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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앤스로픽 저격 접고 AI 동맹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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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앤스로픽 저격 접고 AI 동맹 부각

“내가 틀렸다…컴퓨팅 끊지 않겠다” 약속…클로드 경쟁사이자 핵심 고객으로 재평가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AI CE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AI CEO. 사진=로이터
일론 머스크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앤스로픽에 대한 기존 비판을 공개적으로 거둬들였다.

라이벌 가운데 한 곳인 앤스로픽을 현재 AI 분야 선두 기업으로 인정하면서도 자사가 제공하는 컴퓨팅 접근권을 경쟁사 압박 수단으로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12일(이하 현지시각) 금융정보매체 벤징가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 10일 X에 올린 글에서 앤스로픽에 대해 “내가 분명히 틀렸다”고 인정했다. 머스크는 앤스로픽이 “현재 AI 분야의 명백한 선두”라며 최신 모델 미토스와 페이블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앤스로픽이 스페이스XAI의 컴퓨팅 자원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겨냥한 한 이용자의 글에 답하면서 “경쟁사라 하더라도 그들에게 큰 피해가 가도록 접근권을 끊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건 내 방식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 비판에서 인정으로 돌아선 머스크


머스크의 이번 발언은 과거 태도와 뚜렷하게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앤스로픽을 강하게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앤스로픽의 사업 방식과 AI 훈련 데이터 관행을 문제 삼았고, 클로드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취지의 주장도 폈다. 지난해 9월에는 앤스로픽이 AI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가능한 결과 집합에 없다는 식으로 폄하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발언에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머스크는 앤스로픽의 미토스와 페이블 모델을 거론하며 어떤 회사도 이보다 나은 모델을 내놓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 후속 모델 미토스2도 곧 준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말 바꾸기라기보다 AI 산업 내 관계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앤스로픽은 머스크의 AI 인프라 사업에 중요한 고객이 됐고, 동시에 스페이스XAI의 경쟁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앤스로픽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경쟁과 협력이 동시에 이뤄지는 AI 시장의 현실을 반영한다는 지적이다.

◇ 앤스로픽은 스페이스XAI 컴퓨팅에 의존

특히 이번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컴퓨팅 계약 때문이다.

앤스로픽은 지난 5월 스페이스XAI와 대규모 컴퓨팅 사용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을 통해 앤스로픽은 콜로서스1 데이터센터의 컴퓨팅 자원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계약 규모는 300MW 이상의 컴퓨팅 용량과 22만개 이상의 엔비디아 GPU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모델 훈련과 미세조정, 추론 서비스, 고성능 컴퓨팅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앤스로픽은 이 컴퓨팅 자원 사용 대가로 2029년 5월까지 매달 12억5000만달러(약 1조8800억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양측은 90일 전 통보로 계약을 종료할 수 있는 조건도 둔 것으로 전해졌다.

프런티어 AI 경쟁에서 컴퓨팅 자원은 모델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더 많은 고성능 GPU와 전력, 데이터센터 용량을 확보한 기업이 더 큰 모델을 훈련하고 더 많은 이용자 요청을 처리할 수 있다.

앤스로픽이 스페이스XAI의 컴퓨팅에 의존한다는 점은 시장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여졌다. 스페이스XAI도 자체 AI 모델을 키우고 있어 앤스로픽과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경쟁사가 핵심 인프라 공급자 역할까지 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 “경쟁사 해치지 않겠다”는 공개 약속


머스크는 이런 구조를 겨냥한 우려에 선을 그었다.

벤징가에 따르면 한 X 이용자가 스페이스XAI가 앤스로픽을 죽일 수도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자 머스크는 이를 부인했다. 그는 앤스로픽이 경쟁사라 해도 큰 피해가 가도록 컴퓨팅 접근권을 끊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자신이 공정 경쟁을 중시한다는 사례도 들었다. 테슬라가 전기차 특허를 공개했고, 슈퍼차저 충전망을 경쟁 전기차 업체에도 개방했으며, 스페이스X가 경쟁 위성 사업자의 위성 발사에도 불공정 조건을 붙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X에서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도 발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AI 업계에서 컴퓨팅 인프라가 새로운 권력으로 떠오른 상황과 맞물린다는 해석이다. 모델 개발사들은 클라우드와 GPU, 전력 확보 없이는 경쟁할 수 없어서다. 인프라 공급자가 동시에 모델 경쟁자라면 공급 중단이나 조건 변경은 치명적 변수가 될 수 있다.

