 탐지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을 미국에 보여주고자 한다면 캐나다 도시에 대한 공격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캐나다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도시에 가하는 것과 같은 파괴에 노출시킬 수 있다.

2030년대 잠수함 도입 계획에 "지나치게 낙관적" 평가


트뤼도 전 정부는 2017년 국방 정책에서 NORAD 능력 개선 필요성을 인정했지만, 2022년에야 투자에 나섰다. 현 카니 정부는 미국과 협력해 새로운 골든 돔 억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북미 대륙에 대한 모든 미사일 위협을 탐색하고 파괴하도록 설계된 다층 탐지 및 방어 시스템이다.

캐나다 정부는 2022년 NORAD 현대화를 위해 20년간 386억 캐나다 달러(약 40조 4100억 원) 투입을 약속했다. 지난 7월에는 북극 수평선 초과 레이더(A-OTHR) 프로젝트 송수신 사이트를 선정했다. 온타리오주 남부에 배치될 A-OTHR은 2029년 말까지 초기 운영 능력 달성이 예상된다. 이 레이더는 전파를 전리층에 반사시켜 지구 곡률을 넘어 감시할 수 있어 일반 레이더 기술보다 훨씬 먼 거리를 탐지할 수 있다.

카니 정부는 2030년대 중반까지 신형 잠수함을 보유하고, 2026년에서 2030년 사이에 노후한 전투기를 대체할 첫 번째 세트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맥클린스는 "캐나다가 2030년까지 어떤 신규 시스템이라도 배치한다고 가정하는 것은 극도로 낙관적"이라며 "그전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캐나다가 직면한 위협은 러시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은 핵무기 보유량을 300개에서 600개로 두 배 늘렸으며 더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도 핵 탄도미사일과 폭격기를 교체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 미국이 핵무기 현대화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캐나다만 냉전 종식 이후 거의 모든 방어 능력을 쇠퇴하도록 방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22년 북극 안보에 재전념한 이후에도 오타와는 1980년대식 F-18 전투기 교체를 놓고 미국산 F-35와 스웨덴산 그리펜 전투기 가운데 어느 것을 구매할지 여전히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