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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해상 운임, 연말 '이례적' 467% 폭등...지정학적 리스크가 상품 무역 질서 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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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해상 운임, 연말 '이례적' 467% 폭등...지정학적 리스크가 상품 무역 질서 전복

원유 운송료 연초 대비 급등...LNG 및 철광석 운임도 4배 이상 상승하며 계절적 약세 무시
홍해 후티 반군 공격으로 '톤-마일' 급증...선박의 아프리카 우회 운항이 비용 인상 주도
액화천연가스(LNG) 유조선 운항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액화천연가스(LNG) 유조선 운항 모습. 사진=로이터
전 세계 해상 운임이 연말 계절적 수요 약세에도 불구하고 분쟁, 제재, 생산량 증가 등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드는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이례적인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에너지부터 벌크 광물에 이르기까지 원자재 운송 비용이 치솟으면서 상품 거래 시장 전체가 격변하고 있다고 4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특히 원유 운송료는 올해 주요 항로에서 일일 수입이 연초 대비 467%나 급등하며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LNG 운송료는 4배 이상, 철광석 등 벌크 상품 운송료는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연말에는 운임이 통상 하락하는 계절적 추세와 상반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운임 급등의 주요 원인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선박들의 장거리 운항이다. 예멘의 이란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상선을 공격하면서 일부 선박들이 아프리카 대륙을 우회하는 항로를 택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화물량에 운송 거리를 곱한 핵심 수요 지표인 톤-마일(ton-miles)이 크게 증가했다.
선박들이 화물 운송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면서 전체 시장의 선박 공급이 부족해졌고, 이것이 운임 인상에 직접적으로 기여했다.

유조선의 경우, 중동 지역의 생산량 증가와 함께 미국의 러시아 주요 석유 기업에 대한 제재로 아시아의 러시아산 원유 수요가 증가하면서 운임이 급등했다.

LNG 운임 역시 최근 미국에서 유럽으로의 운송 비용이 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는데, 이는 북미의 신규 LNG 프로젝트 가동으로 더 많은 선박이 장기 계약에 묶였기 때문이다.

곡물과 광물을 운송하는 벌크선 시장의 벤치마크 지수 역시 11월 말 20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니의 주요 철광석 프로젝트 가동 기대와 중국 연안의 기상 악화로 인한 선박 공급 부족이 맞물린 결과다.

유조선 운영사 프런트라인 매니지먼트의 라스 바스타드 CEO는 "우리는 고전적이고 극도로 타이트한 물리적 해운 시장을 보고 있다"며 "어떠한 약세도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운임 상승의 여파로, 일부 미국 LNG 구매자들은 화물 선적을 미루는 것을 고려하고 있으며, 유조선 운영사들은 더 긴 항해를 확보하여 수익을 극대화하려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인도 정유사들은 평소 한 척의 대형 유조선 대신 두 척의 소형 선박을 사용해 중동 원유를 운송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하지만 해운사들은 수년간의 부진 끝에 이례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함대 재정비나 대형 전략적 투자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Drewry Maritime Services의 제이엔두 크리슈나 이사는 불확실한 산업 전망 때문에 선사들이 "큰 파티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하며, 신규 선박 건조 비용이 높고 홍해 봉쇄 해제 가능성 등으로 인해 운임이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