머스크는 공개적으로 이를 경쟁 수단으로 쓰지 않겠다고 밝히며 시장의 우려를 낮추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 클로드와 그록의 경쟁은 계속


그렇다고 경쟁이 사라진 것은 아니란 지적이다.

앤스로픽의 클로드는 오픈AI 챗GPT, 구글 제미나이와 함께 대표적인 생성형 AI 모델로 꼽힌다. 특히 코딩, 문서 분석, 기업용 AI 도입에서 강점을 키워왔다. 최근에는 페이블5와 제한적으로 공개된 미토스 계열 모델을 앞세워 고성능 AI 경쟁에 나섰다.

머스크가 겸영해온 스페이스X와 xAI를 합친 스페이스XAI도 자체 모델 그록을 고도화하고 있다. 벤징가에 따르면 스페이스XAI는 지난 8일 코딩과 에이전트 업무를 겨냥한 그록4.5를 내놨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AI가 창업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향후 3년 뒤 판도가 어떻게 달라질지 보자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앤스로픽을 인정하면서도 장기 경쟁에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머스크는 앤스로픽을 현재 선두로 평가했지만 스페이스XAI가 더 짧은 기간에 빠르게 따라붙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AI 시장에서는 모델 성능과 인프라 확보가 함께 경쟁력을 만든다. 앤스로픽은 고성능 모델과 기업 고객을 앞세우고 있고, 스페이스XAI는 대형 데이터센터와 자체 모델을 결합하겠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양사는 고객과 공급자, 경쟁자라는 세 가지 관계로 얽혀 있다.

◇ 상장 경쟁에도 영향


이번 발언은 AI 기업들의 상장 경쟁과도 맞물린다.

앤스로픽은 미국 기업공개를 비공개로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와 스페이스XAI도 자본시장 진입을 준비하거나 이미 상장 이후 시장 평가를 받고 있다. 프런티어 AI 기업들은 모델 개발 비용과 데이터센터 투자 부담이 커지면서 막대한 외부 자금이 필요해졌다.

앤스로픽 입장에서는 스페이스XAI와의 컴퓨팅 계약이 양날의 검이란 지적이다. 대규모 GPU와 전력을 확보했다는 점은 성장 능력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경쟁사 인프라에 의존한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따져볼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벤징가에 따르면 머스크의 공개 약속은 이런 우려를 완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스페이스XAI가 앤스로픽의 핵심 컴퓨팅 공급자로 남더라도 이를 경쟁사 압박 수단으로 쓰지 않겠다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 발언 자체가 AI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고성능 AI 개발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이 일부 대형 기업에 집중되면서 모델 기업들은 점점 더 소수 인프라 사업자에게 의존하게 된다. 누가 GPU와 전력을 쥐고 있느냐가 AI 경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 AI 경쟁의 새 쟁점은 컴퓨팅 권력


머스크의 앤스로픽 인정은 AI 모델 성능 평가를 넘어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벤징가는 전했다.

AI 시장의 경쟁 구도가 모델 개발사 간 대결에서 컴퓨팅 인프라를 둘러싼 권력 관계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앤스로픽은 클로드를 앞세운 선도 기업이지만, 그 모델을 운영하려면 외부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다. 스페이스XAI는 그 자원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자체 모델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머스크가 “내 방식이 아니다”라고 밝힌 대목은 그래서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경쟁에서 인프라 공급자가 경쟁사를 배제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번 발언은 앤스로픽에 대한 태도 변화이자 스페이스XAI의 시장 지위 선언에 가깝다고 벤징가는 지적했다. 스페이스XAI는 더 이상 단순한 AI 모델 개발사가 아니라 다른 프런티어 AI 기업에 컴퓨팅을 공급하는 인프라 사업자이기도 하다는 얘기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