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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 쓰기도 전에 배부터 떴다…현대로템 K2·K808, 페루 전격 상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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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 쓰기도 전에 배부터 떴다…현대로템 K2·K808, 페루 전격 상륙

현대로템 본계약 전 실물기체 전격인도, 안데스 고고도 시험평가 조준
베일벗은 페루형 K808 전면개량 첫포착…기술이전 3조 빅딜 최종관문
페루 카야오(Callao) 항구에 도착한 대한민국 국적의 자동차운반선 글로비스 세이프티호(GLOVIS SAFETY)에서 한국산 K808 백호 차륜형 장갑차가 하역되고 있다. 동영상을 캡처한 이미지 속 장갑차는 기존 한국 육군 사양과 달리 전면부 경사각과 섀시 구조가 변경된 페루 맞춤형 외형을 띠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진=페루 현지 소셜미디어(SNS)이미지 확대보기
페루 카야오(Callao) 항구에 도착한 대한민국 국적의 자동차운반선 글로비스 세이프티호(GLOVIS SAFETY)에서 한국산 K808 백호 차륜형 장갑차가 하역되고 있다. 동영상을 캡처한 이미지 속 장갑차는 기존 한국 육군 사양과 달리 전면부 경사각과 섀시 구조가 변경된 페루 맞춤형 외형을 띠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진=페루 현지 소셜미디어(SNS)

중남미 방산 수출 역사상 최대 규모로 꼽히는 페루에 대한 국산 지상 장비 수출 사업이 마침내 종이 문서에서 실물 기체의 움직임으로 전환됐다. 최종 이행계약(본계약)이 체결되기도 전에 한국산 K2 흑표 주력전차와 K808 백호 차륜형 장갑차가 페루 카야오 항에 전격 하역된 모습이 포착돼 글로벌 방산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1일(현지 시각) 국방 안보 전문 매체 디펜스 블로그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최종 계약 조인 전 K2 전차 2대와 K808 장갑차 6대를 페루 육군에 선제적으로 인도했다. 이는 해발 고도가 수천 미터에 달해 엔진과 현수장치에 극한의 부하를 주는 안데스 산악지대에서 고고도 적응 기동 시험을 직접 수행하기 위한 전술적 포석이다. 구매국의 요구에 맞춘 전면부 개량형 실물까지 대령한 K-방산의 초강수가 수십 년간 표류해 온 페루 육군의 노후 T-54/55 전차 교체 사업의 최종 도장을 찍을 마지막 열쇠가 될 전망이다.

'선(先) 인도, 후(後) 계약' 파격 행보…안데스 산악지대서 '진검승부'


이번 실물 인도 조치는 양국이 지난 2025년 12월 9일 맺은 총 54대의 K2 흑표(K2 Black Panther) 전차 및 141대의 K808 백호(K808) 장갑차 공급에 관한 기본 협정(Framework Agreement)의 연장선상에 있다. 당시 이 계약은 한국 방산 역사상 중남미 지역 최대 규모의 지상 장비 수출이자, 유럽(폴란드) 이외의 지역에 K2 흑표 전차가 진출하는 첫 사례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기본 협정은 사업의 전체적인 규모와 방향성만 규정할 뿐, 구체적인 납품 일정, 단가, 법적 조건 등은 본계약(Implementation Contract)을 통해 확정된다. 당초 제작사인 현대로템과 페루 국영 방산업체인 파메(FAME S.A.C.)는 2026년 6월에서 7월 사이에 본계약 조인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다.

이처럼 최종 계약 체결 전 실물 전차를 미리 보낸 것은 페루 군 수뇌부와 운용 요원들이 고산지대 냉각 시동 테스트, 고도 적응 기동 시험을 직접 수행하게 하려는 전술적 포석이다. 페루 육군은 1970년대 도입된 노후 구소련제 T-54 및 T-55 전차의 대체 사업을 수십 년간 추진해 왔다. 해발 고도가 수천 미터에 달하는 안데스 산악지대와 거친 내륙 환경은 전차의 엔진 성능과 현수장치에 극한의 부하를 주기 때문에 철저한 현지 검증이 필수적이다.

대한민국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한 K2 흑표 전차는 현대두산인프라코어(Hyundai Doosan Infracore)의 1500마력 강력한 디젤 엔진과 차체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유압식 현수장치를 갖추고 있다. 한반도의 험준한 산악 지형을 배경으로 개발된 만큼, 페루의 거친 환경에서도 최고 시속 70km의 주행 성능과 120mm 활강포 및 자동장전장치의 우수성을 입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베일 벗은 '페루형 K808'…단순 수출 넘어 기술이전 동맹으로


이번에 함께 하역된 6대의 K808 백호(K808) 장갑차 역시 방산 전문가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소셜미디어(SNS)상에 포착된 영상에 따르면, 카야오 항에 내린 K808 백호 장갑차들은 기존 대한민국 육군이 운용하는 표준형 사양과는 확연히 다른 외형을 지니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장갑차 전면부 전면 개량(Redesigned Front Hull)과 신형 포탑 레이아웃의 적용이다. 이는 현대로템이 페루 육군의 요구 사항과 남미 특유의 기후 및 작전 환경, 현지 장비 탑재 규격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설계한 페루 맞춤형 개량 모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로템과 페루 파메(FAME S.A.C.)는 이번 사업을 단순한 기성품 판매가 아닌, 현지 조립 생산 및 전방위적 기술이전(Technology Transfer)을 골자로 하는 방산 협력 관계로 발전시키고 있다. 페루는 과거 러시아 및 중국제 전차를 테스트한 뒤 최종 단계에서 도입을 취소했던 전례가 있다. 본계약 발효 전에 이미 구매국의 요구에 맞춘 최적화 실물을 대령한 만큼, 이번 현지 시험평가에서 보여줄 퍼포먼스가 최종 본계약의 도장을 찍을 마지막 열쇠가 될 전망이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