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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러시아 전쟁 대비 1200쪽 비밀작전 수립…80만 나토군 동원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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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러시아 전쟁 대비 1200쪽 비밀작전 수립…80만 나토군 동원 계획

2029년 러시아 공격 가능성 대비…1660억 유로 인프라 투자 예고
독일이 러시아와 전면전에 대비해 최대 80만 명에 이르는 독일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병력을 동쪽 전선으로 신속 배치하는 1200페이지 분량의 비밀작전 계획을 수립한 것이 확인되었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독일이 러시아와 전면전에 대비해 최대 80만 명에 이르는 독일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병력을 동쪽 전선으로 신속 배치하는 1200페이지 분량의 비밀작전 계획을 수립한 것이 확인되었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독일이 러시아와 전면전에 대비해 최대 80만명에 이르는 독일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병력을 동쪽 전선으로 신속 배치하는 1200페이지 분량의 비밀작전 계획을 수립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6(현지시각) 보도했다.

러시아 침공 대비 병참 작전 청사진


'독일 작전 계획'(OPLAN DEU)으로 불리는 이 청사진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직후 베를린 율리우스 레버 병영에서 고위 장교 12명이 작성했다. 이 계획의 핵심은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을 공격할 경우 독일 영토를 통과해 동쪽 전선으로 이동하는 최대 80만 명 규모의 독일군, 미군, 나토 병력을 신속하게 수송하는 방법을 담고 있다.

계획은 병력이 이동할 항구, , 철도, 도로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동 중 보급과 보호 조치를 상세히 기술했다. 군 고위 장교이자 이 계획의 초기 입안자 중 한 명은 "목표는 적에게 공격하더라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 전쟁을 예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브란덴부르크 사회안보연구소 팀 슈투히티 소장은 "알프스 산맥이 자연 장벽을 형성하고 있어 러시아와 충돌이 발생하면 나토 군대는 어디에서 시작되든 독일을 통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독일은 러시아와 전쟁 시 최전선 국가가 아닌 전초기지 역할을 맡게 된다.

독일 관리들은 러시아가 2029년에 나토를 공격할 준비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방 정보기관이 모스크바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일련의 정찰, 방해 공작, 유럽 영공 침범 사건은 러시아가 더 빨리 공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분석가들은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휴전 협정이 러시아가 유럽 나토 회원국 공격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자원을 확보하는데 악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후 인프라가 최대 약점


독일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노후화된 사회 기반 시설이다. 냉전 시대 독일에서는 고속도로, 교량, 기차역, 항만이 필요시 군사 자산으로 활용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냉전 종식 후 이중 용도 기반 시설 필요성이 사라지면서 건설된 터널과 교량은 호송대를 수용하기에 너무 좁거나 허술한 경우가 많았다.

베를린은 만성 투자 부족으로 고속도로의 20%와 고속도로 교량의 4분의 1 이상이 보수가 필요하다고 추산한다. 독일 항만연합에 따르면 북해와 발트해 항만에는 150억 유로(254200억 원) 규모의 공사가 필요하며, 이 중 30억 유로(5조 원)는 부두 보강 같은 이중 용도 개선 사업이다.
지난해 2월 네덜란드 국기를 단 화물선이 독일 북서부 훈테강 위 철도교에 충돌해 철도 교통이 마비된 사건은 이러한 취약성을 잘 보여준다. 이 다리는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군수품 운송 허가를 받은 독일 유일의 북해 항구 노르덴함을 연결하는 유일한 철도 노선에 위치해 있었다. 사고로 탄약 공급이 수 주 동안 중단됐고, 유럽 주둔 미군 최고 사령부는 물자를 폴란드 항구로 옮겨야 했다.

나토 국방대학 야닉 하트만 준회원은 "이로 인해 우회로와 지연이 발생하고 생명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1660억 유로 재무장 프로젝트 가동


독일을 전쟁에 대비시키기 위한 노력은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지 며칠 후 시작됐다. 당시 올라프 숄츠 총리는 1000억 유로(169조 원) 규모의 재무장 기금을 공개하며 이 결정을 '획기적 변화'(자이텐벤데)라고 환영했다.

