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력대란에 소형원전(SMR) 투자 열풍…정치 인맥만으로 수조 원 몰려
매출 없는 페르미·오클로, 트럼프 측근 창업에 주가 급등…한국, 2035년 i-SMR 상용화로 3000억 달러 시장 공략
매출 없는 페르미·오클로, 트럼프 측근 창업에 주가 급등…한국, 2035년 i-SMR 상용화로 3000억 달러 시장 공략
이미지 확대보기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6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 기업 페르미아메리카와 오클로 등 트럼프 행정부와 연관된 원전 스타트업들이 실적 없이도 수조 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원전시장에 '정치 인맥' 영향력 논란
보도에 따르면 페르미아메리카는 창업 9개월 만인 지난 10월 나스닥에 상장하며 창업자들의 자산가치를 합계 70억 달러(약 10조 2300억 원)로 끌어올렸다. 이 회사는 릭 페리 전 에너지부 장관과 텍사스주지사 출신 및 그의 아들, 토비 노이게바우어 전 하원의원 아들 등이 공동 창업했다. 상업용 원자로를 단 한 기도 건설하지 않은 상태다.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전력수요를 겨냥해 설립된 오클로는 매출이 없음에도 시가총액이 한때 250억 달러(약 36조 5500억 원)에 달했다. 크리스 라이트 현 에너지부 장관이 이사회 멤버였던 이 회사는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창업자 제이콥 드윗을 백악관 집무실로 초청해 원전 진흥 행정명령 서명식에 참석시킨 뒤 주가가 급등했다.
투자자문회사 디코딩디스컨티뉴어티의 라파엘 도르나노 대표는 "여기저기서 같은 사업을 시작한다면 기업가치는 제로일 것"이라며 "이들 기업의 청사진은 '이 분야에서 검증된 실행능력은 없지만, 정치적 인맥을 통해 규제 승인을 받을 수 있다'는 신호를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 2050년까지 원전 4배 확대 목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5월 원자력 부흥을 위한 행정명령 4건에 서명하며 2050년까지 미국 원자력 발전용량을 현재 100기가와트(GW)에서 400GW로 4배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 에너지부는 원자력규제위원회(NRC)와 지난 10월 안전성 검토 절차를 간소화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에너지부가 이미 검토한 안전 위험은 NRC가 재검토하지 않기로 했다. NRC 대변인은 "에너지부가 원자로 설계를 충분히 테스트하고 안전한 작동을 입증하면 NRC가 그 작업을 반복하지 않고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보수 주 정부와 발라아토믹스 등 원전 스타트업들은 NR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소형 원자로에 대한 연방정부 규제권한이 과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고 측은 본질적으로 안전한 소형 원자로에 대한 인허가는 주정부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미국시장 진출 본격화…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목표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는 지난 13일 워싱턴DC에서 한미 원자력 공급자 포럼을 개최하고 국내 중소중견기업과 미국 전력사,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사 간 협력 기회를 논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수출 첫걸음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 8월과 10월 정상회담에서 마누가(MANUGA) 협력 구상을 통해 원전 공급망 공조를 명시했다. 한국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이후 미국 설계인증을 획득한 유일한 외국 기업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KB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이 한국형 원전 수출을 주도하는 만큼 현대건설, 두산에너빌리티 등 주요 밸류체인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주된 창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MR 시장 2040년 최대 438조 원 규모…한국은 2035년 상용화 목표
국제기구와 시장조사기관들은 전 세계 SMR 시장이 2040년까지 최소 300억 달러(약 43조 원)에서 최대 3000억 달러(약 438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약 70~80종 SMR이 개발 중이며 대부분 2030년대 초반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은 혁신형 SMR(i-SMR) 개발을 2028년 표준설계인가 획득, 2035년 상용화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5~2036년 0.7GW 규모 SMR 1기 운영 계획을 명시했다.
경남도는 지난 25일 두산에너빌리티 등 원전기업들과 전략회의를 열고 SMR 글로벌 육성전략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경남은 340여 개 원전기업이 집적한 글로벌 원전산업 육성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전문가들 "기술력 확보와 현지화 병행해야"
한국무역협회는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이 주도하던 세계 원전 수출시장에 다시 뛰어들 것을 천명했다"며 "현 시점에서는 한국, 일본 등과의 국제 공급망 공조를 통해 원전 수출시장 개척을 진행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무역협회는 "미국이 기술력이나 제조역량이 부족한 것이 아닌 만큼 수익성이 담보되는 순간 미국 기업들이 언제든지 공급망에 재진입할 수 있다"며 "세계적으로 공급망 자국화 노선을 취하는 만큼 미국 공급망 빠른 편입을 위해 현지화도 고려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원자력 전문가는 "지금 개발되고 있는 SMR 중 5~6종 외에는 없어질 것"이라며 "2030년대에는 보급이 예상되며 대형 원전시장과 별도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세계적으로 첫 번째 고객 리스크를 피하려 하는데 우리나라가 주어진 시간 내에 SMR을 건설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며, 그렇게 되면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