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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업 '슈퍼 호황' 이면의 딜레마... 노동력 부족과 지역 사회 갈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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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업 '슈퍼 호황' 이면의 딜레마... 노동력 부족과 지역 사회 갈등 심화

주요 조선소, 주문 급증에 외국인 노동자 의존 심화... 거제시, 비자 할당량 감축 요청
울산 주민·노조, 외국인 노동자 확대 반대... "임금 인상 통해 한국 숙련공 유치해야"
한화오션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한화오션 로고. 사진=로이터
세계 조선업이 새로운 호황기에 진입하면서 한국의 주요 조선소들이 기록적인 주문 급증을 경험하고 있지만, 심각한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외국인 노동자 의존 문제가 지역 사회와의 심각한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이는 한국 조선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1일(현지시각) 아이마린뉴스가 보도했다.

한국의 두 대형 조선소인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의 거점이 있는 경상남도 거제시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증가에 대한 지역 반발이 가장 격렬하다. 10월 기준 거제시 내 외국인 영주권자는 1만5000명을 넘어섰는데, 이는 5년 전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난 11월 24일, 변광용 거제시장은 외국인 노동자 비자 할당량 감축을 요청하는 청원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
변 시장은 "외국인 노동자의 증가는 현지 생활 통합이나 소비 촉진에 기여하지 못했다"며, "비자 할당량을 점진적으로 줄여 한국인 숙련 노동자 중심의 안정적인 노동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유사한 갈등은 HD현대중공업 조선소가 위치한 울산광역시에서도 발생했다. 같은 날 울산 주민들과 조선소 노동조합은 김두천 울산시장의 외국인 노동자 특별 비자 할당량 확대 계획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울산시는 내년 말까지 우즈베키스탄, 태국, 베트남 등지에서 440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조선소에 배치해 노동력 공급을 안정시키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 했다.

그러나 현지 주민과 노조는 "외국인 노동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한국 조선업의 기술 역량과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조선업체들이 외국인 노동자 채용 대신 임금을 인상하여 한국 노동자를 유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단기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이 주택 공실률 상승을 초래하고 지역 경제를 더욱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의 3대 조선소는 인력 부족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인 신규 선박 주문 증가에 힘입어 실적 호조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들어 한화오션은 약 77억 달러 상당의 신규 선박 41척을 수주했고, 삼성중공업은 이미 연간 목표를 초과한 약 61억 달러 상당의 신규 상선 39척을 확보하는 등 조선소들은 호황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조선업계의 노동력 부족 해법이 결국 지역 사회와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딜레마에 직면하면서, 장기적인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부와 업계의 새로운 전략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