그해 말 독일군은 모든 본토 작전을 지휘하는 영토 사령부를 창설하고, 코소보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참전한 앙드레 보데만 중장에게 작전 계획 초안 작성 임무를 맡겼다. 작년 3월까지 부처, 정부 기관, 지방 자치 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보데만의 팀은 이 계획의 첫 단계를 완료했다.

올해 새로 출범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정부는 5000억 유로(846조 원) 규모의 국방 지출 계획과 징병제 복귀를 선언했다. 베를린은 2029년까지 인프라에 1660억 유로(281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며, 이 중 1000억 유로(169조 원) 이상을 오랫동안 방치된 철도에 투자하고 이중 용도 인프라에 우선순위를 둘 계획이다.

민간 부문 총동원 체제 구축


독일은 작전 계획 이행을 위해 민간 부문을 군수 계획에 적극 포함하고 있다. 방산업체 라인메탈은 최근 독일과 나토군에 대한 재보급 계약을 26000만 유로(4400억 원) 규모로 체결했다. 이 회사는 지난 가을 동독 시골에 500명의 군인을 수용할 수 있는 야전 캠프를 14일 만에 건설해 7일 만에 해체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독일군은 감시 하에 병원, 경찰, 재난 구호 기관에 브리핑하고, 주정부와 고속도로 운영자와 협정을 체결하고, 군 호송대를 위한 이동 경로를 설계하는 등 활동하고 있다. 미국 독일 마셜 펀드의 클라우디아 메이저 대서양 안보 이니셔티브 책임자는 "난민과 증원군이 반대 방향에서 쏟아져 들어올 것이며, 이러한 흐름은 분산돼야 하는데 독일 연방군만으로는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지난 9월 함부르크에서 진행된 '레드 스톰 브라보' 훈련에서는 500명의 나토 병력이 항구에 상륙해 65대의 차량으로 구성된 호송대를 편성해 도시를 통과하는 연습을 진행했다. 그러나 훈련 중 시위대로 위장한 예비군이 도로에 접착제로 붙어 호송대를 막았고, 경찰이 용제가 부족해 차량이 다시 출발하는 데 2시간이 걸렸다. 호송대는 이른 아침까지 겨우 9.6km를 이동했다.

방해 공작과 시대착오 법률이 걸림돌


독일이 직면한 또 다른 위협은 방해 공작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방화부터 케이블 파손까지 수많은 공격이 철도 시스템을 겨냥했다. 지난 10월 뮌헨 법원은 러시아를 위해 군사 시설과 철도 인프라를 파괴하려던 혐의로 한 남성을 징역형에 처했다. 폴란드는 이번 주 러시아가 동부 철도 선로를 파손한 폭발의 배후에 있다고 밝혔다.

독일 국내 정보기관은 지난해 핵심 인프라 운영자를 대상으로 약 1만 건의 직원 배경 조사를 실시했다. 피터 틸이 지원하는 감시 드론 제조업체 퀀텀 시스템즈의 폴 스트로벨 홍보 책임자는 "독일이 나토의 허브가 되려면, 적국 입장에서 독일을 표적으로 삼고 항구를 봉쇄하고 전력을 끊고 철도를 마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시대에 뒤떨어진 법률도 문제다. 독일군에 판매된 드론은 시가지 상공을 비행할 수 없고, 관련 법률에 따라 위치등을 장착해야 한다. 퀀텀 시스템즈는 몰도바와 루마니아에 수백 대의 드론을 공급했고, 우크라이나에서는 매일 수천 대의 드론이 비행하고 있지만, 독일 연방군에 판매된 드론은 단 14대뿐이다.

닐스 슈미트 국방부 차관은 "우리는 잊어버린 것을 다시 배워야 한다"라며 "은퇴한 사람들을 다시 불러들여 당시 어떻게 했는지 이야기하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메르츠 총리는 지난 9월 재계 지도자들에게 "위협은 실재한다"라며 "우리는 전쟁 중이 아니지만, 더는 평화로운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